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상처받기 싫어서..그 이유가 젤 컸더라구요
이게 말처럼 환경에 주눅들지 말고 너가 떳떳하고 당당하게 어쩌고저쩌고..
그 멘탈이 쉽진 않은거 같아요
그 아이는 고급 동네 고급 아파트에 살았었고 브랜드 옷만 입고 멀끔 훤칠했어요
말투도 다정했는데 ,, 너 뭐뭐했니~? 잘잤니? 밥 먹었니? 안 피곤하니? 이렇게 물어올 때는
그 다정함이 더 배로 느껴졌었어요
겨울방학 때 우리는 중간 어디쯤에서 만났었어요
그 애가 고급 중형차 신차를 끌고 왔더라구요
(아! 새 차 끌고 온다는건 저에게 말해줘서 알고 있었어요. 속으로는 내심 궁금해했었죠)
차에 내려 저를 바라보며 웃는 그 아이를 보고 아무 리액션도 안하고 꼿꼿하게? 어색하게?
전 조수석에 앉았답니다
지금 같으면,, 꺄올~! 오~~~ 차 좋은데? 비싼 차 아니야? 하면서 너스레 떨었을텐데.. ㅎㅎ
가끔 전 이 순간이 생각 나곤 하더라구요
제 자격지심을 스스로 젤 잘 느꼈던 순간이었던거라 그런가? 싶기도 해요
사귈 때는 그래도 크게 뭐 위축하거나 그러며 지내진 않았어요
풋풋한 첫사랑이었고,, 그리고 좀 더 진한 연애도 했었고..그렇게 10년을 만났어요
10년 동안 그 아이와 저는 참 한결같이 지냈었는데 서른이 되고
뭔가 현실, 결혼 이런것들을 의식하면서부터 점점 제가 못나지더라구요
어린시절 한결 같은 제 고민은 가족..
가족이 그 아이에게 행여나 흙탕물 튀기면 어쩌나 그런 걱정도 했었고
또 이 아이는 그 흙탕물이 튀면 못 견딜거야 하며 단정지어 버리기도 했었어요
홈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랐고 이 친구도 가족을 아끼고 잘 챙겼어요
엄마가 아빠를 무릎에 뉘여놓고 귀 청소를 해주시고,, 손톱을 깍아주시기도 했어요
엄마가 약간 공주병 소녀소녀 한 분이셨는데 그런 엄마를 아빠가 늘 사랑하셨어요
늘 사귀면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줬고 너무 사랑은 했지만
진짜 진짜 나를 보여주며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건 아니었던거죠
근데 그렇다고 거짓된 모습으로 그 아이를 만난건 아니고
집에서 독립하고 자취하고 졸업 후 취업하고 그러면서 나름 사회인으로
성장해갔고 저 자신만 딱 분리해서 놓고 보면
제가 부족하고 못난건 없다.. 그런 자존감(?) 자신감은 있었어요
그 아이가 집에서 받는 그런 써포트를 받았더라면..하면서
속으로 '넌 참 좋겠다.. 니가 누리는거..내가 너였더라면..'
이런 생각을 종종 한 적도 있었어요
긴 교제 기간 이다보니 이별도 중간 중간 감정싸움 하듯 했던 적도 있었죠
싸움 원인은 결국엔 제 자격지심이었던 거 같아요
(어찌보면 그 아이는 저와 헤어진게 결국 잘 한 일이네요 ㅎㅎ)
정말 찐 이별 할 때는 둘 다 오만 감정이 교차하고
핸드폰 붙들고 새벽까지 서로 흐느끼고 울었어요
이별 후 서로의 미니홈피를 좀 기웃거렸던거 같고..
대놓고 적은건 아닌데 서로를 암시하는 듯 한 싸인? 그런것도 흘리고 ;;;
이따금씩은 전화로 안부를 묻기도 했고 좀 질척이다 서서히 그것도 끊었어요
그리고 1년인가 2년인가 지나 문자 수신 울림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그 아이 문자였어요
그거 있잖아요.. 왜 문자 알림소리, 핸드폰 벨 소리에서도..뭔가 그 촉이..
그 사람일거 같은 그 희한한 느낌.. .. 아시는 분 계시죠?
사실은 다시금 극적으로 우리가 재회하는 순간을 매우 기다리며 살았기도 한데..
그 문자에 답도 하지 않고 그렇게 끊어냈어요
그러고는 아주아주 오래오래 지나서도 그 때 그 순간을 후회했어요
왜 내가 그 문자에 답을 안했을까..
그 때 제가 저도 가족도 더 상황이 좀 안 좋은 때였는데
너무 제 자신도 싫었고 가족도 더 원망스럽고.. 그랬었던 기억이 나요
세월은 흐르는데 어쩌다 한 번씩은 그리움에 밤새 사진, 편지보며 그 추억 안에서 울고 그랬었네요
(우린 손편지를 매우 많이 주고 받았었요)
그 아이가 결혼하는 걸 알게 된 날은
정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이제 정말 되돌릴 수 없구나.. 다른 여자의 남자구나..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울다 참다 울다 참다 갔는데
그 때 그 기분이 오래 아주 오래 잊혀지지 않았어요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여기까지왔네요
이별 후 한참 힘들었지만 이젠 그냥 첫사랑 추억을 하고 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