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에게
1살되기 전엔
앉아 먹어 먹지마 이리와 예쁘다 정도
가르쳐 줬어요
금방 잘 배우더라고요
1살이 지나서부터는
유튜브 흉내 내면서
사물 이름을 가르쳤어요
가령
새로 산 장난감 이름을 알려주고
옥수수 (장난감) 가져와!
공 가져와!
이렇게 하면 구분해서 찾아오더라고요
너무 신기하고 욕심이 나서
더 가르치고 싶었는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강아지가 혹시 스트레스 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 더 가르치지 않았구요
그냥 저 정도 ...
배워서 뭐하나.. 그냥 행복하게 건강하게만
키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3살 되고
인간계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진 요즘..
부쩍 인간의 언어를 더 알아듣고 싶어해요
뭔가 말을 하면 알아듣고 싶어 애쓰기도하고
못 알아 듣는 자신을 답답해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최근에 와인을 한잔 따라 마시면서
"이번에 와인 너무 맛없어 잘못 샀어!
안주 없인 못 먹겠어!
@@아! 안주 어딨니? 안주 가져와!" 하며
나도 모르게 우리 강아지를 소환했어요.
우리 강아지... 그 때부터
두리번 거리며 막 찾아다녀요
평소에
"공 어딨니? 공 가져와!" 의 변주니까
찾아야 한다고 느꼈나 봐요
여기저기 다 뒤지고
대체 안주가 뭔데 가져오란 건지
표정이 완전 낙담과 불안에 휩싸였어요
공은 어디에 있건 반드시 찾아왔으니까요
우리 강아지가 너무 불안한 얼굴로
스트레스를 받는지
냅다 의자에 앉아 있는 나에게 뛰어올라
품에 들어오는 거에요 (불안할 때 이런데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데 말이죠.
햐아 ...
쓰다듬어 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ㅎㅎ;;;;
애미는 이제 안주 따위 필요없다
그런데 오늘 ...
주방 창으로 바깥을 보는데
치즈냥 길냥이가 풀숲에 걸어가는 게 보여요
"나비야~ 나비야~" 하고 불러댔죠
전 고양이를 좋아해요
그랬더니
어디선가 우리 강아지 급 등판!
"멍멍 ~" 하면 저를 제지하네요 ㅎㅎ;;
나비 부르지 말래요..;,
(따로 가르친 적은 없고 평소 산책 때 냥이 오면
나비 온다!며 대피시키곤 했어요)
얘는 고양이를 싫어하거든요..;;
설마... 그래??? 싶어서
"철수야~ 철수야~" 했더니
잠잠해요
다시
"나비야~ 나비야~"
하니 "멍멍" ( 하지마 부르지마!)
혹시 잊었나 싶어서
몇시간 후 "나비야~ 나비야~" 해봤는데
" 멍멍~"(나비 부르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마!)
그래서 결국
안아주며
"너만 사랑할 거고
나비는 잊을께" 하고 또 사과...ㅎㅎ;;
3살 넘어가니까
자길 사람으로 여기고
사람 세계의 언어에 부쩍 관심이 많고
더 배우려 애쓰는데
이 상태면 내가 안 가르쳐도
혼자서 눈치로
때려 배우겠다 싶어요
조상님들의 말씀처럼
서당개 3년 풍월을 읊는 거
가능하겠어요.
더 가르쳐 말어!?
이게 고민이네요
나는 그냥 천진난만한 강아지로 살기 바라는데
우리 강아지는 인텔리가 되고 싶나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