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면 종류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라면이에요.
생각해보니 거의 모든 종류의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고 디저트나 식사 대용으로 빵, 케이크 즐겨 먹었습니다.
거기다 맞벌이하고 애 낳고 살면서 저녁마다 기가 빨려서 꼼짝할 수가 없어서 배달도 많이 시켜먹었구요.
그러다보니 결혼 전하고 비교해서 15킬로가 우습게 쪘어요. 결혼 13년차입니다.
살찐 건 둘째 치고 성인 아토피 비슷한 증상이 지난 겨울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피부과도 다녔는데 약먹고 연고 바를 때 그 때 뿐이고 계속 되풀이되더라구요.
뭔 일인가 싶어 이것저것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아마 내장비만 + 만성염증 상태이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윗배가 많이 나오면서 옷태가 안나기 시작한 지 꽤 됐어요. 아랫배 나오는 것과 윗배 나오는 건 핏 자체가 다르더라구요. 사람이 둔해보이는 느낌. 검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대사 질환인 것으로 생각되어서 큰 맘 먹고 빵, 라면 등등등... 밀가루로 만들어진 모든 음식을 끊고 과자, 믹스커피 등 설탕이 많이 포함된 음식도 다 끊었습니다. 배달음식도 안먹었어요. 정말 못참을 것 같을 때 저당 초콜릿 한 알씩만 먹었어요.
그냥 집밥 잘 챙겨먹거나 다이어트식에 가까운 포케를 먹었어요. 포케는 사서 먹기도 하고 만들어먹기도 했어요. 그리고 평소보다 좀 많이 걸었어요. 차 두고 다니고 사무실까지 걸어다니고(빠른 걸음으로 30-35분), 밥 먹고 나서는 가급적 산책을 꼭 했어요. 바쁠 때는 대충 책상에서 먹고 바로 일했거든요.
그렇게 한지 이제 3주 넘어 4주차인데요.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피부염 사라짐+피부결 매끄러워짐, 체중 약 3키로 감량, 체중 대비 배가 들어가 안맞던 바지와 스커트 맞기 시작, 여기저기 쑤시고 눈 떠 있는 시간 내내 피곤하던 증상 사라짐, 제가 짜증이 많은 편인데 짜증 덜 남... (원래 까칠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었나 하는 착각도 가능) 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생각보다 이게 힘들지 않아서이고 열거한 장점의 마지막 부분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평화는 탄수화물에서 온다는 말을 믿으면서 살았고 거기에 충실한 삶을 살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예전에 밀가루 끊기 후기 등등에서 이런 저런 장점 끝에 "그리고 죽고 싶다."라는 말을 보고 빵 터지면서 절대 밀가루 설탕 끊기는 안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과당이 짜증을 불러오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구요. 피곤해서 당이 땡긴다고 생각해서 간식과 빵을 흡입하면서 살았는데 아마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서 피곤했던 거고 그래서 짜증이 더 났던 거고 그래서 간식을 다시 먹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지 싶어요.
그냥 밥 먹으면서 탄수화물을 적절하게 잘 챙겨먹으니 오히려 간식 먹고 싶지 않았고 밀가루 음식도 땡기지 않았어요.
아마 렙틴 호르몬 조절에 고장이 났던 것 같고 이거 자체가 대사질환의 일부이기도 한데 제가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인데, 스트레스가 렙틴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호르몬을 교란시키면 당이 더 땡기고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사실 시기적으로 한가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해요. 미친듯이 바빠지고 초치기로 살게 되면 다시 배달 음식 시켜먹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 많이 먹을 수도 있겠죠. 그럼 말짱 도루묵일 것 같긴 한데요 ㅡㅜ
일도 열심히 하고 성과도 내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건강도 잘 챙길 수도 있는 방법은 없나 싶기도 해서 속상해요. 평소라면 엄두도 못낼 일들이었거든요.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최대한 길게 유지해보고 싶어요.
요즘 탄수화물 말 많은데 건강한 탄수화물 적정량으로 꼭 챙겨드시고 삶의 질이 두루두루 높아지는 현생 보내시기 바랍니다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