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앵두나무 옆에서

채송화 조회수 : 1,238
작성일 : 2024-06-01 20:39:11

울어머니,

마당가에 앵두나무 서너그루 심으시고

해마다 뿌듯하게 바라보셨지.

얘야~ 앵두익었는데 따러 오려무나.

초여름, 외며늘 내려오라 유혹하시면

나는 어머나 너무 예뻐요 호들갑떨며

술담그고 씨뱉으며 먹어대고 하하호호.

 

그러다 어머니 치매진단 받으시고

주간보호센타 다니실때, 아들은 엄니곁에서

꼬박 2년을 보살피며 농사일 배워놓고

웃픈 추억들 차곡차곡 쌓이놨지.

주말에 반찬 만들겸 내려오면 

엄니는 마당끝 앵두나무를 붙잡고 엉거주춤

쉬를 하시고, 나중엔 간신히 쪼그려 앉아

응가도 하시고, 

그렇게 거름을 주시곤 했지.

 

지금은 요양원 가신지 3년반.

엄니의 앵두는 양귀비꽃이랑 장미랑 같이

빨강색으로 단합대회 하는듯 마당을 밝히고

엄니만 안계신 이 여름, 이 집에선

아직도 철없이 늙어가는 며느리만

앵두따서 또다시 술을 담그네.

나도 엄니처럼 저 앵두나무에 의지해

쉬를 하는 그날이 오겠지.

 

개구리 개굴개굴대는 이 시골집.

이곳에서 나는 그렇게 

앵두처럼 익어가고 있다네.

.

 

IP : 211.234.xxx.12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6.1 8:40 PM (116.42.xxx.47) - 삭제된댓글

    잔잔한 수필 한편 잘 읽었네요
    앵두술은 처음 들어요
    맛있나요^^

  • 2. 별초롱
    '24.6.1 9:10 PM (114.203.xxx.84)

    어우~82엔 왜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늦은 저녁먹고 베란다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읽는데
    뭔가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나도 그 세월을 본듯
    스르륵 넘어가네요

  • 3. 아~
    '24.6.1 9:44 PM (223.39.xxx.156)

    그립네요 앵두나무~~ 시골집~~ 눈에 그려지는듯

  • 4. 저도
    '24.6.1 9:56 PM (220.117.xxx.61)

    저도 어릴때 한옥마당에 앵두나무가 있었어요
    하얀꽃이 피고 지고나면 앵두가 열렸었죠.
    저도 땅에 앵두나무 키우려고 당근에서 아주 애기애기한 나무를 3개샀어요
    잘 키워 앵두 먹으려구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5. as
    '24.6.1 11:09 PM (14.53.xxx.152)

    저 요즘 친정엄마가 따주신 앵두 먹기 바빠요
    앵두주 비법 알려주세요

  • 6. ...
    '24.6.2 1:33 AM (125.189.xxx.187)

    - 鄕居暮春 [향거모춘] -

    綠葉櫻桃赤熟成 [녹엽앵도적숙성]
    野薔茨上破蟾耿 [야장자상파섬경]
    金波廣墅微豊浪 [금파광야미풍랑]
    皎照泉中艶汝榮 [교조천중염여영]

    - 저문 봄 고향에서 -

    푸른 잎새 앵두가 붉게 익어갈 제
    찔레꽃 가시 위로 달빛이 부서진다.
    금물결 넓은 들은 미풍에 일렁이고
    달빛 어린 샘물에는 고운님 웃고 있네.

  • 7. 동고비
    '24.6.2 9:43 AM (1.246.xxx.38)

    82쿡의 매력이죠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는게~~어제 앵두나무 보고와서 글을 보니 더 감동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1268 노소영씨는 혼외자까지 35 가치 2024/06/05 18,457
1591267 아래 여행갈 때 챙겨가는 이야기가 나와서요: 껍질 까서 비닐에 .. 7 왜 싫어 2024/06/05 1,999
1591266 이런 고양이는 극히 드문 경우인 거죠? 16 .. 2024/06/05 2,842
1591265 이사후 정리 1 ... 2024/06/05 921
1591264 발사믹 식초 추천 부탁드려요. 11 식초 2024/06/05 2,516
1591263 열무김치 담갔어요 6 열무김치 2024/06/05 1,850
1591262 지드래곤 2년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초빙교수 됐답니다.. 14 ㅎㅎ 2024/06/05 7,741
1591261 미쉘 강 "조지아주 한인, 한인기업의 정치력과 경제력 .. light7.. 2024/06/05 959
1591260 거니 서면조사가 알고보니 공소시효 지난 것만 써냄?? 뭐냐 2024/06/05 736
1591259 청약 문의 1 해외 2024/06/05 704
1591258 선업튀 ost요 5 ㅇㅇㅇ 2024/06/05 990
1591257 인덕션 깨끗하게 닦는 비법 있으신가요? 14 깨끄 2024/06/05 3,418
1591256 집에 러닝머신 하는 방법 없을까요 4 ㅇㅇ 2024/06/05 1,307
1591255 지하철 안인데 옆자리 여자가 손톱 거스러기 뜯어 버리고 있어요... ... 2024/06/05 1,816
1591254 소고기다시다와 미원 중 하나만 사면.. 34 선택 2024/06/05 4,291
1591253 작년 한 해 성폭력 등 피해자 2만3천여명···미성년자 50% .. 5 .. 2024/06/05 1,274
1591252 나이 들어도 배우는 게 있네요 17 ..... 2024/06/05 5,036
1591251 병원을 갈까요? 말까요? 4 딸기맘 2024/06/05 1,399
1591250 자기관리 끝판왕 친구..단 것은 커녕.. 61 저요저요 2024/06/05 19,755
1591249 문대통령도 어이 없으신가 봅니다./펌 41 진짜 2024/06/05 6,075
1591248 밀양은 아직 양성평등 먼거 같아요 2 2024/06/05 804
1591247 부부싸움만 하면 누나에게 달려가는 남자 16 버리자 2024/06/05 3,530
1591246 남편이랑 싸웠는데 여행은 같이 가야겠죠? 10 2024/06/05 2,273
1591245 계란찜할때 가운데가 푹 꺼져요 4 계란찜 2024/06/05 1,909
1591244 주식 뭐 가지고 계세요? 12 .... 2024/06/05 3,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