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저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추위는 많이 타는데 더위는 별로 안 탔거든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에어컨은 집에서는 정~~말 더운 한여름 며칠 빼고는 안 틀고 지냈어요.
솔직히 말하면 중학교때까지 교실에 벽걸이 '선풍기' 만 있어서 다들 여름에 체육시간 끝나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지냈죠. 그나마 방학은 있으니까... 고3 돼서야 여름에 편히 에어컨 틀 수 있는 쾌적한 교실에서 지냈던 것 같아요. 대학교 때도 하필이면 에어컨 설치가 안돼있는 기숙사 구관에 배정받는 바람에 한여름에 땀으로 샤워를 하면서 나시티에 짧은 바지 차림으로 겨우 한여름을 났죠. (신관은 관리비 5만원만 더 내면 에어컨 틀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어서 거기 배정받은 애들이 살짝 부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까지 밴 습관으로 꽤 오랫동안 '에어컨은 정말 더울 때 아니면 안 트는 것' 이라는 자세로 여름을 났던 거죠.
그러다 2016년 여름에 1994년 이후 최악의 폭염이 왔다고 대대적으로 뉴스 보도가 나오더니 정말 에어컨 안 틀고는 못 지낼 정도로 뜨거웠어요. 주위에도 이러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서 에어컨 설치했다는 사람들이 슬슬 나오더라고요. 그러더니 2018년에는 2016년을 뛰어넘는 역대급 폭염이래요. 그러더니 그 이후로는 역대급 폭염이란 헤드라인도 사라지고 기후위기로 바뀌고 그런 날씨가 뉴노멀이 되어서 이제는 6월 중순부터 저녁때도 30도 중반 날씨, 한여름에는 40도가 넘게 되었고, 주변에 에어컨 없이 지낸다는 사람을 한 명도 찾아볼 수 없게 됐네요. 저도 기후위기 이야기가 시작된 2010년대 중반부터 더위 안 탄다는 말이 쏙 들어가고 추위도 더위도 다 타는 사람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