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 남자 이야기 5

그 여자 조회수 : 4,479
작성일 : 2024-05-18 17:57:30

동생한테 봐 달라고 부탁했던 궁합

결과는 이러했대요

너무 막 좋지도 않고 또 나쁜 것도 없이 무난해 보이니까

혹시 결혼할 생각이면 그 남자랑 하라구요

평탄하게 살거라고

 

그 결과 듣고 동생이 궁금해해서 그냥 사귀는 중이고

결혼은 미지수라고 걱정말라고 했어요

왜냐면 첫 번째 결혼으로 너무 피폐해져서

제가 동생한테 그랬거든요

혹시 이 언니가 생각없이 또 결혼 할려고 그러면

절대로 결혼 못하게 도시락 싸 가지고 따라다녀서라도 끝까지 말려 달라고 ..

그랬으니 동생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였죠

 

그 남자 만나기 전에 전 이미 제 노후를 설계를 했었어요

제가 살아나가기에는 세상이 너무 버거웠거든요

30 대 중반에 난치병으로 투병시작하면서

목표는 아들 30 살이 되는 60 까지는 어떻게든 살아내는 거였고

그 이후에도 삶이 남아있다면

아들 대학졸업하고 직장 자리 잡은 후에는

저는 퇴직하고 산속 작은 암자 ( 이미 정해놓은 ) 에 공양주 보살하면서

아픈 주사도 , 채혈도 , 검사도 , 병원 다니는 것도 그만 다니고

그냥 그곳에서 자연사 할려구요

물론 아들이나 가족들하고 다 연락 끊구요

그만큼 세상이 제 처지가 원망스러웠어요

그런 독한 마음으로 버텨낸 날들이었으니

남은 제 인생에 다시는 결혼은 없다였거든요

 

무거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다시 달달한 로맨스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매주 주말마다 영화도 보고

근처 괜찮은 곳 숙제하듯이 찾아다녔어요

조미료 맛을 기가 차게 알아내고 외식을 못 하겠다던

입맛이 저보다 더 예민한 그 남자를 위해 매번 도시락을 싸고

과일을 예쁘게 깍아 담고 커피도 내려서 보온병에 담고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다녔어요

 

7 월 중순

제 고향 와인터널에 갔던 날이었어요

입구에 사진 찍어서 유화로 액자 만들어주는 곳이 있었는데

같이 사진 한 장 찍자고 해서 그 남자와  맨 처음으로 친한 척 사진도 찍고

액자는 두 개 만들어서 각자 하나씩 가져가기로 했고요

 

평소에 술도 안 마시고 못 마신다던 그 남자가

와인 두 모금에 얼굴이 발그레해 가지고

대뜸 훅 ~~~ 치고 들어옵니다

청혼이란 걸 했어요

 

그 남자의 청혼이 어떤 거 였냐면요

같이 아들 잘 뒷바라지 해서 장가보내고

우리는 너무 늦게 만났으니 30 년만 같이 잘 살아보자고

그러면 80 이 넘을 테니까 4 살 많은 자기가 먼저 떠날거고

1 년 후 쯤 뒷정리 잘하고 자기따라 오라는 ..

 

똥색 쎄무 잠바 , 자판기 커피의 그 남자는 세련됨 , 무드 이런 거 없었어요

프로포즈 할 때는 최소한 장미 한 송이 정도는 저를 위해

배려해 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냥 저렇게 세상 무거운 이상한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

 

보통 드라마나 소설 이런데 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프로포즈하면

황홀경에 빠지고 감동도 받고 그러던데 저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

그때까지 결혼은 생각 안 했었고

이유없이 그 사람이 좋은 제 감정에 충실해서 만났으니까요

 

갑자기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져서

선뜻 대답을 안하니 조금은 서운한 듯한 그 남자한테

1 주일 정도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그날은 그냥 헤어졌어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몇 날을 고민 속에 빠졌습니다 .

이번에 또다시 결과가 나빠지면 내 인생은 이제 끝장인데

그럴경우 다시 회복할 힘이 나에게 남아 있을까 ?

자식도 안 낳고 안 키워본 그 남자가 성인이 된 아들과 잘 어우러져

가족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까 ?

나는 이미 폐경이 가까운 40 대 후반의 나이라서 임신 , 출산이 불가능한데

자기 핏줄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

그리고 20 대에 만나 자식을 낳고 몇십 년을 살아도

늙어서 아프다 하고 병치레하게 되면 돌아서는 게 인지상정이라는데

다 늙어 아픈 날 만나서 더 힘들게 살게 되지는 않을까 ?

나랑 결혼하는 상대자는 살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는데

내가 좋아하는 그 남자를 오히려 불행하게 하는 건 아닐까 ?

설마 폭력적이진 않겠지 ?

도박에 빠지진 않겠지 ?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가족을 나 몰라라 하지는 않겠지 ? 기타등등

 

동생은 또 동생대로 언니가 또 그 고생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

그 남자 사는 집 등기부 등본이라도 떼어보고 결정하라는 둥

남자 혼자 살면 재산 못 모은다는데 빈털털이 아니냐는 둥

도무지 정리도 안 되고 이 결혼을 해야되는지 말아야되는지

결정을 할 수가 없어 애만 태우다가

어느 날 그냥 다 내려놓고 없는 상황을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

 

혹시나 그 남자가 어떠한 사고를 쳐서

가진 집과 재산 전부 다 합의금으로 물어주고 직장도 파면당하고

저한테 의지해서 노후를 보내야 된다면

그래도 그 사람을 외면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렇더라도 그 사람을 선택해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르니 이제는 제가 만나자고 연락을 먼저 했고

그리고 저랑 결혼했을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가감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

 

지금 당장 죽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평생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되며

나이가 많아서 자식을 낳을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은 7 월인데 12 월까지는 아이 대입이 걸려있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좀 기다려줘야 한다

그리고 모은 돈도 별로 없다

이런 나라도 괜찮겠느냐

나중에 이런 나랑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겠느냐 등등

 

그 남자의 대답은

나도 남자인데 왜 핏줄에 대한 미련이 없겠느냐 그렇지만

이제는 나이도 있고 미련없다

그리고 우리한테 다 큰 아들이 있으니 되었다

아픈 것도 당장 시한부 몇 개월 이런 거 아니지 않느냐

같이 병원 다니고 노력해서 잘 이겨내 보자

마음으로는 지금 당장 결혼하고 같이 있고 싶지만

아들 입시 때까지 기다려 주자

그리고 그 이후에 결혼해도 상관없다

 

혼자 머리아프게 고민했던 것에 비해 너무 쉽게

그 남자가 정리를 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저 혼자 알게 된 지 6 년 만에

그리고 같이 알고 지낸 지 3 년 만에

새끼손가락 꼭꼭 걸고 13 년 12 월이 다가기 전에

결혼하기로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

 

여전히 진도는 더 못 나가고

결혼 약속까지 했는데도 손만 마냥 열심히 잡고 ~~~~

IP : 121.182.xxx.203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람
    '24.5.18 5:59 PM (106.101.xxx.234)

    오늘 하루 들락 거린 보람이 있네요 감사해요

  • 2. 일단
    '24.5.18 6:04 PM (113.131.xxx.169) - 삭제된댓글

    출첵하구요.~

  • 3. 혹시
    '24.5.18 6:07 PM (113.131.xxx.169)

    청도가 고향이신가요?
    대구사시고, 고향이 가까울수 있고
    와인 터널얘기하셔서요ㅋ

  • 4. 그 여자
    '24.5.18 6:09 PM (121.182.xxx.203)

    녜 청도서 태어나서 거기서 고등학교까지 나왔어요

  • 5. 반갑
    '24.5.18 6:13 PM (113.131.xxx.169)

    전 부모님 고향이 청도고
    어릴때 방학마다 할머니댁에 갔었거든요.
    그리고 전에 쓰신글에
    할매라고...저도 할머닐 그렇게 불렀거든요.
    오편이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사실 계속 들락날락했거든요.
    6편 또 기다리고 있을께요^^

  • 6. ㅇㅂㅇ
    '24.5.18 6:22 PM (182.215.xxx.32)

    잘읽고있어요 ㅎㅎ

  • 7. 읽을수록
    '24.5.18 6:25 PM (112.140.xxx.204) - 삭제된댓글

    정말 감동이예요
    이렇게 82에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 8. ,,
    '24.5.18 6:27 PM (211.243.xxx.94)

    외모는 안봐서 모르겠고 내면이 꽉찬 분 같네요.

  • 9. ㅇㅇㅇ
    '24.5.18 6:27 PM (211.220.xxx.146)

    잘 보고 있어요
    쭈욱 더 써주세요
    지금은 어떻게 살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 10. ㄱㄴㄷ
    '24.5.18 6:31 PM (106.101.xxx.54)

    저도 현제까지 완독..
    기다릴게요.
    근데 할매글 못읽었는데
    누가 링크주실 분 없나욤?

  • 11.
    '24.5.18 6:34 PM (121.163.xxx.14)

    좋은 분 만나신 거 같습니다
    문제를 매우 신속 명확하게 정리하고
    원글님을 힘들게 하지 않는 남자…

    행복이 묻어납니다

  • 12. 얼른재우세요
    '24.5.18 6:55 PM (114.203.xxx.205)

    남편분 오늘도 얼른 재우시고 속도를 내주세요오

  • 13. ...
    '24.5.18 6:56 PM (106.101.xxx.67)

    원글님은 진짜 팔자를 극복하신 분이세요

    제 리스펙을 받아주세요

  • 14. 그 여자
    '24.5.18 6:57 PM (121.182.xxx.203)

    어제 상추김치 담아놓은 것이 있는데 저녁에는 상추김치만 차려줘야겠어요
    상추김치 그거 잠 잘오거든요 ㅎㅎ

  • 15. 관전잼
    '24.5.18 6:57 PM (175.125.xxx.194)

    감질나 죽겠어요.
    빨리요~~~

  • 16. 저 위에
    '24.5.18 7:06 PM (113.131.xxx.169)

    101.106님
    할매이야기 글이 1,2,3,편에 반전편도 있어서
    할매로
    검색하시면 좌르륵 다 나올거에요~~

  • 17. 와우
    '24.5.18 7:18 PM (180.68.xxx.199)

    원글님 글 기다렸어요.
    길어져도 좋으니 자세하게 풀어주세요.
    박선생님은 얼른 재우시고요 ㅋㅋ

  • 18. ..
    '24.5.18 7:19 PM (58.29.xxx.18)

    넘나리 재밌네요~감질납니다요~

  • 19. ..
    '24.5.18 7:21 PM (106.101.xxx.180)

    재밌어요
    다시 다음편 기다립니다ㅎㅎ

  • 20. 쓸개코
    '24.5.18 7:22 PM (118.33.xxx.220)

    드디어 고백!
    화려한 고백은 없으리라.. 전편을 읽으며 이미 예상은 했죠.^^
    화려하지도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아요.
    말 한마디의 무게가 느껴지는군요.
    자자.. 이게 끝이 아닐건데요.ㅎ

  • 21. 우히힛
    '24.5.18 7:28 PM (223.32.xxx.68)

    두 분은 천생연분이에요
    너무너무 잘 어울리십니다!!

  • 22.
    '24.5.18 9:01 PM (219.248.xxx.133)

    드뎌 결혼약속 !!!
    전개 빠르네요.
    다음이 그럼 마지막회인가요

    해피앤딩임을 알지만
    끝나지 않고 네버엔딩 전개되는 드라마였으면 좋겠어요...!!

    다음 이야기
    목빼고 기다림

  • 23. 너무너무
    '24.5.18 9:12 PM (121.175.xxx.142)

    잼있어요
    그 남자 시점의 그여자 이야기도나오면
    베스트셀러 각인데~^^

  • 24.
    '24.5.18 9:15 PM (39.125.xxx.74)

    50대인 저한테는 선재업고 튀어보다 좀 더 흥미진진하고 재밌어요 다음편 기다릴게요~^^

  • 25. ….
    '24.5.18 10:02 PM (115.138.xxx.42)

    아 달닳해요

  • 26. 아짐
    '24.5.18 10:05 PM (39.119.xxx.128) - 삭제된댓글

    님~ 키톡에서부터 10여년이 훌쩍 넘는 세월 님글을 조용히
    응원하며 미소지으며 읽고있었어요…
    천생연분 짝꿍 이렇게 만나셨군요~ ^^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27. 아짐
    '24.5.18 10:15 PM (39.119.xxx.128)

    님~ 천생연분 짝꿍을 이렇게 만나셨군요~^^
    10여년이 넘는 세월 키톡에서 님글을 조용히 응원하며
    읽고 있었어요~
    님의 정갈한 살림과 솔직 담백한 음식이야기들…
    그 남자 이야기 1편 읽자마자 님이 떠올랐네요~~^^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28.
    '24.5.18 10:43 PM (119.67.xxx.179)

    가슴 설렙니다

  • 29. 가슴 찡함
    '24.5.18 11:22 PM (222.121.xxx.45)

    좋은 인연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고
    정말 축복합니다.

  • 30. ...
    '24.5.19 12:38 AM (183.102.xxx.152)

    6편도 당연히 있겠죠?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음편이 마지막 편이 아니길...

  • 31. 6편 기다려요
    '24.5.19 8:00 PM (106.101.xxx.234)

    그남자 계속 검색하고 있어요

  • 32. 대박
    '24.5.19 11:18 PM (73.37.xxx.27)

    저 40대 후반인데 그 어떤 드라마보다 재밌어요. 로코물 안보는 1인인데 왜이리 재밌나요.

  • 33. ^^
    '24.5.20 7:18 PM (116.123.xxx.155) - 삭제된댓글

    6편 먼저 읽고 신나서 왔더니 찡한 사연이ㅠ
    단막극으로 안되겠어요.
    미니시리즈 한편이 딱 좋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5714 지금 사람 뜸한 공원입니다 4 좋은계절 2024/05/19 1,878
1585713 제가 너무 고지식한가요? 13 ㅇㅇ 2024/05/19 4,892
1585712 영유 3세반은 어떤 분위기인가요 9 ㅇㅇ 2024/05/19 1,376
1585711 이태원에서 용산가족공원 택시 막힐까요?? 4 .... 2024/05/19 509
1585710 닭발은 정말 3 ㅇㅇ 2024/05/19 1,791
1585709 수박이 혈당 팍 올리나요? 11 수박킬러 2024/05/19 3,971
1585708 시험관으로 성별 골라서 임신 가능 7 ... 2024/05/19 2,883
1585707 넷플 디에이트쇼 수작이에요 6 …… 2024/05/19 2,688
1585706 정말 맛있고 예쁜 파스타집 추천 부탁드려요 19 서울시내 2024/05/19 1,750
1585705 족욕해보신 분들 계시나요~? 1 . 2024/05/19 787
1585704 경동 시장 다녀와서 종일 일만 했네요. 21 2024/05/19 6,515
1585703 울써마지 2 울써마지 2024/05/19 1,389
1585702 결정사요.. 4 .. 2024/05/19 1,270
1585701 파스타 다이어트 시작 5월19일 8 파스타 2024/05/19 2,528
1585700 공상과학이 아니었어 4 실현 2024/05/19 1,213
1585699 진짜 웃기는 '시'짜들 2 10 ㅇㅇ 2024/05/19 2,958
1585698 옷장에 넣어놓은 의류및 이불 냄새 7 치우며 2024/05/19 2,097
1585697 새 휴대폰 액정 필름 직접 할까요? 13 똥손 2024/05/19 1,075
1585696 55살 걸핏하면 다리가 뭉쳐요 7 ... 2024/05/19 2,297
1585695 미술관이나 연주회다니려면 5 ..... 2024/05/19 2,275
1585694 40대 되니 우울하네요 11 .. 2024/05/19 4,491
1585693 저 아무래도 제비한테 딱 걸렸나봅니다 ~~ 40 사랑꾼 2024/05/19 25,563
1585692 공주병 4살 딸... 38 111 2024/05/19 5,954
1585691 어제 40대 후반 대학 친구 4명이 8시간 수다떤 이야기 9 .. 2024/05/19 5,051
1585690 제발 오늘은 식욕을 참을수있게 도와주세요 11 금욕 2024/05/19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