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 1926. 어니스트 헤밍웨이

... 조회수 : 1,083
작성일 : 2024-06-24 11:44:35

이 책을 썼을 때 헤밍웨이는 젊었고,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어렸다. 

 

헤밍웨이의 문장을 좋아하고, 그의 대다수의 책들도 좋아해서 나름의 기대를 갖고 읽어냈다. 좋은 구절은 어김없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좋아할 수는 없었다. 다 읽은 후 나는 그저 이렇게 내뱉었던 것 같다. 도대체 마음에 드는 인물이 하나도 없군. 

 

내 영어가 별로여서 그런가 하고 번역본이 있나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 이 책은 국내에서 번역되지 않았다. 

 

몇 년 후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그 때는 친구였던 남편과 학교 앞 펍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만났는데, 이 녀석이 먼저 와서 바에서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이런 구절이 좋았어 하며 몇 마디 나누다가 결국 말을 하고 말았다. 사실은 나 이책 별로야. 의미없고 방탕해.

 

녀석이 한참을 웃었다. 20대에 방탕하다는 말을 쓰는 사람은 처음 봤어. 너는 모든 것에 의미가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니?

 

이 자와 사랑을 하고, 연애을 하고 결혼을 해서 같이 살고 있다. 

남편은 지금도 여름이 느껴지는 날들이 다가오면 이 책을 읽는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여름이 오면 이 책을 꺼내 드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1970년대에 발행된 판본은 이제는 다 떨어져서 낱 장 낱장 다시 붙여서 보는 것마저도 불가능해져서, 그는 결국 새 책을 주문해야 했다. 

 

6년 전에 나도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나이 들어 가면서 너그러진 부분도 있고, 가벼워진 부분이 크고, 그래서 모두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 모든 인물들이 짠하기도, 대견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여전히 멍청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올 해는 내가 먼저 이 책을 꺼내 들어 읽었다. 

 

'나는 대가를 모두 지불했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지불하고 지불하고 또 지불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말이다. 응보라든지 벌이라든지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가치의 교환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것을 포기하고 다른 어떤 것을 손에 넣는 것이다. 또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 그 대가를 치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얻기 위해 나름대로 값을 치렀고, 그래서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것들에 관해서 배운다든지, 경험을 한다든지, 위험을 무릅쓴다든지 아니면 돈을 지불함으로써 값을 치렀다. 삶을 즐긴다는 것은 지불한 값어치만큼 얻어 내는 것을 배우는 것이고, 그것을 얻었을 때, 얻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

 

이 말을 진정 받아들이기에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 책에 대해 내가 치룬 대가는 시간이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1970대 발행된 이 책의 표지를 다른 시대의 표지보다 좋아한다. 

부부 일러스트들인데, 같이 보셨으면 해서 링크를 첨부한다. 

첫 링크는이 부부의 작업물인데, 요리책이 특히 귀엽다. 중간 정도에 이 책의 표지가 나온다. 

https://fishinkblog.com/2021/06/21/ruth-and-james-mccrea-childrens-illustrator...

두 번째 링크는 이 부부가 헤밍웨이 책 표지 한 것만 모아 놓은 것 

https://graphicarts.princeton.edu/2018/05/23/ruth-and-james-mccrea/

 

 

IP : 108.20.xxx.18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24.6.24 11:56 AM (118.235.xxx.7)

    책표지 공유 감사합니다
    인상적이네요

  • 2. ...
    '24.6.24 12:02 PM (108.20.xxx.186)

    책표지와 더불어 이 분들의 일러스트 작품들이 꽤 오래 전 것인데도, 생동감 있고 예뻐요. 그래서 공유하고 싶었어요. 저도 감사합니다.

  • 3. 책자체는
    '24.6.24 12:03 PM (223.62.xxx.59)

    좀 유치하죠
    헤밍웨이 팬이지만 치기어린 젊은 나이에 쓴 글이니 감안하고 읽어야죠.

  • 4. ...
    '24.6.24 12:13 PM (108.20.xxx.186) - 삭제된댓글

    저도 처음에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별로였는데, 거의 20년 가까이 만에 이 책을 다시 읽고는 제가 어릴 때는 오히려 이해할 수 없었던 젊음의 시간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후로는 좋아하게 되었구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스에서 주인공이 그토록 동경하던 시기와 인물들이 헤밍웨이와 그 친구들인데, 헤밍웨이는 나이가 들면서 이 시절을 부끄럽게 생각했다는 것도 재미있어요.

    여름이면 이 책을 꺼내는 제 남편은 1차 대전 후 키득거림과 냉소를 같이 할 수 밖에 없던 젊음의 기록이라 말하더군요.

  • 5. ...
    '24.6.24 12:18 PM (108.20.xxx.186)

    저도 처음에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별로였는데, 거의 20년 가까이 만에 이 책을 다시 읽고는 제가 어릴 때는 오히려 이해할 수 없었던 젊음의 시간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후로는 좋아하게 되었구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스에서 주인공이 그토록 동경하던 시기와 인물들이 헤밍웨이와 그 친구들인데, 헤밍웨이는 나이가 들면서 이 시절을 부끄럽게 생각했다는 것도 재미있어요.

    여름이면 이 책을 꺼내는 제 남편은 1차 대전 후 키득거림과 냉소를 같이 할 수 밖에 없던 젊음의 기록이라 말하더군요.

    의견 나눠서 감사해요. 즐거운 점심 시간 보내세요.

  • 6. ...
    '24.6.24 12:24 PM (108.20.xxx.186)

    의견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쓰려고 했는데, 중간에 '주셔'는 어디로..

    223님 이번엔 제대로 쓸께요. 의견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8634 공항 건설은 어떤 회사가 하나요? 1 궁금 2024/06/26 654
1588633 급 수박쥬스 얼려도 7 ... 2024/06/26 1,416
1588632 청바지 허리를 운동화끈으로 묶었더라구요. 13 ... 2024/06/26 5,253
1588631 이동식 에어컨 쓸만한가요.?, 10 ... 2024/06/26 1,548
1588630 남도장터 한우 대박!!! 19 ㅇㅇ 2024/06/26 3,788
1588629 성심당 빵맛 후기 40 크림 2024/06/26 7,364
1588628 부동산 잘 아시는분들 좀봐주세요 1 비발디 2024/06/26 1,157
1588627 일반인은 너무 마른 몸 하지 말라는 유튜버 54 음.. 2024/06/26 20,514
1588626 조금만 힘주면 오른쪽 머리 뒤통수가 지끈 아파요 2 머리가 2024/06/26 1,753
1588625 천주교)환속한 사제들은 3 ㄱㄴ 2024/06/26 3,283
1588624 대각선 아랫층에서 자꾸 담배를 핍니다.. 1 ㅇㅇㅇㅇ 2024/06/26 1,138
1588623 아이친구엄마가 제일 어려운것 같아요 10 .. 2024/06/26 3,150
1588622 남자 아이들 상차림 좀 봐주세요 16 어린이 2024/06/26 1,985
1588621 부산엑스포 예산검증, 부산시와 언론사, 칼럼·기사 거래 의혹 2 뉴스타파펌 2024/06/26 946
1588620 식탁이요 2 식탁 2024/06/26 837
1588619 피부 고민, 도움말 부탁드립니다 고민중 2024/06/26 674
1588618 전업할거 같은 아들 여자친구 94 케이 2024/06/26 17,720
1588617 스네이크 체인목걸이가 구겨졌어요. 3 질문 2024/06/26 1,856
1588616 애가 초3이면.. 8 —— 2024/06/26 1,312
1588615 우울 빵 얘기가 나와서 하는 질문인데 21 ㅇㅇ 2024/06/26 2,536
1588614 딸 키가 저보다 클 줄.... 아니네용 13 ㅁㅎ 2024/06/26 3,280
1588613 자닉스 드시는 분 8 불면 2024/06/26 2,083
1588612 베란다 손잡이 고장으로 안잠기는데 2 질문 2024/06/26 1,141
1588611 부자들의 80프로가 20 ㅇㄹㄹ 2024/06/26 7,558
1588610 미테구청장 뜬금없이 “소녀상 대신 모든 전시 피해여성 기념비 세.. 4 light7.. 2024/06/26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