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설 '이름없는 여자의 여덟가지 인생'

... 조회수 : 2,685
작성일 : 2024-08-12 17:55:56

이렇게나 호기심을 전혀 끌지 못할, 지나치게 평범한 제목의 소설을 선택한 건 우연히 읽게된 기사에서 발견한 작가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일부러 한글로 따로 썼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오해받고 있지만, 오리지날 네이티브 코리안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일반적인 교육받고, 언어적으로 특수학교를 다닌 적 없이 대학을 미국으로 진학해서 약 4년간의 외국생활을 한 것이 전부라는 작가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미국 대학의 교수로부터 낙제는 면하겠지만, 이걸로 먹고살 생각을 하지는 마라는 말을 들었다는 작가는 영어로 소설을 쓸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고 한국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논픽션도 아니고 문학작품을 외국어로 쓸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편이 홍콩으로 발령받게 되어 홍콩에서 살기 시작했고 영어가 공용어인 홍콩에서 대학원 문예창작프로그램에 등록하면서 얼렁뚱땅 영어로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작가의 영어 단편소설들이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미국의 각종 문예지에 1년에 두어편씩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 작가의 첫 영어 장편 소설인데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들을 보고 연락을 이어온 에이전트와 계약을 하고 그를 통해 미국의 대형 출판 그룹 하퍼 콜린스의 주력 출판사 하퍼에서 선인세를 받고 출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설 자체보다 작가의 독특한 이력과 서사가 궁금해서 그 호기심으로 선택했다는 편이 맞습니다

주제도 소재도 어떤 책인지 모르고 동네 도서관에 사달라고 신청해서 서점 바로대출 받았습니다

 

한 일주일은 그냥 가방에 넣고 들고만 다니다가 잠깐 짬이 날 때 몇장 휘리릭 읽어보다 홀라당 빠져서 사흘만에 호로록 다 읽고 말았습니다

책만 잡고 있었다면 아마도 하루에 뚝딱할 정도로 흡입력있고 재미있습니다

 

온전한 한국인이 쓴 영문 소설이라 이 책은 번역판입니다.

그래도 작가가 토종 한국인이라 그런가 아님 번역가가 번역을 잘 해서 그런가 작가와 번역가의 공조가 뛰어나서인가, 번역이라는 느낌없이 잘 읽힙니다

할머니/할멈을 구분해서 쓴 걸 보고 원서는 무슨 단어를 썼길래 문장에 따라 이렇게 구분했을까 싶은 시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책장이 넘어갈수록 예상치못하게 전개되는 소재와 내용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한국 근현대사의 큰 사건을 겪은 한 여인의 삶이라고 해두죠

이런 내용의 소설과 기타 예술작품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가 하고 넘길 수도 있는데, 여태까지의 소설과 좀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과연 이 작가가 이 소재와 내용으로 한국어로 소설을 집필했을 때도 이런 뉘앙스와 느낌이 났을까?

이 소설은 국문학에 속할 것인가? 영문학에 속할 것인가? 하는 오묘한 질문이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익숙한 소재로 전개되는 스토리와 플롯에서 풍기는 약간은 낯선 거리감, 시선의 각도가 약간, 아주 약간 틀어져 있다는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이게 영어로 쓴 소설이라 그럴까 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끝까지 유지하게 합니다

 

익숙하면서도 익숙치 않은 소재와 등장인물들, 사건들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와 촘촘히 엮여서 가볍지만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그 무게에 눌리지 않는 속도감, 요즘 제가 꽂혀있는 엔딩으로 갈뻔했으나 정석 엔딩으로 끝내서 약간은 아쉽기는 하지만, 무난한 마무리까지 딱히 꼬투리잡을 수 없는 오랜만에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에는 다중언어 능력자들이 몇명 나오는데, 등장인물의 생각으로 풀어낸 작가의 생각은 한 인간이 어떤 언어를 정복하고 마스터하면 역으로 그 언어(와 그 언어의 배경과 문화)에 그 인물도 당연히 영향을 받고 정복당하기 마련이라고 하는데, 이 책 자체가 그런 느낌을 줍니다

한국인이 한국적 소재로 쓴 소설이지만, 한국어가 아닌 '영어'라는 언어적 도구를 갈아타서 생기는 묘한, 아주 약간의 간극이 주는 흥미로운 지점이 느껴진달까?

번역의 문제가 아닌, 집필 자체의 자세와 관점의 차이?랄까?

이런 문학적 경험이 처음이라 저도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듭니다만, 아주 간만에 독특한 플롯의 한국 소설을 만나서 소개해봅니다

IP : 58.145.xxx.13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8.12 6:03 PM (211.219.xxx.62)

    감사합니다.
    흥미롭네요.
    부케로 책파는 시동생이
    휴가철앞두고 명절전에 짹이 가장 잘팔린다고 ㅋ
    더우니..도서관 가고 서점가고
    저도 그래요.

  • 2. 으싸쌰
    '24.8.12 6:05 PM (218.55.xxx.109)

    원서를 읽어보고 싶네요

  • 3. ㅇㅇ
    '24.8.12 7:20 PM (14.53.xxx.152)

    정성들인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3119 후식으로 과일과 떡 먹고 반성 중.. 9 오늘 2024/08/26 1,618
1623118 8/26(월) 마감시황 나미옹 2024/08/26 377
1623117 남편이 현금 사용을 많이 하는데요 18 2024/08/26 5,875
1623116 1세대 실비는 해외의료비가 일부 나오네요. 4 주디 2024/08/26 1,310
1623115 넷플 드라마 추천 5 .. 2024/08/26 2,360
1623114 쳇지피티에게 82쿡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23 ㅋㅋ 2024/08/26 5,807
1623113 기초연금은 다 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14 ... 2024/08/26 3,500
1623112 방문진 이사 임명 집행정지 인용 해석... 3 지하철 2024/08/26 1,018
1623111 회사 경비로 뭐 먹는거에 진심인 직원 10 ** 2024/08/26 3,162
1623110 요즘 34평 몇인치 티비 사야 해요? 20 2024/08/26 2,778
1623109 펌) 노종면 의원 페북입니다 8 노종면의원 2024/08/26 1,844
1623108 성수기때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 가보니 8 2024/08/26 2,615
1623107 불안한 투자 36 머니 2024/08/26 4,020
1623106 말랑말랑하고 노란 옥수수요. 11 .. 2024/08/26 1,565
1623105 거머리 빈대 지인 손절합니다 10 ..... 2024/08/26 4,217
1623104 카카오 개업떡 몇원씩 주는 토ㅅ랑은 다르네요 17 와우 2024/08/26 2,136
1623103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보는데 8 바부 2024/08/26 2,358
1623102 치과 스켈링 비용 보통 얼마 나오나요.? 7 2024/08/26 2,109
1623101 대파를 심었어요 14 초록엄지 2024/08/26 1,711
1623100 유튜브 영상중에서 초보 2024/08/26 284
1623099 '1945년 광복 인정하나' 질문에…독립기념관장“노코멘트” 16 ㅇㅇ 2024/08/26 2,087
1623098 북한 소프라노 ㄱㄴ 2024/08/26 710
1623097 장가계 패키지 대박 가이드 31 놀람 그자체.. 2024/08/26 6,010
1623096 상위와 하위 직장 다녀보면 10 ㄴㄷㅎ 2024/08/26 2,950
1623095 딥페이크때문에 대학 에타 폭발직전이래요 67 ... 2024/08/26 16,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