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중순의 일이었어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검은 선글라스에 허리까지 긴 머리카락의
날씬한 여인이 행선지까지 가야 하는데 어떤 버스를 타야 할지
제게 다가온 게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올해 환갑을 맞이했고
일찍 결혼한탓에 슬하에
40세, 25세의 아들이 있고
오래전에 이혼을 한뒤로
혼자 친구도 없이 살았대요.
너무도 살갑고,
너무도 다정한
그녀는
가끔 11년이나 어린
제게 늘 아침마다
카톡을 남기고,
오늘은 차한잔 어떠냐고
매일 문자가 왔어요.
오후 1시면 시간제알바를 가야 하는
저는 오늘하루 차한잔하자는
그녀의 부탁을 매일 들어줄순 없고
일주일에 두번은 만났어요.
처음엔 예의바르고
다정한 그녀가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제게 손끝으로 샐러드리필을
가져오게하고 물이 비면 늘 채우게하는것에서부터
두아들들은
자신을 아기처럼 대한다고하고
부동산사무실에 갔더니,
그 단골 주인장이 전부
커피도 타주고, 팩스도 보내주고
손끝하나 건들일 없이 잘해준다는말을
녹음기마냥 계속 하는거에요.
차마시고 점심먹고 일어나면
괜히 동네를 정처없이 걸어다니는데
그중 대형마트에 가서 아이쇼핑을
좋아하더라구요.
사실 전 마트에서 아이쇼핑하는 일이
제일 하기싫은 일이었는데
그 언니는 그게 제일 즐거운 일이었더라구요.
그런데
결정적인게
나이 40이 된 아들이 작년에 결혼을 했는데
그 두아들을 전부 자신의 침대에서
같이 잔다는거에요.
아들들은 절대 방을 주면 안된다는거에요.
그게 너무 황당했어요.
그 이후로
더 그 언니를 만날 일을 만들지 않았어요.
그후로도 카톡은 매일 왔는데
일이 많아져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음, 자기도 그렇구나??
다들, 그렇게 가더라구.
미안해, 그런줄도 모르고.
그리고 난 자길 구속해본적이 없어.
이렇게 톡이 왔어요.
얼굴에 비해 옷은 상당히 10대같아서
같이 다니면 부끄럽기도 했어요.
어쩌면 그 언니도 내가 부끄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했어요.
제가 겪어본 이 언니는
참 외로운 사람이었어요.
아들에 대한 사랑은 헌신적이고 절대적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만날수록
전 이 언니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 청자의 입장에 있으면서
점점 이해가 안되는 스탈이고 점점 버거워지더라구요.
그리고 은근히 두려운.
가끔 생각은 나요.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절 공허하게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