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름 휴가 못가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녀오신 분들이 절반은 넘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제가요
작년에는 전라도로 여름 휴가를 갔었답니다
전라도를 한 번도 안가봤던 터라
꼭 가보자고 남편을 설득하여
여수, 목포, 광주
이렇게 나름 알차게 계획도 짜고
들러볼 곳과 먹어볼 음식도 검색해서
딱 정해놓고 출발~
출발은 아시다시피 항상 설레고 기운차잖아요?
여수 간장 게장 실패( 많이 비려서 남편도 저도 게 1마리도 못 먹고 밑반찬으로 식사 끝)
목포에서 먹은 꼬마 김밥은
내 평생 먹은 김밥 중 최고!!
박나래가 다녀갔던 목포의 아침 정식집은
7시 30분에 갔는데 이미 그날 손님 끝
그 옆집 정식집에서 식사( 맛 ㅜㅜ 망했음)
그리고 광주 5.18 묘역 참배 후에
(제가 꼭 가자고 했어요
저는 나중에 남편이랑 서울 여행할건데
그 때는 현충원 참배할 거예요
우리가 이런 세상을 누리게끔 해주신 분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이거든요)
귀가 하던 중
... ... ...
고속도로에서 황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난 거예요
아시죠 황산
독극물
그 날 고속도로 상, 하행선 차량들
전부 다 고속도로에서 쫓겨나와
국도로 일반 도로로 돌고 돌아 귀가해야했어요
저희 부산 집에 도착하는 데
거의 10시간 넘게 걸렸음
아니...
왜...
평생 처음 가보는 전라도 여행 길에서
황산 유출을 똭!!
무슨 씨트콤 상황에서 처럼
남편과 저는 허기와, 목마름과, 화장실 용무에
무슨 좀비 출몰로 도로가 마비되어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에 갖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 해가 되었죠
남편에게
작년같은 비상사태가 또 일어날 일은 없다며
또 다시 여행 계획을 짰습니다
이번에는 늘 자주 가던
제주도
믿고 가는 그 뻔한 곳
남편이 아침 8시 비행기를 예약했기에
5시부터 설쳐서 공항 도착
창가 자리는 아내에게 당연히 주는
남편 고맙다
응? 그런데
분명히 창가 자리인데
창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비행기 벽 뿐이었어요
(제가 나중에 내려서 공항 셔틀 버스에서도 확인해보니 비행기 몸체에서 창이 없는 자리는 제 자리뿐)
하물며 저와 반대편 자리에도 창은 있었어요
거기도 없었다면 약간의 위로는 되었을텐데
(어머 저 분도 나처럼 뭐 이런 위로 말입니다)
남편 왈
돌아오는 비행기도 이 자리로 예약했다고...
하... 이 사람아... 좀!!!
사진을 찍어서 언니와 여동생에게 카톡으로 전달
더운 여름 큰 웃음 줘서 고맙다는 반응들
그렇게 제주도에 도착해서
아점을 먹고 이제 숙소 방향으로 차를 돌리려는데
문자가 오는 겁니다
펜션 주인 왈
상의할 일이 있으니 전화 좀 주십시오
응?
무슨 상의? 나랑?
펜션에 관해서? 왜?
뭔가 싸한 느낌에 전화를 합니다
이 염천 더위에
어젯밤부터 펜션에 물이 안나온답니다
어떡하시겠냐고
아니 뭘 어떡합니까
물이 안나오는데 숙박이 불가능하죠
그렇게 전액 환불금을 입금 받고서
숙소예약을 하느라
오후를 다 보냈어요
다 풀예약이라 바닷가 숙소들은 방이 없어...
어째 저째 사흘을 제주도에서
다시 창가이지만 창은 없는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도착하고 보니
올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던 여름 휴가
남편은 내년에는 아무데도 가고싶지 않다는데요
ㅋㅋㅋ
남편아
1년이면 충분히 망각하게 될것이다~~
또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