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람에게 감정을 느끼는 기관이 있다면

이런 삶 조회수 : 1,045
작성일 : 2024-08-22 21:41:20

저는 그게 아마도 완전히 퇴화되었나 봅니다. 

 

기숙사 있는 아이가 지난 주말에 와서 이혼 언제 할 거냐고 묻더라고요.

 

남편의 유일한 장점은 십여년 동안 경제적으로 가장 노릇 했다는 거에요. 결혼 초 3년은 제가 가장이었고 이후 5년은 맞벌이였고 그 다음 십여년은 제가 전업에 가까운 프리랜서였어요. 생활비로 이백만원 받았고 아이 중학교 때는 학원비로 50만원 정도 썼고 고등 때는 백만원 이내로 썼으니 남편에게 받은 돈은 최대 월 3백만원이었어요. 그걸로 관리비, 공과금도 다 냈고 매주 갔던 시댁 장보는 비용도 포함되었어요. 남편의 폭언의 가장 큰 이유는 자기 혼자 버는 게 억울했던 거라 부족하면 제가 프리로 일해서 메꿨어요. 

 

아이가 생생히 기억하는 최근 십여년 동안 아빠는 내키는대로 엄마에게 폭언하는 사람이었고 엄마는 대응하다 도저히 말이 안통하니 지쳐서 싸움을 피하는 사람이었죠. 아이 고등 이후로는 아이에게도 폭언을 했고 그 때 아이가 성인 되면 대학을 가든 못가든 독립하겠다고 했고 엄마가 자기 때문에 참고 사는 것 같으니 그 때는 자유롭게 선택하시라고 했었어요. 

 

아이 대학 가고 저는 재취업해서 예전 연봉 반도 안되지만 어쨌든 돈을 벌어요. 그러면서 집안일도 여전히 혼자 다 합니다. 시부모가 돌아가셨으니 주말마다 가지 않는 것만 해도 살 것 같아요. 각방 쓴지 십년 넘었고 리스 기간은 이십년 가깝고(남편 쪽 원인) 한 때는 내 인생 저 인간 만나 이렇게 망했구나 보기만 해도 분노가 끓어올랐는데 이제는 다 부질없다, 귀찮다, 피곤하다, 이런 마음만 남았어요. 

 

IP : 211.234.xxx.6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찬바람
    '24.8.22 10:12 PM (114.205.xxx.142)

    님,, 일루오세요 제가 손잡아드릴께요..
    제가 안아드릴게요...제가 토닥토닥 해드릴께요.
    애쓰셨어요..
    그 망할놈의 인간,, 사람의 자존감을 왜이리 파괴했을까요?
    열심히 벌어서 비자금 만드세요
    남편분이 돈 번다고 생활비 안주면 그때 갈라서세요.
    그리고 남편이 앞으로 살면서 미안하다 하면
    데리고살고 아니면 각자 갈길 가면 되지요
    마음에 재만 남은거,, 다시 내인생 재밋게 지내세요
    더운날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면서 행복하다 하시고
    티비보면서 깔깔거리며 행복하다하시고
    82에서 재밌는글 읽으면서 한번 더 웃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시길.

    그러면서 님의 마음에 다시 단단한 새잎이? 새나무가 자라나길 바래요

  • 2. 무뎌진거죠
    '24.8.22 10:13 PM (124.53.xxx.169)

    안타깝지만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일뿐..
    타인과 부부가 되어 (반쪽 어쩌고..?)
    오랜 시간 함께 한다는게 참 힘들긴 하죠.
    감정이든 물질이든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고
    내가 견디는 만큼 저인간도 날 견뎌줄거란
    생각도 가끔은 하게 되더라고요.
    생활이 형편이 마음이 한결 같으면
    좋으련만 너 나 할거 없이 우린
    허약한 인간일 뿐이라서요.
    그런 마음이 들기까지엔 일종의 포기도 있을거고..
    자식 셋을 의사로 키우고 본인도 누가봐도 현명하고 남편과의 사이도 단란해 보이고
    인생 성공자 같았던 70대 지인,
    속내를 알고 봤더니 40대 초에 남편이
    직장을 관두고 사업하네어쩌네..
    게다가 춤바람 술에 주사에 여자에..
    이루 말할수 없는 중년 시절을 끗끗히
    견녀내고 지금은 늙어버린 남편
    없는게 더 나았을듯한 날들을 견디고 나니
    그분은 종가집 장녀라 당시 이혼이 두렵고
    아이들 엇나갈까봐 지독한 인내와 포기로
    묵묵히 견뎌냔 세월이 있었더라고요.
    더하거나 덜하거나 차이일뿐
    남을 견디는건 힘든 일이죠.
    힘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9267 최동석 너무 지저분하게 헤어지네요 2 2024/10/18 4,405
1639266 압구정, 청담, 잠실 잘 아시는 분? 8 help 2024/10/18 1,636
1639265 배꼽 바로 왼쪽을 누르면.. 2 ㄱㄱ 2024/10/18 1,003
1639264 이거 무슨 병일까요 7 ㅇㅇㅇ 2024/10/18 1,970
1639263 어르신과자 추천 해 주세요 13 마늘꽁 2024/10/18 2,084
1639262 대전역 ktx환승동안 성심당가능? 30 포항 2024/10/18 2,953
1639261 사람한테 상처를 받으면 잊기 힘든거 같아요. 6 천천히 2024/10/18 1,961
1639260 드디어 에어프라이어를 샀어요 7 oo 2024/10/18 1,804
1639259 이번 선거결과보니 이재명은 힘들겠어요 79 ㅇㅇ 2024/10/18 6,676
1639258 주택청약저축 해지할까요? 2 가을 2024/10/18 2,054
1639257 콩국물가루 질문이요 3 건강식 2024/10/18 497
1639256 여긴경남인데 넘더워요 3 ... 2024/10/18 1,341
1639255 딸이 몰래 10 ㅡㅡ 2024/10/18 5,681
1639254 국제결혼 1위가 베트남인데 그 이유가 뭔가요? 24 ........ 2024/10/18 4,074
1639253 단풍든곳은없지요? 3 단풍 2024/10/18 1,211
1639252 저 좀 천잰듯 8 요리왕 2024/10/18 2,872
1639251 오늘저녁 맛있는거 만드셨어요? 9 음식 2024/10/18 1,489
1639250 한강 작가 진짜 대단한거 12 ... 2024/10/18 6,006
1639249 BBQ치킨값 올랐죠? 1 .... 2024/10/18 916
1639248 사는거 별거아니라고 해주세요 23 그냥요 2024/10/18 4,908
1639247 다시 여름으로 가는 느낌입니다 6 오호 2024/10/18 2,761
1639246 공대 출신 남자랑 결혼했는데.. 18 ... 2024/10/18 6,710
1639245 일드 아무도 모른다 아시는분? 10 반갑다 2024/10/18 1,677
1639244 순두부찌개는 꼭 양념 사서만 할 수 있는줄 알았어요. 8 괜찮네 2024/10/18 2,898
1639243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3 ... 2024/10/18 1,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