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링컨은 말했다지요.
엇저녁 우리 강아지 얼굴을 보다가 문득
링컨의 명언이 떠올랐어요
우리 강아지가 아랫집 강아지일때부터
대략 4개월쯤 처음 본날부터
사랑하게 되어 몰래 혼자 촬영한 것들을
개인소장 유튭에 올려놓고 있어요
1살이 된 즈음 제가 입양하고
벌써 2년을 키웠으니 벌써 3살...
엇저녁 며칠전 찍은 영상으로
쇼츠를 만들다보니 우리 강아지 얼굴이
많이 행복해 보여요
남들은 모르겠지만
이게 나의 마음을 참으로 벅차게 하네요
불안정한 환경에 데려와서
항상 미안했기에 최선을 다해 돌봐주고
사랑해 주려고 한 게
잘 한 거구나 싶어요
처음 데려와 중성화 수술 얼마 후
저도 많이 아파서 낯선 곳에서 강아지가
20일 가량 혼자 힘들게 지냈고
다시 만났을 땐 내가 깁스한 다리로
산책도 돌봄도 해주기 곤란한 지경이라
우리 강아지가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거든요
제가 다리 깁스 풀고
두달쯤 되었나
우리 강아지랑 산책 후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어요
그때 하얀 진돗개와 하얀 포메를 데리고
산책하던 아저씨가
우리 강아지에게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 야 이놈아 왜 그리 인상을 쓰고 있어?!"
그도그럴 게
아저씨의 강아지는 둘 다 방글방글 웃고 있듯 햐아~ 햐아~ 입을 벌리고 있었고
나의 강아지는 내 무릎에 앉아 있는데도
시들하고 못미더운 병자인 견주로 인해
불안감에 휩싸여
이마에 내천자가 생길 지경으로
인상을 팍 쓰고 있었거든요
...
뭐라 대꾸할 수 없고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강아지를 데려와 잘 키우지 못하고
있고 강아지도 행복하지 못한 거 같고
한숨만 나오더군요
그래도....어떡해요
다소 부족한 환경이지만
2년간 아침 저녁 산책도 하고
공놀이도 하고
밥도 먹고
아삭한 오이도 나눠먹고
고기도 황태도 귀리쿠기 고구마까지
우리 강아지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했어요
요즘 우리 강아지 영상찍은 걸 보거나
곁에서 먹고 노는 걸
가만히 지켜보면 전과 많이 달라요
더 많이 건강해졌고
더 많이 행복해 하는 거 같아요
이렇게 더운 여름날씨엔
작년까지는 가을 찬바람 날 때까지
사료는 절반도 안 먹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아침 저녁 싹싹 밥 잘 먹구요
응가 이슈로
유산균을 몇달을 먹여도 소용없더니
요즘은 진짜 탱글탱글 말랑한 응가를 쑥쑥 ㅋㅋ
산책도 못 간다고 안아달라고
땡깡부리기 일쑤였는데
혼자서 완주하고요!
마킹을 안 하게 해도 룰루랄라해요.
음악 듣고 곁에와 편히 자며
무서운 냥이 소리에도 덜 예민해져 잠을 자고
그야말로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이러니까 정말
우리 강아지 얼굴에
내천자가 사라지고
헤헤 웃는!!!
처음 만날 때 그 4개월 천진난만하게
고통따위 전혀 모르는 아기 강아지의 얼굴로
돌아왔어요
참 다행이죠.
그래서 생각해 본 게
2년 정도 키우면 견주는
강아지 얼굴에 책임을 져야만 해요
얼마나 강아지가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는지 강아지도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