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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시절 기억 몇가지나 계세요?

중학교 조회수 : 1,341
작성일 : 2024-06-21 15:20:19

방금 어떤 분께서 드라마 느낌이야기를 하셔서, 댓글을 달려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글 올려봅니다.

 

마흔 중반, 돌아보면 제 인생에 가장 황금기(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비유죠 크크)는 아마도 중학교시절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어떤 선생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들 중학교  2학년 친구들이 평생간다"고 했다더니, 돌이켜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요.

지금의 베스트 프렌드를 중학교2학년에  만났거든요. 그리고 까진 친구들, 모범생들, 하이틴 로맨스 공급책 언니들, 공부에는 소질 없지만 웃긴 친구들, 부뚜막 고양이들과를 제외하곤 다양한 친구들과 3년을 재미나게 보냈고 그 추억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잘 살고 있는 마흔중반입니다.. 

 

매해 5월이면 체육대회가 있었고, 국민학교 어린이 티를 벗고, 처음으로 저희들끼리 자체 기획을 했어요. 당시 유명했던 가요를 선정하고, 3000~4000원짜리 언더우드 반티를 맞춰입고 여학생 감성을 담아 어른인 척 단체댄스(단어가 생각이 안나네요)를 했었어요.

교문 앞 문구점+구멍가게를 접목시킨 상점에서  스낵면 사와 쉬는시간에 뽀개서 먹고, 100원짜리 쿨피스 얼린거 가져와서 요즘처럼 더운 날에 퍼먹고, 등교 후 하교전까지는 절대 교문 밖을 나서면 안되는데 또 어딜가나 체육특기생 친구들이 있죠? 그런 친구들이 단체주문 받아서 교문을 넘고, 담벼락에서 뛰어 넘어가서 간식 사오고, 점심시간에는 또 컵라면 사와서 먹고, 교실에서 말뚝박기도 예사였고, 물론 치마 줄여입고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죠. 저희때는 굽 높은 운동화랑 A형 단발머리가 유행이었는데 그 신발이랑 두발단속도 꽤 당했죠. 

 

다락방의 꽃들, 할리퀸 책들은 당연히 공유의 대상이고 한 친구가 만화방에서 책 빌려오면 2~3명은 기본으로 같이 빌려봤죠.  저의 첫 만화책은 늘 푸른 이야기였고, 주드데브루, 주디스맥노트의 로맨스 소설을 수업시간에 읽으면서 중세시대 의상, 세계사, 지리등을 곁다리로 배우고, 그때는  책과 친구들을 통해 자체적으로 점진적으로 성교육을 했었지요. 선생님들도 알고 계시면서도 그냥 넘어가주셨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 알았어요.

 

선생님들도 참 좋으셨어요. 소위 치마바람차원에서 학교 찾아오시는 엄마는 학 년에 한 두분이나 계실까요? 오로지 학생과 선생님으로만 이루어진 장소, 가르침의 현장이 바로 학교였어요. 국민학교 시절에는 치마바람 강한 아줌마의 자녀들을 편애하셨고, 사춘기 애들 잡는다고 선생님들이 학대도 많았는데 중학교 선생님들은 성적 상관없이, 가정형편상관없이 저희들을 참 많이 귀엽고 예뻐해주셨던 것 같아요. 저는 예쁘지도 않았고, 공부도 중간이었고, 운동도 못했고, 진짜 평범한 여중생인데, 선생님들 특히 세계사, 국사, 가정선생님이 많이 예뻐해주신 기억이 나요. 단발머리 여드름가득한 사춘기 소녀들이었는데 한 명의 남자 선생님을 제외하곤 변태 선생님도 없으셨고,  세련되고 예쁜 30대 초반의 여자선생님들도 선망의 대상이었죠. 그래서 장래희망이 가정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어요. 물론 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이 안되어서 포기했지만 학창시절에는 친구도 가장 소중하지만,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나뉘기도 한 다는 걸   여기서 깨닫게 되죠.

선생님들이 주시는 힘은 정말 큽니다. 

친구들의 금반지 압수하시고 졸업할때 돌려주신다더니 다음 해 전근가신 얌체같던 미술 선생님도 기억나고, 화려했던 음악 선생님, 전혀 예술 안하게 생기신 사람 좋았던 미술 선생님 그립고요. 매일 피구만 시키셨지만 그래도 저희는 체육선생님 좋았어요!

 

여기서  베스트 프랜드 등장합니다.

그 친구는 노이즈를 좋아했고, 저는 서태지와 아이들,신승훈,김건모,REF,구본승,김원준,투투,룰라,김정민, 듀스,중에서 한 사람을 좋아했어요.  그 친구와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와 노래 테이프는 어찌 설명할까요? 방학때는 못 만나니 하루가 멀다하고 통화했죠. "안녕하세요 저 xx친구인데 혹시 xx이 있어요?"라고 시작했던 레파토리들

언제부터인가 " xx친구인데요~"만 해도 전화 바꿔주셨어요 크크크

 

이승연의 세련됨과 신애라의 귀여움이 공존했던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방영되면 자기들끼리 차인표 마누라네 어쩌네~ 예슬인가?다슬인가? 마지막 승부에서 내숭이라고 미움받던 심은하는 M으로 인기가 올라갔고, 그 초록색 눈동자와 목소리 변조는 정말 획기적이었죠. 

 

그리고 느낌! 오프닝의 아련한  영상속에 청초했던 우희진과 삼형제의 러브라인으로 제 가슴이 콩콩거리기도 했어요. 저는 김민종과 이정재사이에서 혼자 왔다갔다, 잠들기 전에 저는 이미 우희진으로 빙의되었습니다.

 

손범수의 가요톱텐은 단연코 최고였고, 내가 좋아하는 오빠가 골든컵을 타기만을 바라고, 비디오 녹화도 열심히 했드랬죠. 그리고 그 저녁 라디오는 가히 최고였죠. 제 안의 건재한 감수성은 바로 그때 형성된 것 같아요. 성질머리와 더불어 크크크

 

그 시절이 가장 그립고, 행복했던 기억은 바로 우리 할머니가 계셨기에 ......

부모님께서 장사하신다고 두 살 터울 남동생을 데리고 10여분 시장으로 분가나가시고, 저는 중학교 2학년까지 할머니댁에서 살았거든요.

 

바로 오늘처럼 무더운 날씨였어요. 새벽에 한 번, 점심전에 한 번 논에 다녀오신 뒤, 시원하게 미숫가루 한 잔 타 드신 뒤, 옆으로 누워 한 숨 주무시는 할아버지.  코고는 소리가 대문까지 들렸고 뜨겁고 장렬했던 태양의 이글거림 그리고 우리 할머니의 곱고 하앴던 블라우스와 익숙했던 살내음은 아직도 기억나요. 

IP : 210.103.xxx.101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6.21 3:23 PM (210.96.xxx.10)

    응칠 보는 느낌으로 읽었어요 ㅎㅎ
    저도 중학교때 참 재밌었어요
    대학교때도요
    고등땐 별로..그냥 칙칙했었네요 ㅎㅎ

  • 2. ..
    '24.6.21 3:26 PM (175.212.xxx.96)

    저두 중딩때가 젤 재밌었어요.

  • 3. ..
    '24.6.21 3:28 PM (122.40.xxx.155)

    저도 중학교때가 제일 재밌었어요. 고등은 입시때문에 분위기가 살벌해졌구요ㅜㅜ순수했고 깨방정 떨어도 다 받아주던 친구들

  • 4. ^^
    '24.6.21 3:32 PM (125.178.xxx.170)

    저도 좋았던 내용 많은데
    딱 떠오르는 건 3가지.

    중1 체육 담임, 평균 떨어진대로 발바닥
    대걸래자루로 때림. 대강당에서 8대 맞음.

    중1 작디 작고 예쁜 친구가
    즉석 떡볶이 먹는데,
    아주머니~ 저는 떡은 적게 주시고요.
    채소를 많~이 넣어주세요. 했던 기억

    중1부터 중3까지 3년을
    전학 가기 싫어
    인천서 서울까지
    왕복 3시간 등하교 하던 여중생의 모습

  • 5. 로맨티카
    '24.6.21 3:35 PM (163.239.xxx.239)

    일본 카피에 '좋아하게된 과목에는 좋아하게 해 준 선생님이 있다'라는게 있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게 인생의 큰 전화점이 되기도 하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 6. 저는
    '24.6.21 3:38 PM (1.235.xxx.154) - 삭제된댓글

    중1 2 3 학년 다 기억이납니다
    과거를 자주 소환하는 버릇이 있더라구요
    현재에 집중하지못하고 미래지향적이 아니라는...슬픈 얘기죠
    중1 첫시험 영어를 뭐 틀렸는지 기억이 나요
    다음중 나머지 하나와 다른 품사는?
    이런거였어요
    선생님이 틀리라고 낸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지금 돌아보면
    어찌됐든 그 첫시험 반1등이고 전교6등이었는데
    동점자가 3명이었고 그중하나가 저였는데
    나중에 다른 고등학교갔는데 대학에서 우연히 다 만났어요
    안 친했어요
    어...너 여기왔어 이랬던거죠
    그 인연은 또 이어진다는
    참 세상 좁아요
    중2때는 수학선생님이 기억나고
    중3은 약간 흑역사가 있네요 혼자만 아는 창피한 일이죠

  • 7. 최악이었던
    '24.6.21 3:47 PM (183.97.xxx.184)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위의 학교라서 학교 등교가 등산이어서 지긋 지긋했던 악몽이었어요. 장마철이면 그 산 초입의 다리가 물에 차서 휴교였던...
    지각이 일상이라 매번 지각할때마다 너그러운 담임선생님덕분에 운동장 몇바퀴 뛰기는 모면하고 교단에 나가 새마을 운동 노래를 불러야했었네요. 깡패같던 체육선생님,히스테리컬한 영어선생님,
    그나마 즐겁고 쾌활하며 여장부같이 관대했던 지리 선생님이 좋았고...전세계의 너무 많은 인구해결책은 전쟁을 많이 일으켜서 인구를 감소해야 한다던 사회 (역사 ?)선생님은 놀라웠고 가정선생님이 임신해서 불룩한 배를 갖고 남자 선생님들 (특히 체육선생님)
    이 성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고 빗대며 그 선생님 뒷전에서 히히덕거렸던 기억도 쇼킹했고 아주 부잣집의 명문가 딸이라는 그 음악선생님은 또 어찌나 잘난척에 신경질적이던지 !

  • 8.
    '24.6.21 4:20 PM (116.89.xxx.139)

    원글님 저랑 같은 학교 나오셨나요 저도 그랬어요...라고 하려고 했는데
    바로 윗님, 최악이었다는 분, 혹시 서대문구 소재 OO여중 아닌가요 저는 저희 학교가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 위의 학교인 줄 알았는데..
    근데 선생님들 묘사는 너무 달라서.. 근데 음악선생님은 명문가 딸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같은 학교 나오셨을까요!!

  • 9. 헉님!
    '24.6.21 4:31 PM (183.97.xxx.184)

    대학과 같이 있는 학교요. 세검정에 있는..

  • 10. 티니
    '24.6.21 6:26 PM (116.39.xxx.156)

    저도 학창시절 중에는 중학교 시절이 가장 즐거웠던 듯..
    아직 본격적인 입시는 시작 전이고 나름의 자율성은 생겨서
    친구들과 노는 것도 즐거웠고.. 저도 초등이나 고등 선생님들보다
    중학교 선생님들을 훨씬 좋아했어요. 공립 학교였는데 그때 전근 오신 분들이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되었던 건지 다들 저희를 예뻐 해 주시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다녔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가서도 중학교가 그리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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