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후반 저희 부모님..
서울 변두리에 집 있고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냥저냥 크게 돈 걱정할 일은 없는 정도로 사셔요..
아버지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나 혼자 힘으로 대학 들어가 할머니 부양하며 70대 초반까지 직장생활 하셨고, 엄마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 후 쭉 전업..
그런데 아빠 퇴직 후 두 분 생활을 보면 정말 지루하기가 짝이 없어서요...
하루종일 하는 일 없이 티비만 보시거나, 아빠는 낮에 주로 컴퓨터를 하신다는데 뭘 하시는지는 모르겠고, 일주일에 두어번 뒷산 운동, 엄마는 몸이 안좋으셔서 그나마도 안하시고 거의 그냥 집에만 계세요.. 식사는 하루 두끼 매식을 하시구요.
이러다 보니 자식으로서도 마음이 안됐고, 또 아빠 같은 경우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너무 집착적으로 간섭하려 드셔서 힘이 들어요.. 제 생각엔 그렇게라도 자기 효능감을 확인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나이 50 넘은 자식들과 이제 성인인 손주들에겐 그저 잔소리일 뿐, 무슨 티끌만큼의 효과가 있겠어요..
주민센터 같은 데서 뭘 좀 배워 보시라 해도 싫다 하시고, 무슨 운동이라도 다녀봐라 해도 싫다 하시고, 하다못해 요즘 노인들도 많이 하는 트롯가수 덕질이라도 하면서 활기차게 사시면 좋겠는데 그런거에도 일절 취미가 없으시고, 주위에 만나는 친구들도 없으시고...
꼭 누굴 만나지 않아도 두 분이 가까운 데 여행이라도 다니면서 즐겁게 사시길 바랐는데 엄마가 맨날 기운이 없다고 어디 나가려고를 안하신대요..
이런 부모님을 보면 너무너무너무 제 마음이 답답해요...
그리고 그 답답함의 이면에는 이게 제 미래의 모습이 될까봐 엄청난 두려움이.. ㅠㅠ
앞으로 이러고, 혹은 더 안좋은 상태로 20년은 더 사실 텐데 자식으로서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