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2021.8.3 일경 췌장암4기 진단을 받았다
2주에 한번씩 2박3일 입원해서 표준항암제를 내내 투약하는 함암치료를 시작했다
두번째인가 세번째인가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했는데 간호사가 호중구 수치가 기준치 이하라 촉진제를 맞고 다음날에 수치가 올라야 항암을
시작할수있다고 했다
(환우와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우 "항암 빡구 맞았다"라고 표현한다)
병원을 극도로 싫어 했던 남편에겐 2박3일도 지옥인데 하루가 더 길어지는 입원 일정에
실망하는 기세가 역력했다
호중구란 뭔가? 호중구 수치를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나는 미리 가입해둔 암카페에서 여러 정보를 종합해서 닭발곰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허리가 안좋은 나는 우슬+닭발 조합의 우슬탕이 허리에 좋다는 주위의 권유에도 단 한번도
끓일 엄두도 못냈는데 남편의 항암치료를 위해서는 기꺼이 마다않고 10일 한번씩 닭발곰탕을 끓였다
닭발1kg에 식초을 한바퀴 두르고 휘리릭 끓여낸후 깨끗이 씻고 대추,생강,통후추,소주를 넣고 3시간 정도 끓이면 1/3정도로 물이 줄고 식혀서 냉장고에 보관후 아침 식전에 200ml정도씩 먹였다
남편은 3년 가까이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닭발곰탕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마셨다
그 이후에도 호중구 수치가 낮거나 백혈구수치가 낮아서 항암 빡구 맞은 적은 종종있었지만
그래도 닭발곰탕 덕분에 무리없이 항암치료를 잘 받았고 효과는 증명되지않았으나 맘속에 품고다니는 부적처럼 우리 부부게 닭발곰탕은 꼭 복용해야하는 아주 중요한 보조치료제? 가 되어있었다
근래에 남편의 병세가 위중해져서 계속 되는 입원으로 냉장고에 끓여 두었던 닭발곰탕이 줄어
들지않고 있어 조금 덜어 먹어 보았다
너무 맛이 없고 느끼하다
남편은 이 맛없는 것을 3년 가까이 먹었다니... 오직 항암이라는 연명치료를 오랫동안 받기위해
아침마다 먹었던 것이다
3년여의 투병생활을 씩씩하게 해온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냉동실에는 미리 쟁여 놓은 1kg의 닭발이 있다
난 이제 더이상 닭발곰탕을 끓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