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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티즈를 떠나 보내며 완결

주황색마티즈 조회수 : 1,494
작성일 : 2024-08-17 11:16:31

 

 

선생님은 5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다. 행복한 시절이었다.

 

좋은 기억은 그 때 모두 모여있다. 나는 선생님을 어른이 되어서도 존경하고 그리워했다.

 

학창시절 좋았던 선생님을 손가락으로 헤아려 볼 때 언제나 첫번째의 선생님이셨다.

 

 

그 날 모임에는 선생님과 내 친구의 오랜 첫사랑이었으나 이제는 시들시들한 중년남자가

 

된 그 때 우리반 반장. 그리고 지금 형사가 되어있는 동창이 나왔다. 선생님은 그 때

 

우리반에 있던 영훈이 소식을 물으셨다. 선생님이 영훈이를 몹시 때렸던 날이 있었다.

 

 

그날 영훈이는 선생님에게 욕을 했고 젊은 선생님은 참지 못했다. 그날 영훈이는

 

선생님에게 맞았다.  어른이 된 우리는 모두 영훈의 소식을 몰랐다. 

 

 

 

영훈이를 마지막으로 본 친구는 형사일을 하고 있는 친구였다. 한때 남자동창들이

 

영훈이를 몹시 찾았던 적이 있는데 영훈이는 찾기 힘들었다. 친구들 중 한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영훈이를 보고 싶어하셨다. 그 때도 영훈이를 찾지 못했다.

 

 

이름을 바꾼게 아니라면 어쩌면 지금 살아있지 않은 걸 수도 있다고 형사가 된 친구가

 

말했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형사가 된 친구는 영훈이를 본 마지막 친구였다.

 

 

영훈이는 그 때 막 택시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하는 일이라 일을 잘 몰랐다.

 

비오는 밤 다른 도시로 가는 손님을 태웠는데 일을 잘 몰라 영훈이는 형편없이 적은 금액을

 

불렀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영훈이는 손님을 태우고 밤새도록 운전해 다른 도시로

 

갔다. 거기서 다시 손님을 기다렸지만 손님을 태울 수 없었다. 일한 것에 비해 형편없는 돈을

 

받았다. 그날 밤  영훈이는 낯선 도시에서 차에 앉아 혼자 많이 울었다고 했다.

 

형사가 된 친구가 그 이야기를 듣던 날 영훈이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영훈이는 우리와 같은 나이가 아니었다. 서너살이나 많았다고 했다. 그 때는 그냥 영훈이는

고아인데 몸이 큰 친구라고만 생각했다. 우리 선생님은 좋은 분이셔서 우리 모두에게 잘해 주셨지만

영훈이에게 체육부장의 직급을 주시고 조교처럼 항상 곁에 두셨다.

 

 

체육시간에 영훈이는

여학생인 우리에게 공을 던져주고 받아주었고 오빠처럼 우리를 괴롭히는 남학생들을 혼내 주었다.

 

 

영훈이는 고아였다. 6학년이 되었을 때 사립학교에서 왔다는 담임이 우리반 고아 학생이

잘못하지 않아도 얼마나 모진 말로 상처를 주는지를 지켜보며 우리가 5학년때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알았다.

 

 

선생님이 먼저 가신 후 형사친구가 나는 영훈이가 어쩌면 세상에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께는 말씀 안 드렸다고 말했다.

 

 

 

젊은 선생님이 영훈이에게 숙제를 해 오라고 했다. 너는 할 수 있는 녀석이다. 선생님은 그날 영훈이에게 유난히 당부를 했지만 영훈이는 다음날 숙제를 해 오지 않았다. 전날 너무 당부를 했으므로 선생님도 화가 났다. 그 때는 체벌이 있었다. 80점 이하는 손바닥도 맞고 종아리도 맞았다. 선생님이

영훈이 나오라고 불렀는데 영훈이는 나오며 에이씨 하고 욕을 했다.

 

 

그 날 영훈이는 선생님께 많이 맞았다. 선생님은 영훈이를 꼭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다. 영훈이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 얼굴에 후회가 어려 있었다. 영훈이는 어디 있을까.

 

 

 

 

학교에서 모여서 소풍을 간다. 긴 줄을 서는데 앞에는 영훈이가 서고 뒤에는 담임선생님이 서셨다.

우리를 그 줄 안에 넣고 우리 반은 옆산으로 소풍을 간다. 옆산에는 영훈이가 사는 고아원이 있다.

규모가 크다. 그 고아원 아이들 대부분이 우리 학교에 다녔다. 고아원이 가까워 오자 아이들이

와 영훈이집 크다 하면서 철없는 소리를 한다. 뒷줄의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크게 손짓을 하신다.

아는지 모르는지 영훈이는 앞만 보고 걷는다.

 

 

고아원옆을 지날 땐 아예 모르는 척을 하는 것도 같다. 철없는 아이들이 또 영훈아. 너네집 다 왔다

같은 소리를 하는데 영훈이는 모르는 척 한다.

 

 

소풍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멀고 먼 학교까지 온다. 운동장에 와서 우리는 모두 헤어진다.

 

영훈이가 자주 입던 하늘색 체육복. 흰줄이 세개 있었던. 영훈이는 그 옷을 자주 입고 다녔다.

 

 

여학생들이 체육시간에 공을 차면 영훈이는 그 공을 다 받아 주었다.

 

선생님이 남학생들을 데리고

체육을 하고 영훈이는 우리를 데리고 체육을 했다. 야구를 할 때는 공을 던져 주었다.

 

축구를 할 때는 살살 차서 골키퍼를 하는 우리가 영훈이의 공을 막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가을밤이었다. 나는 하늘색 체육복을 입은 영훈이를 떠올렸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헤어졌다. 이제는 다 늙어 중늙은이처럼 되어버린 한때 우리의 첫사랑이었던

반장이 구부정한 뒷모습을 보이며 주차장 직원에게 내 차의 주차비까지 지불했다.

 

이렇게 만나면 우리는 모두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하고 생각했다.

 

반장과 형사가 나를 보고 있는데

나는 그들에게 내 새 차 k7의 뒷모습을 보이며 멋있게 사라지면 이제 완벽한데 밤이 되어

깜깜하니 어디가 어딘지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나는 깜깜한 운전석에 앉아 한참을

헤맸다.

 

심지어 시동거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반장과 형사는 늦은 시간이라 나를 배려한다며

끝까지 서서 내가 차를 빼는 걸 기다렸다.

 

 

시동을 걸자 그놈의 촤르르가 다시 올라와 자정이 가까운 시간 뒷유리를 다 가렸다.

나는 심봉사처럼 차를 더듬더듬 주차장에서 겨우 빼냈다.

 

 

동창들이 10분이상 인내심을 가지고 내가 가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나는 밤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갔다. 길고 어두운 밤이었다.

IP : 220.119.xxx.2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8.17 11:36 AM (175.198.xxx.195)

    글 기다렸는데 감사해요. 영훈이 얘기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그냥 사회초년생도 힘든데 고아 청년들은 아무 도움도 못받고 더 힘들게 살아가서...

  • 2. ㅇㅇㅇ
    '24.8.17 12:33 PM (14.53.xxx.152)

    아련하고 슬프다가 k7에서 빵 터졌슴다
    필력이 좋으셔서 문득 공지영 단편이 떠올랐어요
    동창회에 한껏 꾸미고나가 여전한 미모를 뽐내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수리가 휑한 걸 모임이 끝나고야 알았던...ㅠ

  • 3. ..
    '24.8.17 3:30 PM (118.235.xxx.13)

    마티즈 글 팬입니다.
    영훈이 이야기는 아직까지 마음이 아립니다.
    행복하시기를.

  • 4. 위윗님
    '24.8.18 12:55 AM (223.38.xxx.63)

    그거 공지영 아니었을 거예요.
    세상 공주님인 공지영이 그런 셀프 디스 유머 느낌이 들어간 단편을 썼을 리가요. ㅎㅎ

    그거 은희경 단편일 겁니다. 머리를 끄덕일 때마다 휑한 자리가 같이 끄덕끄덕했을 거라고 회상하는 장면이 있는.


    원글님…
    마티즈는 원글님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며 안녕, 떠나갔는지
    그 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전이에요. ㅠ
    그리고 슬퍼요.

    영훈이 그 친구가
    친구들이 그렇게 자길 찾은 줄도 모르고
    어디선가 아주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민을 가서 한재산 모아 자알 지내고 있다든가…

  • 5. ㅇㅇㅇ
    '24.8.22 1:48 PM (39.7.xxx.27)

    공지영 맞아요
    아 공지영도 자기 이쁜 거 아는구나 하면서 봤어요

  • 6. ㄴㅇㅅ
    '24.9.2 7:47 PM (124.80.xxx.38)

    영훈이 어찌 됐는지 꼭 알고싶네요 ㅠㅠ 그리구 마티즈는 어찌 되었는지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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