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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릴때 엄청 부러웠던 집

... 조회수 : 7,349
작성일 : 2024-08-13 14:19:35

어렸을 때 옆집이 진짜 부러웠거든요

부잣집이 부러운것도 아니었고

좋은집에 좋은 옷을 입고 다녔던 친구가 부러웠던 것도 아니었어요

제가 너무 부러워했던 집은

엄마 아빠 다 있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온가족이 둘러앉아 저녁밥을 먹던 집이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오빠는 아빠가, 저는 엄마가 키우셨죠

아빠랑 오빠는 몇년에 한번 만날까말까 그런 상황이었구요

엄마는 공장 다니며 돈을 벌어야 하니 

아침에 출근해서 밤늦게 오시고

밤에는 야간 작업도 많이 하셨어요

그러니 맨날 혼자서 밥을 먹었는데요

아침밥은 혼자 먹는게 괜찮았는데, 저녁밥은 혼자 먹는게 그렇게 외롭더라구요

냉장고도 없어서 장독에 있는 김치 꺼내서 

밥상에 밥한공기, 김치 한포기 꺼내먹고

엄마가 밑반찬 만들어 찬장에 넣어두면 그거 꺼내서 혼자 밥차려 먹었어요

제가 살았던 곳이 시골이었는데

동네 애들이랑 빨래터에서 놀기도 하고, 메뚜기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그렇게 놀다가 해가 질때쯤 각자 집으로 돌아가요

친구들과 헤어진 후, 어두컴컴한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어서

해가 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우울함과 외로움이 몰려오더라구요

그래도 결국 집에 가긴 가야 하니까

혼자 터벅터벅 집으로 가면

옆집문이 열려 있고,  그 문에서 바로 옆집 방안이 보였거든요

그 방 안에선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티비보면서 밥을 먹고 있었어요

초등학생인 그나이에

이웃집의 포근한 저녁 풍경을 보고

부러운게 뭔지, 외로운게 뭔지 알게 되었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갈때는 그 외로움에 묘한 불안감까지 겹쳐졌죠

그런 불안감을 성인될때까지 안고 살았구요

너무 부럽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현실이라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집에 들어가요

어두운 방이랑 부엌에 희미한 백열전구 켜고

부엌에서 반찬 꺼내고, 식은밥 냄비에 있는거 그대로 밥상에 올려서

방에 들고 들어가서 혼자 저녁을 먹었어요

눈물도 같이 삼키면서요 ㅎㅎ

근데요

저는 그당시엔 계절도 여름이나 초가을을 좋아했어요

여름이나 초가을엔 저녁먹고 나면 동네 어르신들이 각자 집앞에 평상 펴놓고 나와 있거든요

말할 상대도 없이 혼자 집에 덩그러니 있는것 보다

집앞에 나와 앉아 있으면 훨씬 덜외롭고 덜무서웠어요

그 어르신들이 저한테 말한마디 안걸고 본인들끼리만 말을 해도

밤이 되어도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게 좋았거든요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지금은 가족들도 각자 바쁘지만 모여서 외식할때도 있고,

아파트에 살고, 인터넷도 있고, 티비켜면 넷플릭스에 온갖 놀거리도 많고

너무 좋네요

40년전쯤 그때 지금처럼 인터넷이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덜외로웠을까?

한번씩 생각하네요

그냥...

생각나서 써봤어요

마무리가 이상하네요 ㅠ

IP : 182.221.xxx.34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8.13 2:28 PM (223.38.xxx.251)

    아휴… 마음이 아파라.

    그 때의 어린아이에게
    계란 묻혀 소세지라도 부쳐 주고
    앞에 앉아, 먹는 거 바라보면서
    참 너는 편식도 안 하고 밥을 잘 먹는구나아~ 하고 이따금 머리 쓸어 주고 싶네요.

    엄마도 안 계실 때 밥 스스로 찾아 먹고
    혼자 잘 있었네요, 어린 원글님.
    잘 커서 대견합니다.

    (그때 인터넷이나 넷플 있었으면
    영상 중독자 돼서 지금처럼 괜찮은 어른이 안 됐을지도 몰라요 ㅎㅎㅎㅎㅎ 정신 승리…)

    이제는 외롭지 않게 잘 지내시죠? 그러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 2. ㅇㅇ
    '24.8.13 2:29 PM (39.122.xxx.89)

    싸우는거 보고자라나 외로이 혼자밥먹나 어느것좋은건없지만 싸우는거보고사는것도 죽을맛이예요..왜이혼안하나싶게 눈만마주치면 싸우던 혈기왕성한 부모가생각나네요..
    학습지교사할때 저녁에해질녁이어두 여름저녁은 서글픈 생각안드는데 겨울저녁은 일이고 뭐고 우울했었던게 나뿐아니고 전체교사가 다들 그런다했었어요
    사람맘 다같아요 더워도 사람이 사람사이 있을때가 덜 서글퍼요 동감합니다

  • 3. ....
    '24.8.13 2:29 PM (114.200.xxx.129)

    어머니도 고생 진짜 많이 하셨겠어요..ㅠㅠ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그렇게 야간 근무까지 하면서 일하실려면요..ㅠㅠ 집에 있는 원글님도 힘들었을것 같고.. 그시절의 두분이 짠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잘살고있다고 하니 진심 다행이예요... 223님 같은 생각도 들기는 하네요 ..ㅎㅎ

  • 4. 그래도
    '24.8.13 2:31 PM (112.167.xxx.92)

    님은 혼자라도 밥은 먹었네요

    전 굶었어요 백수 알콜중독애비란 종자가 고주망태로 집을 때려부수고 폭언폭해을 일삼았기에 밤에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뛰어나가기 일쑤였고 이웃집 가족들 저녁밥 맛나게 먹는걸 보며 담벼락에 숨어있었거든요

  • 5. 그기억이
    '24.8.13 2:34 PM (112.167.xxx.92)

    여전히 생생해요 애써 잊고는 삽니다만 어린애가 너무 불쌍했구나 싶어 한번씩 욱 하고 올라오는걸요

  • 6. 그래도
    '24.8.13 2:43 PM (1.227.xxx.55)

    지금 행복하셔서 다행이예요.
    어머님도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까요.
    원글님 걱정도 많이 되구요. ㅠ

  • 7. 퍼플
    '24.8.13 2:44 PM (1.243.xxx.171) - 삭제된댓글

    우리 옆집은 아저씨가 술만 드시면 아줌마 때리고
    그 집 아이들 우리집으로 피신오지만
    그 집 아줌마는 피신 안오고 아저씨한테 밤새도록
    맞았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 기억이 없어요
    옆 집 아줌마가 우리집으로 피신하면
    아저씨가 쫒아와서 아줌마 내 놓으라고 우리집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우리아빠랑도 싸우고 그랬대요
    그래서 아줌마는 도망 안가고 아저씨한테
    맞고 있었다니 알고 보니 그 아줌마 너무
    불쌍해요. 지금도 우리엄마랑 연락하고 사시는데
    어저씨 돌아가신 다음에 집이 부자가 되어서
    그 집 아들이 자수성가해서 어줌마가 강남 50억 아파트에
    사신다고 ㅋ

  • 8. vhvh
    '24.8.13 2:54 PM (223.39.xxx.113)

    오빠는 요즘 잘 만나고 계시나요
    마음이 괜히 울적해 지면서 저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우리 그런 세월 잊고
    그저 즐겁게 삽시다

  • 9. ..
    '24.8.13 2:59 PM (106.101.xxx.172)

    저랑 비슷하네요
    주인집이 그렇게 먹었고 저는 단칸방에 사는 세입자아이였는데
    주인집애들이 저를 벌레보듯 말도 안걸고
    심지어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아는척도 안했어요

  • 10. .....
    '24.8.13 3:06 PM (1.241.xxx.216)

    그래서 그런 서글픔은 겪은 사람만이 아는 아리는 아픔이지요
    식은 밥에 김치 얹어먹으며 외로움과 두려움 사이에서
    편하지 못했을 원글님의 어린 시절의 소녀를 꼭 안아주고 싶네요 토닥토닥.....

  • 11. …..
    '24.8.13 3:06 PM (118.235.xxx.39)

    글이 술술 읽혀요
    장면이 묘사되고 순간 그 아이에게 확 공감도되고
    글 쓰시는 분? 암튼 글이 좋아요
    뻘글 ..어이없는 자랑글 한탄글 난무하는데 귀한 글이네요

  • 12. 에구
    '24.8.13 3:13 PM (125.130.xxx.219)

    마음 짠한 어린 시절 기억ㅠㅠ
    어머님도 어린 원글님 두고 종일 일하러가셔야하는
    심정이 오죽하셨을까 싶어요.
    그래도 글 쓰신거 보니 그런 아픔 극복하고 잘
    성장하신듯해 흐뭇해지네요.
    저포함 여기 언니들이 이웃이었으면 친동생처럼
    챙겨주고 맛있는거 같이 나눠먹고 했을텐데~
    앞으로는 늘 행복 화목 건강이 함께 하길 기원드려요^^

  • 13. oo
    '24.8.13 3:19 PM (112.216.xxx.66)

    정말 겪어 본 사람이나 그 외로움을 알지요.. 원글님의 어린시절이 그려지네요.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지금 행복하시다니 다행^^
    저도 알콜 중독자 아버지 돈 벌다가 놀면서 돈 다까먹고.. 또 일하긴 싫고 집에서 노는 아버지 때문에 늘 불안했어요. 배움이 짧은 엄마가 고생 많이 하셨는데.. 쌀독에 쌀 떨어질까봐 늘 걱정이었다고요. 엄마가 살림하느라 고생많이 하셨구만..싶었어요. 어린시절의 기억은 평생가는것같아요.

  • 14. 토닥토닥
    '24.8.13 4:02 PM (49.166.xxx.213) - 삭제된댓글

    그 시절의 원글님 한번 꼬옥 안아 드릴게요.

  • 15. ...
    '24.8.13 4:34 PM (58.235.xxx.119) - 삭제된댓글

    원글과 별개로 첫 댓글 좋네요.
    원글님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예요.
    저희 가족은 가난해서 저녁마다 둘러앉아
    김장김치만 먹은날이 많아요.
    배추농사 지었기 때문에 안팔리는 배추로
    김장은 잔뜩 담았거든요.

  • 16. ㅂㅅㅈ
    '24.8.13 4:47 PM (210.222.xxx.250)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니 눈물이 나네요
    원글님 지금은 아름다운 가정 꾸리고계시겠죠

  • 17. lllll
    '24.8.13 7:11 PM (112.162.xxx.59)

    기억저편의 아련한 회한이깃든 추억이네요.
    끝까지 행복하세요

  • 18. 쓸개코
    '24.8.13 9:15 PM (175.194.xxx.121)

    원글님 코 시큰하게 하시네요..ㅜ

  • 19. ㅇㅇ
    '24.8.13 10:03 PM (180.230.xxx.96)

    저도 어렸을때 엄마가 일하셔서
    저녁식사때 되면 그땐 여러가구가 단독주택에 사니
    무슨반찬하는지 알정도이고
    여름엔 마루나 아님 방에발만 치고 밥을 먹으니
    소리는 잘 들렸어요
    식구 둘러앉아 밥먹는 모습이 좀 부러웠어요
    전 엄마가 늦게 오셔 같이 먹긴했지만요

  • 20. ...ㅠ
    '24.8.13 10:11 PM (59.14.xxx.42)

    눈물나요. 맞벌이 부모님 슬하.지금 전업주부하는 이유죠. 어릴적 외로움..ㅠㅠ

    그렇게 놀다가 해가 질때쯤 각자 집으로 돌아가요

    친구들과 헤어진 후, 어두컴컴한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어서

    해가 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우울함과 외로움이 몰려오더라구요
    2222222222222222222222222

    ㅋ 넷플있음ㆍ컴게임 있음 중독되었을수도 ㅎㅎ
    지금 이 순간이 좋아요.
    엄마 아빠 애쓰셨어요!

  • 21. ㅇ ㅇ
    '24.8.14 12:05 AM (222.120.xxx.150)

    온가족이 둘러앉아 따뜻한 저녁밥 먹는 장면...저도 많이 상상했어요
    아빠는 타지에서 일하느라 한달에 한번 왔고,
    엄마는 계모임이 많아서 늘 집에 없고, 저녁 늦게 들어오고
    전 외동, 반찬도 거의 없이 혼자서 뭘 먹었는지 기억도안나요.
    내성적이라 친구도 없고 저녁엔 옥상에 올라가서 엄마 언제 오나하며
    정류장만 쳐다보며 혼자 많이 울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슬퍼요
    엄마는 본인이 굉장히 외로웠다네요. 어린 나는 방치해놓고.
    반찬도 잘안만들어주고 간식도 안사놔서
    혼자 고구마를 먹으려고 삶았는데 덜익어서 못먹고.
    가난한 집도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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