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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울 할매 이야기 2 ......

손녀딸 조회수 : 5,938
작성일 : 2024-05-02 23:41:13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할매는  손녀들보다 학교 성적이 좀 떨어지는 손자들 

기죽일까봐  대 놓고 칭찬은 안하셨어도   

기특해 하기는 하셨어요   특히 저한테는요 

 

9살때  가마솥에 불지펴 처음 밥을 지었을때도 

고등학교때 무우채 얌전하게 썰어 생채로 저녁차려드렸을때도 

" 이거 기계로 썰있나 "그려셔서 

제가  칼로 썰었다고 말씀드리니까 

" 참말이가?    고년 손이  참  야물딱지다 "   그러시고 

고추장떡이나 김치전도  꼭 제가 구운 얍실한거  드시고 싶다고 그러셨구요 

 

이런 게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저는 칭찬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이  자라왔던 거 같아요 

둘째딸로 태어나 사랑받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서 일하고  잘  할려고 해도 

엄마는 저한테  칭찬은  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조금  못하면  제 탓을  많이  하셨구요 

지금  어린시절을 떠올려 봐도 부모님한테  칭찬을 들었거나 사랑받았다는 생각이

1도 안드는 거에요  

그러니  할매의 저런 말씀들이   지금도 고맙게 추억하게 되는  칭찬의  표현이셨거든요 

 

그리고 

할매가 사주를 좀 보셨는데 

저한테는 말씀  안하시고 엄마한테 늘 그려셨대요 

ㅇㅇ이가 사주가 좀 안 좋아서  초년에 고생할텐데 

힘들어보이면 니가 좀 도와주라고 ..그래도 말년에는 괜찮아 질거라고 

 

뭐 결론적으로 

제가 바닥을 치고 있을때도  형편이 나아졌을때도 

친정부모님은 늘  도와주기는 커녕  이용하기 바쁘셨으니 ..

기대도 안하니  마음 편했었네요  

 

제가 이제 나이가 들고보니 

할매가  저한테 물질적으로 뭘 해주신 것은 없으나 

저런 걱정, 칭찬, 당부가 너무 고맙고  정이고 사랑이었구나 싶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가끔씩 친정엄마처럼 떠올려지고 그리운가 싶기도 해요 

 

그런  할매가 

제가 고 3이던  3월에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4년간을 누워서 계시다 돌아가셨거든요 

저는 대구로 기차통학하다  자취하느라  자주 찾아뵙지는 못해도 

고향집에 갈때나 방학에는   대소변도  치워드리고 기저귀나 이불  손빨래도 정말 많이 했었네요 

 

 

그 즈음 울할매가 가장 좋아하셨던  간식이 바나나랑  아이스크림 콘이었거든요 

 100원 짜리 버스 토큰도 아낄려고 몇 정거장씩 걸어다니던  가난한 고학생이었던 저는 

알바하거나  돈이 조금 여유 있을때  서문시장들러  1000원에 두 개하는 바나나 사가지고 

가서  가방에서 꺼내 드리면  정말로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답니다. 

저한테도 귀한 바나나였지만 할매한테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던지요 

 할매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10번도  못 사드렸는데 

 제가  대학 졸업반 이었던  88년  늦가을에    멀리멀리  떠나셨어요 

 몇 달만 더 있으면 제가 취직해서 돈 벌어서  바나나 많이 사드릴 수 있었는데 

 고추장떡도  김치전도 더 많이 구워드렸어야 되는데   

 안  기다려 주시고  그렇게   떠나셨어요  

 

 

 

 

 

 

IP : 121.182.xxx.203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모모
    '24.5.2 11:47 PM (219.251.xxx.104)

    아!
    좋은 할어니의 추억을 갖고있는 님이
    너무 부러워요
    저도 제 손주들에게
    따뜻한 할머니로 기억되고싶네요

  • 2. ㅇㅇ
    '24.5.2 11:51 PM (59.17.xxx.179)

    9살.... ㅜㅜ

  • 3. 우리할머니
    '24.5.2 11:54 PM (118.221.xxx.15)

    저도 외할머니가 보고 싶어지네요
    우리형재들에게 늘 엄격하시고
    무서웠던분이셨는데
    우리 큰아들도 예뻐해주시고
    우리작은아들도 예뻐해주셨는데
    이제는 저도 손주볼 나이가 되었네요

  • 4. ...
    '24.5.3 12:03 AM (106.101.xxx.49)

    저랑 비슷 하시네요
    할머니덕에 제가 바르게 산것 같아요
    어떤 마음인지 알것같아요

  • 5. ㅎㅎㅎ
    '24.5.3 12:08 AM (211.201.xxx.108)

    전 친할머니가 많이 많이 사랑해주셨어요.
    먹을만큼 먹은 나이에도 가끔씩 생각나고 그러네요.

  • 6. 할머니 대소변
    '24.5.3 12:09 AM (116.41.xxx.141)

    까지
    애고 대단하신 원글님..
    바나나 더 드시고 가셔도 되구먼 뭘 그리 급하신걸까요ㅠㅠ

  • 7. 원글
    '24.5.3 12:09 AM (121.182.xxx.203)

    저도 요며칠 더 많이 생각나서 보고싶어서 울 것 같아요
    울할매 그립다 !!!!!

  • 8. ..
    '24.5.3 12:46 AM (110.9.xxx.119)

    할머니가 분명 원글님 잘 사는지 보고있을꺼에요.

  • 9. ..,
    '24.5.3 12:48 AM (183.102.xxx.152)

    효손녀를 두셔서 행복하셨을겁니다.
    대단한 원글님...

  • 10. ㅇㅇㅇ
    '24.5.3 12:59 AM (187.190.xxx.59)

    님글읽다가. 이쁨맘 받고 바나나하나 사드린적 없는 제가 죄송하군요. 잘 읽었네요

  • 11. ㅠㅠ
    '24.5.3 3:30 AM (211.108.xxx.164)

    그런 따뜻한 할머니를 가진 원굴님 부러워요
    저는 사랑받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 12. 일제불매운동
    '24.5.3 3:46 AM (81.151.xxx.88)

    저도 우리 외할머니가 보고 싶네요 ㅠㅠ

  • 13. 저도
    '24.5.3 4:26 AM (125.178.xxx.170)

    쑥버무리 해주시고
    저를 늘 안쓰럽게 봐주시던
    외할머니가 생각나네요.

    목포에 사셔서 늘 낙지와 파래(다른 이름 같은데 뭐죠)를
    고속버스 기사 통해 보내시고
    어쩌다 한번 놀러 가면
    오메오메 내 새끼 왔네 함서 그야말로 진수성찬.

    그 정겨운 할머니가
    나중엔 식사도 못하고 막걸리로 연명하시다가
    가신 날들이 떠오르네요.
    차갑던 친할머니랑은 너무나 비교됐던 외할머니요.

  • 14. ...
    '24.5.3 6:36 AM (203.142.xxx.241) - 삭제된댓글

    나이들수록 인정 해주시고 무조건 사랑 해주시던 할머님이 그리워 집니다.
    세상을 살아보니 논리나 이성보다 사랑과 관용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이치를
    어릴적 할머니를 생각해보며 깨닭게 됩니다.
    부디 편히 쉬시기를....

  • 15. ...
    '24.5.3 6:37 AM (203.142.xxx.241)

    나이들수록 편들어 주시고 무조건 사랑 해주시던 할머님이 그리워 집니다.
    세상을 살아보니 논리나 이성보다 사랑과 관용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이치를
    어릴적 할머니를 생각해보며 깨닭게 됩니다.
    부디 편히 쉬시기를....

  • 16. 다인
    '24.5.3 1:37 PM (121.190.xxx.106)

    오우....원글님 감사감사..할머니 얘기를 꼭 듣고 싶었었는데...그런데 지난 글 속에서의 새댁 엄마는 참 괜찮은 사람같았는데..부지런하고 정 많고. 그런데 왜 원글님에게는 냉정한 엄마였을까요? 생각치 못한 반전에 가슴이 아프네요. 에휴...빈 자리를 할매가 채워주셨었는데..너무 그리우셨겠어요.

  • 17. 좋은어른한분
    '24.5.3 3:34 PM (1.236.xxx.71) - 삭제된댓글

    어려서 고생할 때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내편인 좋은 어른이 계시다는데 살면서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원글님, 따뜻하고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 18.
    '24.5.3 11:02 PM (218.38.xxx.252)

    윗님 이글 쓰신분은 다른 분이에요
    시리즈가 다르니깐 혼동하신듯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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