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십년 전 쯤이네요.
남편이 하던 사업이 망해서^^;; 일산끝 탄현으로 이사를 갔었어요.
아이들이 한 살,다섯 살 이었고
전에 알던 지인 소개로 강남역에 있는 직장에 다니게 되었어요.
아침 일곱시에 업무시작하는 곳이어서
새벽 네시반에는 깨서 출근 준비해야 대화역에서 다섯시 십오분에 출발하는 첫차를 탈 수 있었어요.
대화역에 새벽에 도착하면
전철이 모든 문을 개방하고 첫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럼 반쯤 뜬 눈으로 겨우겨우 의자에 앉아 바로 잠이 들어버렸어요
가끔 눈 감은채 귀를 열면.. 겨우 구파발, 약수...
간신히 교대에서 일어나 환승을 햇죠..
두시간 정도 걸려 출근을 하고, 두시간 걸려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해 아이들 케어하고 살림하고...
사업이 망해버린 터라 도우미를 쓸 생각도 못하고
하루 네시간 정도 자면서 일했어요..
지갑에는 만원짜리 한 장이 들어있는 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어느날인가..
퇴근길에 일곱명이 앉는 자리 제일 끝에 자리를 잡고 졸고있었어요.
퇴근길이니 다리도 아프고 잠이 부족하니 앉자마자 잠이 쏟아지더라구요..
원래 예민한 편이라
잠귀도 밝고 집에서도 선잠을 잘 자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아마 곯아떨어진 모양이예요
분명히 제가 앉았을때 자리가 서너개 있었고 서있는 분이 없었거든요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아프더라구요
누군가 제 어깨를 무언가로 내리친 것처럼...
눈을 떠보니 왠 할아버지 한 분이 제 앞에 서서 지팡이를 들고 계시더라구요
"젊은게 ... 자는 척 하고... 할머니가...."
주위를 둘러보니 왠 할머니가 제 옆(문 앞,,, 기둥을 붙잡고)에 쪼그리고 앉아계시는 거예요
아마도
할머니가 제 옆에 다리아파서 쪼그리고 앉으신것 같고
왠 할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 제가 자는척 하는것 같으니 정의실현(?)을 하신다고
지팡이로 저를 내리친것 같더라구요..
그 상황에서 할머니는 아이구 다리야.. 허리야 그러고 있고
저는 그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
주섬주섬 가방챙기고 다음역에 내려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전철칸에 서있던 사람은 할아버지 한분이었고
나 말고도 다른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정말 지쳐서 자고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집에가서
" 오늘 내가 아주 괘씸한 아줌마를 혼내줬어"
" 요즘 젊은 것들은 못쓰겠어" 하면서 자기를 정당화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살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가장 어이없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전철이든 버스든 지쳐 조는 젊은 사람들 보면 그날, 그무렵의 제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