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설 '이름없는 여자의 여덟가지 인생'

... 조회수 : 2,658
작성일 : 2024-08-12 17:55:56

이렇게나 호기심을 전혀 끌지 못할, 지나치게 평범한 제목의 소설을 선택한 건 우연히 읽게된 기사에서 발견한 작가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일부러 한글로 따로 썼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오해받고 있지만, 오리지날 네이티브 코리안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일반적인 교육받고, 언어적으로 특수학교를 다닌 적 없이 대학을 미국으로 진학해서 약 4년간의 외국생활을 한 것이 전부라는 작가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미국 대학의 교수로부터 낙제는 면하겠지만, 이걸로 먹고살 생각을 하지는 마라는 말을 들었다는 작가는 영어로 소설을 쓸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고 한국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논픽션도 아니고 문학작품을 외국어로 쓸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편이 홍콩으로 발령받게 되어 홍콩에서 살기 시작했고 영어가 공용어인 홍콩에서 대학원 문예창작프로그램에 등록하면서 얼렁뚱땅 영어로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작가의 영어 단편소설들이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미국의 각종 문예지에 1년에 두어편씩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 작가의 첫 영어 장편 소설인데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들을 보고 연락을 이어온 에이전트와 계약을 하고 그를 통해 미국의 대형 출판 그룹 하퍼 콜린스의 주력 출판사 하퍼에서 선인세를 받고 출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설 자체보다 작가의 독특한 이력과 서사가 궁금해서 그 호기심으로 선택했다는 편이 맞습니다

주제도 소재도 어떤 책인지 모르고 동네 도서관에 사달라고 신청해서 서점 바로대출 받았습니다

 

한 일주일은 그냥 가방에 넣고 들고만 다니다가 잠깐 짬이 날 때 몇장 휘리릭 읽어보다 홀라당 빠져서 사흘만에 호로록 다 읽고 말았습니다

책만 잡고 있었다면 아마도 하루에 뚝딱할 정도로 흡입력있고 재미있습니다

 

온전한 한국인이 쓴 영문 소설이라 이 책은 번역판입니다.

그래도 작가가 토종 한국인이라 그런가 아님 번역가가 번역을 잘 해서 그런가 작가와 번역가의 공조가 뛰어나서인가, 번역이라는 느낌없이 잘 읽힙니다

할머니/할멈을 구분해서 쓴 걸 보고 원서는 무슨 단어를 썼길래 문장에 따라 이렇게 구분했을까 싶은 시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책장이 넘어갈수록 예상치못하게 전개되는 소재와 내용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한국 근현대사의 큰 사건을 겪은 한 여인의 삶이라고 해두죠

이런 내용의 소설과 기타 예술작품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가 하고 넘길 수도 있는데, 여태까지의 소설과 좀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과연 이 작가가 이 소재와 내용으로 한국어로 소설을 집필했을 때도 이런 뉘앙스와 느낌이 났을까?

이 소설은 국문학에 속할 것인가? 영문학에 속할 것인가? 하는 오묘한 질문이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익숙한 소재로 전개되는 스토리와 플롯에서 풍기는 약간은 낯선 거리감, 시선의 각도가 약간, 아주 약간 틀어져 있다는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이게 영어로 쓴 소설이라 그럴까 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끝까지 유지하게 합니다

 

익숙하면서도 익숙치 않은 소재와 등장인물들, 사건들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와 촘촘히 엮여서 가볍지만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그 무게에 눌리지 않는 속도감, 요즘 제가 꽂혀있는 엔딩으로 갈뻔했으나 정석 엔딩으로 끝내서 약간은 아쉽기는 하지만, 무난한 마무리까지 딱히 꼬투리잡을 수 없는 오랜만에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에는 다중언어 능력자들이 몇명 나오는데, 등장인물의 생각으로 풀어낸 작가의 생각은 한 인간이 어떤 언어를 정복하고 마스터하면 역으로 그 언어(와 그 언어의 배경과 문화)에 그 인물도 당연히 영향을 받고 정복당하기 마련이라고 하는데, 이 책 자체가 그런 느낌을 줍니다

한국인이 한국적 소재로 쓴 소설이지만, 한국어가 아닌 '영어'라는 언어적 도구를 갈아타서 생기는 묘한, 아주 약간의 간극이 주는 흥미로운 지점이 느껴진달까?

번역의 문제가 아닌, 집필 자체의 자세와 관점의 차이?랄까?

이런 문학적 경험이 처음이라 저도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듭니다만, 아주 간만에 독특한 플롯의 한국 소설을 만나서 소개해봅니다

IP : 58.145.xxx.13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8.12 6:03 PM (211.219.xxx.62)

    감사합니다.
    흥미롭네요.
    부케로 책파는 시동생이
    휴가철앞두고 명절전에 짹이 가장 잘팔린다고 ㅋ
    더우니..도서관 가고 서점가고
    저도 그래요.

  • 2. 으싸쌰
    '24.8.12 6:05 PM (218.55.xxx.109)

    원서를 읽어보고 싶네요

  • 3. ㅇㅇ
    '24.8.12 7:20 PM (14.53.xxx.152)

    정성들인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6209 맥xxx스낵랩 소스 궁금해요 3 ㅇㅇ 2024/09/03 662
1626208 얼굴에 물총 쏘는 아이에게 주의주니 대답이..../ 펌 14 와아 2024/09/03 4,414
1626207 지하철에서 고래 고래 소리지르며 문재인 욕하는 기독교 신자. 14 0000 2024/09/03 3,388
1626206 킹사이즈 매트리스 사다리 이용해야 하나요?? 9 .. 2024/09/03 495
1626205 주말에 호주비자 신청시 호주 2024/09/03 278
1626204 요즘 저가 체인 커피숍 차리는데 1억 든다는 얘기가 6 ... 2024/09/03 3,199
1626203 식당에서 주는 야채사라다는 도매로 어디서 사오는건가요 9 ?? 2024/09/03 2,112
1626202 검총 인사청문회 생방중 심우정 (김건희 친오빠 친구) 5 청문회 2024/09/03 1,313
1626201 호박만두 간단하게 할건데요 2 ㅇㅇ 2024/09/03 981
1626200 아..택시불랐는데 전기택시네요 ㅜㅜ 21 ㅜㅜ 2024/09/03 4,470
1626199 이탄희 김건희팩폭 5 ㄱㄴ 2024/09/03 3,004
1626198 20년된 에이스 침대 12 ㅅㅈ 2024/09/03 2,563
1626197 돈을 떼어서 8월2일 지급명령소장냈는데 ㄷㄹ 2024/09/03 779
1626196 국민연금 2026년부터 받는데 조기청구할까봐요 13 .... 2024/09/03 2,941
1626195 남편이 에르메스 벨트를 망쳐놨네요 ㅎㅎ 10 ... 2024/09/03 2,661
1626194 토퍼, 럭스나인 살까요? 추천좀... 1 ... 2024/09/03 534
1626193 혹시 침맞고 요실금 좋아지신 분 계신가요? 5 ... 2024/09/03 816
1626192 올여름 더위 때문인지 입맛이 없네요 6 ;....... 2024/09/03 715
1626191 저도 육전을 해 볼까 합니다. 5 와인과 육전.. 2024/09/03 1,782
1626190 밑에 크루즈 여행 글 보니 저도 가 보고 싶네요. 3 .. 2024/09/03 1,095
1626189 원래 휴무일이 주중일경우 여쭙니다 2024/09/03 290
1626188 기쁨은 배가 된다고 하는데,, 제 남편은 기쁨을 절반으로 줄이는.. 1 ** 2024/09/03 990
1626187 독일의 교육은 33 ㅌㅇㄷ 2024/09/03 3,038
1626186 자녀 입시끝나신분 22 ㅇㅇ 2024/09/03 3,984
1626185 가정 어린이집 조리사 9 ... 2024/09/03 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