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엄마라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싫어해서요
첫 제사도 안갈려고 했는데 남편이 다음에 안가더라도
이번에는 가자고 해줘서 가고 그 다음 부터는 참석도 안 하고 산소도
가기 싫어서 안 갔어요
지금 이 순간도 별로 애틋하지도 그립지도 않아요
저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 했어요
동생들 조카들 심지어 길가다 만나는 유모차속 아가들과
또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정말 예뻐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느 날 한 아이가 다쳐서 엉엉 우는데
제가 달래고 치료해 주면서도 울지 말라고 자꾸 그러고 있는 거에요
1 학년인데 많이 아팠을 텐데 울지 말라고 자꾸 강요를 ...
아이들이 아프면 울 수도 있는데 그걸 못 듣는 제가 이상하다 싶어서
대구지역에 유명한 상담심리전공 교수님을 찾아갔고 10 회기 상담을 시작했어요
저한테는 아직도 생생한 어릴 적 기억이 두 편이 있어요
하나는 저번에 올렸던 할머니와의 생애 최초의 기억
또 하나는 엄마와의 첫 번째 기억입니다
저 시기에 제가 많이 또 그리고 잘 울었었던 울보였나봐요
그래서 아버지가 언니랑 동생들 데리고 외출했던 날
엄마와 저
창문도 없고 여닫이문만 하나 있는 깜깜한 방에 남겨졌어요
아니 엄마가 저 우는 버릇 고치겠다고 미리 작정하고
문 손잡이 못 열게 안쪽에서 숟가락으로 걸고
거기에 등을 대고 앉고 맞은 편에는 제가 앉았어요
엄마 옆자리에는 회초리가 있고
먼저 회초리로 때려요
앞으로 울래 안 울래 ..
맞아서 아프니까 울어요
울 때마다 때려요 자꾸자꾸 때렸어요
아프지만 소리내서 울면 자꾸 더 때리니까
입을 틀어막고 속으로 꺽꺽 참으며 소리 안 낼려고 버텼어요
계속 때려도 제가 우는소리 안 낼때가 되어서야 그 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때는 6~7 살 정도여서 시계는 볼 줄 몰라서 못 봤지만 몇 시간(아마도 느낌의 시간)은
그렇게 엄마의 무서운 회초리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엄마는 교육효과 확실하다고 좋아했겠지만
저는 그 이후로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이상한 병 ?? 에 걸려 버렸어요
아무리 슬퍼도 눈물도 참고 소리도 못내고
심지어는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는데도 눈물만 소리죽여
흘리고 있었거든요
이래서 제가 아이들한테도 울지 말라고 강요할만큼 우는 소리를 못 들었던 거였더라구요
지금도 그날 그 방안 상황을 그림으로라도 그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기억속에 있어요
제 생애 가장 큰 무서움으로 남았으니까요
상담해주신 교수님하고 6 회기 때 비로소 그날로 부터 40년이 넘어 처음으로
엉엉 소리내어서 울어 봤어요
처음에는 잘 안되었는데 6 회기 만에 겨우 .....
지금은 소리내서 잘 우냐구요 ??
잘 못 울어요 여전히 눈물 참고 소리참고
이런 게 뭐 별거겠나 싶지만 우는 것도 감정표현의 한 방법이라서
정신건강과도 관련이 있으니까
저도 감정표현 차원에서 속 시원히 울고 싶기는 해요
또 상담하면서 엄마가 절 대한 방어기제 ( 투사동일시 ) 에 대하여 알아보다가
교수님께서 상담공부 하길 권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안하고 싶어서 중단했습니다 .
어떻게든 엄마생각 안하려구요
언제든 엄마와 관련되어서 스토리들이 파헤쳐 지고나면
정말 심하게 몸살나듯 아팠거든요
할매이야기는 신났는데
오늘은 마음이 무거워서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물론 오늘도 남편 먼저 자고 있고 저는 82 쿡 놀이 ....
어제 실수로 글 올릴 때 제 닉네임 노출시켰다가 빛삭했지만
보신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키톡에 자주 출몰하는 저를 아실 수도 있어서 ... 모른척 해주셔요
오늘까지 총 5 편 제 이야기 들어주시고
달래주시고 공감해주신 언니같고 동생같은 82 쿡 님들
너무 고마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