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이예요
저희동네는 어제 비가 조금밖에 안와서
오늘은 마당에 물주기를 해보려합니다.
아침 먹고 너무 더워지기 전에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처음해보는 마당에 물주기는....
마당에 있는 모든 생명들과 하나하나 집중해서 눈맞춤을 하는 일이더군요.
그냥 돌아볼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작고 조용한 아이들을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어머! 너는 여기 있었구나! 그러면서요
어찌하면 공평하면서 넉넉하게 물을 줄 수 있을지 방법을 집중해서 찾게 되더라구요
스프레이건에 있는 몇개의 물줄기중에
제가 좋아하는 물줄기 취향도 생기네요
저는 안개처럼 부서지는 것보다는
좀 더 무게감 있게 떨어지는 타입이 더 좋하하네요. 마치 빗줄기 같은 물줄기요
욕실도 건식으로 관리하는 저는
서슴없이 부주의하게 마구 뿌려지는 물줄기를
보면서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어요
집에서는 물을 흘리거나 젖는 것은 부정적인 개념이었는데
이곳.이시간은 빠짐없이 골고루 적셔야하는 책임이.있는 거니까요
저 뒤쪽까지 물줄기를 보내려고 호스를 높이 들어 마구 흔들어도 봅니다
그랬더니 무지개가 뜹니다
무려 쌍무지개도 만들었어요
이집 강아지가 따라나오겠다고 해서
방해가 될까 걱정했는데
멀찌감치 데크에 엎드려.있더라구요
따라 다녀봐야 별거 없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만약 제가 마당있는 집에 살게 된다면
적당한 마당의 크기도 기늠하게 됩니다.
이 마당의 1/3정도면 저는 충분할 것 같아요
집청소도 한바탕 하고 마당의 수돗가에서 걸레를 빨았습니다. 풍덩 청벙하면서...
물세례에 쓰러지고 비틀거리던 아이들도 이미꼿꼿이 일어서 있고,
바람과 햇살은 벌써 젖은 마당을 쨍하니 말렸습니다.
드레스룸을 포함한 온집안의 창문을 열고
집안도 거풍하는 중이예요
옆집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도
편안합니다
저분도 한주일 애쓰고 힘들었던 마음을
풀어내고 계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