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소설 '이름없는 여자의 여덟가지 인생'

... 조회수 : 2,947
작성일 : 2024-08-12 17:55:56

이렇게나 호기심을 전혀 끌지 못할, 지나치게 평범한 제목의 소설을 선택한 건 우연히 읽게된 기사에서 발견한 작가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일부러 한글로 따로 썼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오해받고 있지만, 오리지날 네이티브 코리안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일반적인 교육받고, 언어적으로 특수학교를 다닌 적 없이 대학을 미국으로 진학해서 약 4년간의 외국생활을 한 것이 전부라는 작가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미국 대학의 교수로부터 낙제는 면하겠지만, 이걸로 먹고살 생각을 하지는 마라는 말을 들었다는 작가는 영어로 소설을 쓸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고 한국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논픽션도 아니고 문학작품을 외국어로 쓸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편이 홍콩으로 발령받게 되어 홍콩에서 살기 시작했고 영어가 공용어인 홍콩에서 대학원 문예창작프로그램에 등록하면서 얼렁뚱땅 영어로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작가의 영어 단편소설들이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미국의 각종 문예지에 1년에 두어편씩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 작가의 첫 영어 장편 소설인데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들을 보고 연락을 이어온 에이전트와 계약을 하고 그를 통해 미국의 대형 출판 그룹 하퍼 콜린스의 주력 출판사 하퍼에서 선인세를 받고 출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설 자체보다 작가의 독특한 이력과 서사가 궁금해서 그 호기심으로 선택했다는 편이 맞습니다

주제도 소재도 어떤 책인지 모르고 동네 도서관에 사달라고 신청해서 서점 바로대출 받았습니다

 

한 일주일은 그냥 가방에 넣고 들고만 다니다가 잠깐 짬이 날 때 몇장 휘리릭 읽어보다 홀라당 빠져서 사흘만에 호로록 다 읽고 말았습니다

책만 잡고 있었다면 아마도 하루에 뚝딱할 정도로 흡입력있고 재미있습니다

 

온전한 한국인이 쓴 영문 소설이라 이 책은 번역판입니다.

그래도 작가가 토종 한국인이라 그런가 아님 번역가가 번역을 잘 해서 그런가 작가와 번역가의 공조가 뛰어나서인가, 번역이라는 느낌없이 잘 읽힙니다

할머니/할멈을 구분해서 쓴 걸 보고 원서는 무슨 단어를 썼길래 문장에 따라 이렇게 구분했을까 싶은 시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책장이 넘어갈수록 예상치못하게 전개되는 소재와 내용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한국 근현대사의 큰 사건을 겪은 한 여인의 삶이라고 해두죠

이런 내용의 소설과 기타 예술작품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가 하고 넘길 수도 있는데, 여태까지의 소설과 좀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과연 이 작가가 이 소재와 내용으로 한국어로 소설을 집필했을 때도 이런 뉘앙스와 느낌이 났을까?

이 소설은 국문학에 속할 것인가? 영문학에 속할 것인가? 하는 오묘한 질문이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익숙한 소재로 전개되는 스토리와 플롯에서 풍기는 약간은 낯선 거리감, 시선의 각도가 약간, 아주 약간 틀어져 있다는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이게 영어로 쓴 소설이라 그럴까 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끝까지 유지하게 합니다

 

익숙하면서도 익숙치 않은 소재와 등장인물들, 사건들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와 촘촘히 엮여서 가볍지만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그 무게에 눌리지 않는 속도감, 요즘 제가 꽂혀있는 엔딩으로 갈뻔했으나 정석 엔딩으로 끝내서 약간은 아쉽기는 하지만, 무난한 마무리까지 딱히 꼬투리잡을 수 없는 오랜만에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에는 다중언어 능력자들이 몇명 나오는데, 등장인물의 생각으로 풀어낸 작가의 생각은 한 인간이 어떤 언어를 정복하고 마스터하면 역으로 그 언어(와 그 언어의 배경과 문화)에 그 인물도 당연히 영향을 받고 정복당하기 마련이라고 하는데, 이 책 자체가 그런 느낌을 줍니다

한국인이 한국적 소재로 쓴 소설이지만, 한국어가 아닌 '영어'라는 언어적 도구를 갈아타서 생기는 묘한, 아주 약간의 간극이 주는 흥미로운 지점이 느껴진달까?

번역의 문제가 아닌, 집필 자체의 자세와 관점의 차이?랄까?

이런 문학적 경험이 처음이라 저도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듭니다만, 아주 간만에 독특한 플롯의 한국 소설을 만나서 소개해봅니다

IP : 58.145.xxx.13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8.12 6:03 PM (211.219.xxx.62)

    감사합니다.
    흥미롭네요.
    부케로 책파는 시동생이
    휴가철앞두고 명절전에 짹이 가장 잘팔린다고 ㅋ
    더우니..도서관 가고 서점가고
    저도 그래요.

  • 2. 으싸쌰
    '24.8.12 6:05 PM (218.55.xxx.109)

    원서를 읽어보고 싶네요

  • 3. ㅇㅇ
    '24.8.12 7:20 PM (14.53.xxx.152)

    정성들인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7954 햇생강을 샀는데요. 뭐할까요? 8 햇생강 2024/11/08 1,446
1637953 군집성 미세석회화... ㅠㅠ 5 유방암 2024/11/08 2,305
1637952 명태균 자녀가 혹시 고3 아닐까요?? 5 ... 2024/11/08 4,982
1637951 막스마라 패딩 입어보신 분 계신가요? 14 82쿡쿡 2024/11/08 3,203
1637950 스타우브 살까요 말까요.... 12 .... 2024/11/08 2,280
1637949 자궁경부암검사했는데요, 반응성 세포변화 소견 13 무서움 2024/11/08 4,512
1637948 현역가왕2, 예선심사 없이 박서진과 신유 투입 2 ........ 2024/11/08 1,710
1637947 전복 솥밥으로 전복죽 만들었더니 대박~ 5 오호 2024/11/08 3,442
1637946 해남배추&강원도배추 어떤게 더 맛있나요? 4 ... 2024/11/08 1,802
1637945 삼천리가스요금 넘오르지 않았나요?? 2 ㄱㄴ 2024/11/08 1,114
1637944 제2 부속실 전경입니다 7 꼭이루어지길.. 2024/11/08 2,891
1637943 지지율이 뭐가 중요할까요 6 ... 2024/11/08 1,506
1637942 게으름ㅠㅠ 부지런한 분 자랑 좀 해주세요 18 ** 2024/11/08 2,908
1637941 수시에서 몇바퀴돈다는 의미? 5 초보입시 2024/11/08 2,002
1637940 비즈진주 티나나요? 2 ㅇㅇ 2024/11/08 780
1637939 동치미는 언제 담는건가요? 3 김치담자 2024/11/08 806
1637938 아래글에 이어서..상담심리사와 공무원.. 9 ㅇㅇ 2024/11/08 1,293
1637937 Ldl 콜레스테롤 떨어뜨리기 2달간의 노력 25 Ldl 2024/11/08 6,073
1637936 이토록 친밀한..기다리고 있어요 5 오늘밤 2024/11/08 1,402
1637935 요새 금 10돈팔면 4 ..... 2024/11/08 3,242
1637934 퇴직연금 가입돼있으면 1년 안돼서 퇴사해도 불이익 없나요? 4 퇴직연금 2024/11/08 1,810
1637933 이게 부정맥 일까요? 2 Oo 2024/11/08 1,573
1637932 보통 칠순 때 자식들한테 뭐 해달라고 요구하시나요? 31 ㅇㅇ 2024/11/08 4,999
1637931 갱년기 남편 원기회복 4 현존 2024/11/08 1,848
1637930 보세 코트 너무 비싸졌어요 11 .... 2024/11/08 4,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