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애 키우기 전까지 내가 이리 덜 치유된 사람인지 몰랐어요

ㅁㄴㅇㅎ 조회수 : 1,884
작성일 : 2024-07-01 15:36:59

성장과정이 참 뭣같았어요.

또래 중에서는 꽤나 더러운 꼴 보고 자랐고요. 

과장 조금하면

세멘 바닥에 유리 한장 박살내고 그걸 또 누가 잘근잘근 밟아서 가루로 빻아진 약간 그런 환경인데

저는 참 밝고 맑게 자랐고

누구한테 대들거나, 깽판을 치거나, 가출을 하거나 하지 않았고,

(가족성원 2분의1 가출함)

항상 개그맨 되라 소리 듣게 애들 웃겨주고, 학교도 제때 괜찮게 가고,

공부도 꽤 잘했고, 배우자도 잘 만나서 소시민으로 원만하게 살거든요. 

실제로 어두운 감정을 잘 못느끼고 늘 까불면서 살았어요.

 

착하다..란 얘기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약간 씁쓸하게 절 보며 하셨죠.

그 한 단어 앞에 괄호 열고(니 집안꼴이 그꼴 났는데도 니는 참 잘자란걸 보면)괄호 닫고.

그만하면 착하다...이거죠. 

 

근데 애들 키우면서 막 나오네요.

내 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멱살잡혀서 목구멍으로 역류해 나오는 기분이에요.

첫애가 두 돌 무렵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매일 죽고 싶고, 이 애가 하루 아침에 없던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운전하면 마주오는 차가 날 치면 어떨까 싶고....

그래도 아이들 어릴땐 별말썽 없이 이쁘니 그냥저냥 괜찮다가

이것들이 사춘기지나며 질풍노도 달리는데

완전 괴물괴물이 내 속에서 나와가지고  날 흔들어대는데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외로움, 결핍,...누군가 꼭 붙들어야겠고,

이번 생에는 꼭 좋은 가정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필사적인 욕망이 절벽에서 한발 한발 위로 기어올라

좀비처럼 나를 좀먹어요.

내가 원가정에서는 당했지만

이번 가정만큼은 꼭 사랑넘치는 가정, 안전한 가정을 만들거야 라는 욕구가

그렇게나 강렬한지...사건이 터지고 위기의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그 욕망이 너무나도 절박하게 저를 사로잡았고,

차라리 조금 놓으면 좋을텐데 그럴 수 없으니

저 멀리서 불길한 징조가 손톱만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면 

불안함이 나를 흔들면서 목을 졸라오고, 그게 결국 통제욕구로..

그러니 나도 미치고 가족들도 미치고....

 

예를 들면,

큰애vs작은애

전쟁이 일어나면,

너무 슬퍼서 명치가 죽창에 찔린것 같고, 머리 산발하고 울고 싶어요 

겨울왕국 보면서 그렇게 울었잖아요 제가-.-

저집 자매들은 저렇게 사랑하는구나 엉엉..

 

휴,,,,

그래도 지금 상태는 다시 평온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기대를 낮추려고 애쓰고있어요

내 인생과 애들 생을 분리하려고. 

암튼, 

결론은 돌아돌아,

애들 아니었으면 내 괴물을 보지 못했다구요.

지금은 보고 그 괴물이랑 잘 지내고, 단단해져서 좋은데.

사실 애들 없어서 괴물을 안꺼내고 살았어도 나쁘진 않을거 같다는

이도 저도 아닌 결론 투척하고 도망가요...

IP : 222.100.xxx.51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두
    '24.7.1 3:40 PM (175.212.xxx.96) - 삭제된댓글

    엄마가 되면 안되는 사람인걸
    아이를 넣고 알았어요
    그래서 둘째는 안 낳음

  • 2. ㅎㅎ
    '24.7.1 3:41 PM (222.100.xxx.51)

    애들없었으면 좀 더 풍족하고 좀 더 교만하고 덜 사람되서 살았으거에요

  • 3. ㅡㅡ
    '24.7.1 3:44 PM (221.140.xxx.254) - 삭제된댓글

    제가 지금 있는 지옥을 잘 설명해주셨네요
    아이와 남편은 제 불안을 이해 못해요
    내 사명같은건데
    이게 자꾸 어긋나요
    말로 설명이 안됐는데
    이렇게 설명해야겠어요
    글지우지말아주세요
    제 불안이 나를 집어삼끼고
    내가정마저 휩쓸어버릴때
    정신차리도록 한번씩 읽어보고싶어요

  • 4. ...
    '24.7.1 3:53 PM (219.255.xxx.142)

    토닥토닥 원글님도 저 자신도 토닥토닥 해주고 싶네요
    갑자기 너는 왜 나와? 하신겠지만..
    비슷한 과정을 지나왔고
    지금도 매일 내 안의 불안이 아이들에게까지 닿아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기를 기도한답니다.

    아이 사춘기로 힘들때 심리상담 샘을 만난적이 있는데 상담샘이 어머님이 이 시기였을때 부모님은 어떻게 해주셨나요? 물은적 있어요.
    그 질문을 받고 울어버릴뻔 했습니다.
    그지같았고 기억하기도 싫어서 통째로 거세해버린 내 어린시절이 떠올라서요ㅜㅜ
    그래도 어찌어찌 헤쳐가고 있네요.
    저도 아이들과 같이 자라고 있음을 느낍니다.

  • 5. 어서
    '24.7.1 4:01 PM (61.100.xxx.112)

    어서 병원가서
    상담받고 치료를 받으시는게
    어떠실까요
    그거 다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 6. 열악한 환경에서
    '24.7.1 4:06 PM (183.97.xxx.35) - 삭제된댓글

    생긴 열등감이 문제인데

    열등감을 치유하지 않는한 애들이 있건없건
    그 성격이 변하기는 쉽지 않을거에요

    열등감 때문에 필요이상으로 밝은척 하고
    남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려면 치유가 우선 ..

  • 7. ///
    '24.7.1 4:09 PM (58.234.xxx.21)

    맞아요
    아이키우면서 나라는 존재를 투명하게 직면하게 되더라구요
    알고보니 진짜 보잘것 없고 뭣같은 인간인데
    보통의 어른 보통의 엄마인척 흉내 내느라고 너무너무 힘들었네요
    지금도 진행중 ㅜ
    저도 원글님이랑 똑같은 생각 했어요
    나 나름 괜찮은 사람인줄 착각하면서 그냥 모르고 살다가도 나쁘지 않았겠다...

  • 8. ...
    '24.7.1 4:41 PM (112.168.xxx.69)

    저도.. 보통엄마인척 흉내내고 사는게 너무 힘드네요. 아이가 어릴때는 괜찮았는데. 사춘기 아이와 부딪히니 제 안의 괴물이 아이를 질리게 만들어요. 아이가 저를 너무 무서워하는게 괴롭습니다.

  • 9. ㅇㅇ
    '24.7.1 5:38 PM (106.101.xxx.24)

    아이는 소우주라잖아요.
    토닥토닥
    최선을 다해 견뎌온 님 칭찬합니다

  • 10. ..
    '24.7.1 6:00 PM (223.38.xxx.14)

    저도 비슷하네요..아이키우면서 기본값은 정신력으로 무한애정사랑 장착하는데 한번씩 ㅠㅠ
    아직 아이가 어린데도 이런데 사춘기에 진짜 제가 절
    감당 못 할까 걱정이 미리부터 들기도해요
    그 때는 아이와 좀 거리두기 해야겠다 세뇌시키고 있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14614 양궁 보시는 분들 37 ooooo 2024/07/29 5,029
1614613 애기들 태권도 하는 모습 귀여워요 4 귀욤 2024/07/29 2,040
1614612 나이들어서 눈밑꺼짐과 눈밑 지방 불룩은 반대잖아요 3 ㅇㅇㅇ 2024/07/29 2,579
1614611 내일 강진으로 떠나요. 여행자 2024/07/29 848
1614610 예전에는 양궁 과녁 정가운데에 카메라 렌즈가 있었는데.. 3 짜짜로닝 2024/07/29 3,200
1614609 양궁 결승전 9 2024/07/29 1,798
1614608 돌봄교실 수업 재료비를 강사윌급에서 써요 23 진상 2024/07/28 3,747
1614607 랄랄 부녀회장 연기 14 ㅇㅇ 2024/07/28 5,482
1614606 올림픽일정 어디에 나와요? 4 ㅡㅡ 2024/07/28 696
1614605 차량 연비 어찌 되세요? 23 행복한새댁 2024/07/28 1,816
1614604 (스포 한스푼) 낮과밤이 다른 그녀 대단하네요 6 와이라노 2024/07/28 5,461
1614603 장마 끝인가요? 6 2024/07/28 3,178
1614602 에어컨 쉴새없이 계속 틀어도 되나요? 8 더워 2024/07/28 3,930
1614601 KBS 신유빈 탁구의 해설...심야 라디오 DJ인줄 1 ㅁㅎㄴ 2024/07/28 2,875
1614600 이진숙,내 이럴 줄 알았다 / 노종면 17 하이고 2024/07/28 5,533
1614599 스포 부탁요 밤낮다른그녀 너무 무섭 6 나름스포 2024/07/28 4,262
1614598 강아지가 삶의 행복이신분 계신가요 23 ㄷㄷㅅ 2024/07/28 3,619
1614597 사무실 책상에 가족사진 놓는 남자 15 2024/07/28 5,092
1614596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해보신분 있어요? 22 ..... 2024/07/28 4,298
1614595 남편이랑 립스틱 사러 갔다가 81 ... 2024/07/28 20,610
1614594 고수 좋아하는 분 계신가요 14 고수 2024/07/28 2,904
1614593 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어떤 책이 제일 좋으세요? 4 하하하 2024/07/28 1,276
1614592 아들 입대할 때 6 ㅇㅇ 2024/07/28 1,378
1614591 어깨질환- 뒤로 팔 꺾으면 많이 아픈 분들 30 ㅇㄹ 2024/07/28 3,404
1614590 나의 아저씨에서 할머니가 드시던게 뭐였죠? 6 .. 2024/07/28 3,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