우리 강아지는
키우면서 보니 굉장히 소심예민한
쫄보에요
세상 거의 모든 것에 호기심과 공포를
함께 느끼는 경우가 다반사
그러면서도 또 외로움이 가득해서
항상 곁에 와서 부비부비하고
안아달라하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해요
처음 여기 오기 전
다른 지역에 잠깐 살 때보니
자기 보다 작은 강아지들에게는
호의적이고 상대가 흥분하고 으르렁해도
표정은 "뭐야? 얘..." 이래도
친구하고 싶어서
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어요
이사와서 보니
큰 개가 많고
작은 강아지들도 초기에 만난 개들이
만나자마자 으르렁하니까...
우리 강아지도 .... 바로 학습을 한건지
아예 ... 선빵 날리기를 맹렬하게
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강아지는 큰 개에 비하면
쬐끄맣고 ...
거의 뼈말라 수준으로 말라깽이에요
밥도 잘먹고 잘 멕이는데 타고나길 그래요
요즘은 산책길에
큰 개를 만나면 선빵 날리기를
못하게 가르치고 있어요
너무 흥분하니까 위험하거든요.
그랬더니 큰 개가 앞에 오면
대개는 산만한 나보다
먼저 개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갑자기
"멍!"
이래요
이게 나에게 보내는 신호같아요
큰 개에게 보내는 경계가 아니라
... 이 상태로 두면
흥분해서 더 짖을 태세라
얼른 냅다 안아줘 버려요
우리 강아지는
싸우기엔 쨉도 안되고
큰 개를 두려워 하는 게
이 상황의 본질이니까!
그래서 얼마전부터 아예 이렇게
합니다
우리 강아지가
"멍!" 하기 전에 먼저
자제를 시켜요
"안돼! 안돼!"
이러면 욱하는 심정을 참더라고요
그러면 다시
"안아줄까? 안아줘?"
하고 물어봐주면 ...
빨리 안으라고 제 다리에 매달려
껑충껑충 뛰거나
안으려고 엎드리는 나에게
얼마나 다급한지
우리 강아지가 껑충 뛰어 몸을 날려 안겨요
그 다음은 .....
우리 강아지의 표정이
좀 웃겨요
동그란 눈을 순진무구하게 굴리며
큰 개 형아 ...
나는 우리 엄마 아가에요..
나는 아가에요
이런 얼굴이에요 ㅋ
이렇게 조용히 얌전히
큰 개형님들을 내려다 바라보면서
그 옆을 지나 우리 강아지를 땅에 내려놓으면
아무 일 없단 듯
천연덕스럽게 계속 산책을 합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해요
그래...
넌 나의 아가가 맞아
3살이고 8킬로나 나가는 이놈아 ...
(무거움과 가벼움의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