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처음 느끼는 감당하기 벅찬 마음으로 하루가 힘에 겨워요.
전 깡시골, 뼛속까지 가난한 집안에 개천용이었어요. (과거형). 90년대 중반 학번인데 사교육 모르고 공부했고 학교에 내는 돈 걱정하며 살았어요. 밥이나 옷은 그당시 중요한게 아니었던터라 생각도 안나요.
그래도 성실하게 공부하니 소위 요즘 자식 보내고 싶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죠. 대학 1학년부터 알바 시작. 과외알바는 졸업 때까지 내내 하고 예식장 같이 가끔 일당 나오는 알바는 친구랑 재미삼아 겸사겸사 했어요. 어학연수네 동기들하는 고시공부, 자격증 준비 그런거 꿈도 못 꾸고 그렇게 대학보내고 imf 시기 급하게 취직했어요.
그 다음부턴 만족하는 직장에 못 들어가고 전전긍긍.
지금껏 그래도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내 아이 곧 대학생될 때 되니 제 자신이 참 무능해보이다가 가여워보이다가.. 제 자신한테 어쩔 줄 모르겠어요.
지금껏 성실하게 살아왔고 남들 보기엔 큰고민없이 사는 것처럼 보일텐데.. (크게 부유하거나 잘 나가지 않습니다. 그냥 남들이 아는 직장에 다니고 부부 둘다 학벌이 좋아서 부럽대요. 그래도 양가 도움받은 적 없는 흙수저들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너무 안타까워요.
직장에서는 대충 넘어가지만 집에서 나 때문에 다른 가족 영향을 줄까 (특히 내 아이들에게) 집에 있는 시간이 불안합니다.
저는 가난이 이렇게 만든거 같아요. 가난 때문에 사춘기도 못느끼고 가난 때문에 앞만보고 살았는데 지금 돌어보니 그 가난 때문에 제가 감정의 사치라고 느끼던 매순간이 나에겐 결핍이었던거 같아요.
곧 성인이 될 아이를 키우며 저 아이에게만큼은 가난이 족쇄가 되지 않길 바라고. 저 때 누릴 사치(감정의 사치 포함) 다 누리며 살아야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현실은 우리 때만큼 공부 안하는 아이가 얄밉지만요. ㅎㅎ
날도 꾸물하니 우울한가봐요. 얼릉 점심 먹이고 나가서 운동 좀 하다와야겠어요.
자기연민에.. 좋은 치료법이 있을까요? 갱년기가 좀 안정이 되면 자연치유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