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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와 페루 이야기

... 조회수 : 2,333
작성일 : 2024-06-08 06:43:51

나에게 '페루' 라는 국가가 '아이 엠 그라운드 나라 이름 대기'를 

떠나서 개별적 의미로 다가온 것은 이 책 때문이었다. 

 

작가 로맹 가리는 유대계로 러시아-리투아니아 지역- 출생, 유대인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귀화. 법학을 공부하고, 공군 대위로 2차 대전 참전 후

외교관이 되었으며, L.A 프랑스 총영사의 자리에 오른다. 

그의 인생은 '새벽의 약속' 이라는 자전적 소설에서 잘 드러난다. 

 

나는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를 94년 초판 현대문학 프랑스 문학상 수상 

작품집, 김화영 선생의 번역으로 처음 읽었다. 몇 해 전 김남주 번역으로

나온 같은 책을 읽었는데, 김남주의 번역이 편하게 읽기에는 더 좋았다.

 

-자기 자신과 헛되어 절교하려는 사람이 다 그러하듯 그는 

다른 사람들과 인연을 끊어버렸다. -

-그의 속에는 그 무엇인가 포기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희망이라는 모든 낚시밥을 끊임없이 무는 것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삶의 심연 속에 숨어 있다가 황혼의 시간에조차도 문득 찾아와서

모든 것에 빛을 던져줄 수 있는 행복의 가능성을 그는 남몰래

믿고 있었던 것이다. 일종의 손댈 길 없는 바보스러움이 

그의 내부에 잠겨 있었다.-

 

카뮈가 '결혼, 여름' 에서 말했던 것과 같은 그 희망. 

그렇기에 그는 허무에 빠지지는 않는다. 

 

작년 11월에 세 번째로 페루에 갔습니다. 

처음 두 번은 남편과 함께였고, 지난 여행은 혼자였는데, 

처음 두 번 여행에서 파업 때문에 마추픽추에 가지 못했습니다. 

같이 갈 사람을 위해, 다시 마추픽추는 남겨두고, 오롯이 리마와

쿠스코만을 즐겼습니다. 저는 여행 가서 동네 마실 나온 사람처럼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리마는 그러기에 충분히 좋은 곳입니다. 

수도 리마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인 미라 플로레스에서 조금 더 

위쪽 산 미구엘 지역 해변까지 며칠을 걷고, 걷다가 맥주도 한 잔 

커피도 마시고 또 걷고. 네덜란드에서 온 처자들과 한 두 어 시간

수다를 떨기도 하고, 그 다음 날 그녀들이 만난 독일 청년과 같이

브런치를 하고. 

저는 세계의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이 여행지에 왔는지 그런 얘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를 보고, 또 사람들이 감히 어쩌지 못하는 자연 그 자체를 

느끼는 것이 여행이라 생각하거든요. 

 

쿠스코는 시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세계의

배꼽이라는 그 이름처럼 젊음을 즐기는 사람들도, 마추픽추를 향한

경건함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도 모두 함께 잘 담아 주었습니다. 

 

다음 페루 여행에서는 전에 여기서 몇 분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잉카트래킹을 하며 안데스에서 밤을 보내려고 합니다. 

 

IP : 108.20.xxx.186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페루
    '24.6.8 6:52 AM (221.147.xxx.70)

    콘돌이 보고싶네요.

  • 2. ...
    '24.6.8 6:58 AM (108.20.xxx.186)

    저는 페루라는 나라가 참 좋아요.
    가고 또 가고 싶습니다. 어느 곳에 가면 우리 나라 70년대 80년대를 느낄 수 있고, 또 상상도 못하던 만년설을 따라 가기도 하고, 수도 리마는 무척이나 발전된 곳이고.

    새들이 와서 죽는다는 태평양은 캘리포니아에서 보던 그것과는 또 많이 다르고

  • 3. ...
    '24.6.8 7:07 AM (108.20.xxx.186)

    엘 콘도르 파사 가 원래는 페루 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곡이었다는데
    지지난 번 여행에서 안데스 고원을 다니며 큰 새들을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이 콘도르 였는지는 모르겠어요. 221님의 댓글을 보니, 그 새들이 콘도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4. 글도
    '24.6.8 7:15 AM (49.236.xxx.96)

    좋고

    원글님 시간적인 경제적인 여유가 부럽습니다

  • 5. 우와
    '24.6.8 7:17 AM (116.120.xxx.27)

    남미 한달정도 여행했는데
    페루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쿠스코에선 고산증세로
    어질어질
    좀 힘들었지만 낭만적인 음악과
    풍경에 괜히 촉촉해지던

  • 6. .....
    '24.6.8 7:24 AM (118.235.xxx.227) - 삭제된댓글

    거기 남자들 잘 생기지 않았나요. 우뚝한 코가 박물관에서 보니 고대 잉카인인지 안데스인인지의 특징이더군요. 근데, 길에 막 걸어다님.. 백인, 반 섞인 백인, 1/4섞인 백인... 내가 페루인이면 조상이 원주민인지 침략자인지 하도 섞여서 역사를 어찌 봐야할지 헷갈리겠다 싶었어요. 모두 한 사회가 되었다기엔, 비싼 동네가면 백인들만 있어서 또 헷갈리고.. 외모로 출신이 뚜렷이 갈리는 곳이라 우리처럼 모두 똑같이 생긴 동일민족이라는 게 그런 장점은 있구나 싶더군요. 외국에 관광가면 어쩔수 없이 보고싶은 것만 보죠.

  • 7. ...
    '24.6.8 7:40 AM (108.20.xxx.186)

    49님 감사합니다.
    제가 미국 동부에 살아서 남미 가는 것이 크게 어렵지가 않아요. 특가 비행기도 많이 나오고, 남미 물가도 저렴한 편이어서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좋은 여행을 할 수가 있어요.

    한국 가는게 제일 멀고, 비싸요. 헤헤헤
    제가 한국을 떠난지 20여년이 되니까, 제가 알고 있던 많은 곳들이 거의 사라지고 바뀌고...
    당연하고 좋은 일인데, 저는 제 기억이 통채로 제거된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경주에 가니 그 능들은 그대로 있어서 좋더라고요.

  • 8. ...
    '24.6.8 7:43 AM (108.20.xxx.186)

    116님
    저는 남미는 페루와 볼리비아만 가봤는데, 페루가 가장 좋으셨다니 괜히 좋아요.
    쿠스코에서 저도 처음에 고산증세 느꼈어요. 엄마에게 혼나고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처럼 발걸음이 갑자기 무거워지고 머리도 아프고

    쿠스코에서 몇 년 살고 싶어요.

  • 9. 시골여자
    '24.6.8 8:01 AM (59.4.xxx.139)

    로맹가리와 페루이아기 넘 좋아요.새들은 페루에가서 죽다.이책의 내용도 가물거리지만 로맹가리의 깊은 기억의 따뜻함의 문장들..페루의 광할한 계곡에 마지막을 던지는 새의 장렬하고 깔끔한 최후의 선택을 보면서

  • 10. 시골여자
    '24.6.8 8:05 AM (59.4.xxx.139)

    페루의 근원적인 자연과 사람들 마추픽추 내생애 페루를 갈 수는 없지만 원글님의 글을 따라 로맹가리와 페루를 다시 만나는군요.

  • 11. ㅇㅇ
    '24.6.8 8:16 AM (182.229.xxx.111)

    로맹가리 한때 빠져 몇권을 줄줄이 읽은적이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건 새들은 페루에가서 죽다 였어요. 잊고지내던 책을 다시 만나서 반갑고 다시한번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 원글님의 글이 좋아요. 한번도 가보고싶다 생각한적없는데 페루 리마가 제 리스트에 올라갑니다. 이아침 원글님의 생각과 감정을 이리 좋은 글로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 12. ,,
    '24.6.8 8:19 AM (73.148.xxx.169)

    저는 오히려 나스카 문화 유적지가 페루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그리고 유적지는 아레퀴파 하얀 벽돌 건물들과 협곡이 멋진 콜카 캐니언 지역이요.
    라마와 알파카 서식지

  • 13. ,,,
    '24.6.8 8:20 AM (98.37.xxx.20)

    저도 남미에서 페루와 볼리비아가 제일 인상에 남고 오래 오래 생각납니다
    또 가고 싶은 곳이죠

  • 14.
    '24.6.8 8:26 AM (125.189.xxx.41)

    오래전에 제가 참 좋게 읽었던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이
    같은 사람인걸 알고 넘 놀랬고..
    페루~도 읽어야지 해놓고
    아직도 못 읽었네요.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음..가보지는 못하겠고요..

  • 15. ...
    '24.6.8 8:36 AM (173.48.xxx.226)

    시골여자님.
    닉네임이 참 좋아요.
    로맹 가리 좋아요. 어느 한 순간도 그다시 평탄하지 않았을 것 같은 삶인데 -그가 이룬 성취와 별개로- 그의 문장은 땅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 16. ...
    '24.6.8 8:42 AM (173.48.xxx.226)

    지난 두 번의 여행에서 페루 유명한 지역을 많이 다녔는데, 나스카와 말씀하신 협곡 정말 좋았고, 지금은 이름이 어려워 기억이 안나는 ㅎㅎ 고산지대에 있던 계곡도 정말 좋았어요. 어느 하나 아쉽다는 느낌 없이 다 좋았어요.
    페루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리마는 다들 이틀 정도 있다가 간다고 하는데 전 지난번에 닷새 있었어요. 리마 시민처럼 지내보려고

  • 17. ...
    '24.6.8 8:45 AM (173.48.xxx.226)

    자기 조카를 에밀 아자르 행세를 시키고, 본인 사후에 내가 에밀 아자르요 로맹 가리라 알려지게 해놓고 가다니!!
    자기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렇게 완성 시키는구나 싶었어요

  • 18. 까칠마눌
    '24.6.8 11:44 AM (58.231.xxx.46)

    저는 처음 읽은 로맹가리 작품이 이거였어요. 김화영번역.
    진짜 충격적일만큼 너무 좋아서 그 뒤 로맹가리(이자 에밀 아자르) 팬이 되어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죠.
    한국소설이 취향인데 로맹가리는 진짜 몇 안되는 제 해외작가 콜렉션안에 있어요. 정말… 이 사람 문장을 보고 있으면… 음.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질 정도.

  • 19. ..
    '24.6.8 12:58 PM (39.118.xxx.243)

    저는 자기앞의 생을 감명깊게 읽었는데요. 원글님의 글을 보고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더불어 페루도 꼭 가보고 싶네요.
    원글님의 페루에 대한 소회 잘 읽었습니다.

  • 20. ...
    '24.6.8 2:59 PM (108.20.xxx.186)

    마음 속에 언제나 김화영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5년에 발간된 김화영의 번역수첩 1장은 '내가 발견한 작가와 작품' 인데 그 목록을 보고 있으면, 제가 가지고 있는 몹시 적지만 그나마의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의 큰 비중을 이 작가들에게서 얻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페루는 꼭 가보셨으면 해요.
    사람이 사람과 부대끼며, 또 자연에 기대며 그렇게 살아 가는 모습이 참 좋은 곳입니다.

  • 21. ...
    '24.6.8 3:39 PM (108.20.xxx.186)

    182.229님.,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좋아하던 것들의 존재도 잊고 살다가 우연한 순간에 그것들이 다시 환기되면, 아 내가 왜 잊고 실았지와 힘께 또 그저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절로 나와요 저는 6월이 되면 이 프랑스 문학 간편집을 꼭 다시 꺼내 읽어요. 매 해 다르게 더 가까이 느껴지는 것이 아직도 신기해요.

  • 22. ..
    '24.6.8 11:56 PM (104.28.xxx.114)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책 읽어보고 싶네요~ 페루는 한번도 가보고 싶다고 생각 한 적이없는 곳인데. ㅎㅎ 원글님 글을 읽다보니 한번 쯤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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