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481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1255 통증은 없지만 한쪽 팔이 잘 안올라가네요 3 레드향 2024/05/03 1,362
1581254 순두부 두개 5 뭐해먹을까 2024/05/03 1,388
1581253 일뽕 실제로 본적있으세요? 6 쿠크다스 2024/05/03 1,861
1581252 고수 겉절이 진짜 맛있어요 12 ㅇㅇ 2024/05/03 2,498
1581251 국토부 주택 공급 19만 채 누락한 주택 통계. .사실 알고도.. 5 조작 2024/05/03 1,447
1581250 기차역·도서관 앞에 ‘박정희 동상’ 세운다…시민단체 반발에도 대.. 10 어우야 2024/05/03 1,438
1581249 아까운 거 겠죠... 5 2024/05/03 2,019
1581248 사과랑 땅콩버터 같이 드셔보셨어요?? 29 ... 2024/05/03 6,411
1581247 이정부는 법카터는걸루 재미보네요 15 ㅂㄴ 2024/05/03 1,842
1581246 마x카 크림 팬이에요 35 진심팬 2024/05/03 5,266
1581245 참기름보다 들기름을 넣어야 더 맛있는 음식 22 들기름 2024/05/03 5,028
1581244 세입자 계약기간 끝나기 6개월전에 나가게 되면 얼마정도 드리면 .. 3 ㅇㅇ 2024/05/03 1,663
1581243 50넘어 가난한 미혼. 공공임대 알아보는거 14 50대 가난.. 2024/05/03 6,004
1581242 문대통령님 한번만 더해주심 얼마나 좋을까? 23 혹여나 2024/05/03 1,871
1581241 이런 조건이면 시어머니와 합가하시겠어요? 45 2024/05/03 6,537
1581240 1년전 매불쇼 나온 금나나는 사투리 안쓰네요. 16 ... 2024/05/03 4,665
1581239 제 키가 166 인데요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해요 33 2024/05/03 3,499
1581238 국민연금 조기수령 상담 2 현소 2024/05/03 2,487
1581237 주지훈은 11 음음 2024/05/03 4,552
1581236 수술과 의사를 남편 혹은 남친으로 두신 분들 조언부탁드려요 38 ㅠㅠ 2024/05/03 5,838
1581235 대구 신규아파트 변기 하자 7 오아시스25.. 2024/05/03 2,228
1581234 부탁드립니다 11 영작 2024/05/03 2,307
1581233 요즘 살림이 다시 재미 있어요. 7 2024/05/03 2,709
1581232 신경과는 처방전이 없나요 7 궁금해서 2024/05/03 1,094
1581231 R&D 예산 깎더니 인도 개발자 수입? 7 zxcv 2024/05/03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