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가
생후 4개월쯤부터 목줄에 묶여
실외에서 8개월을 살았어요
헬리콥터 꼬리를 팔랑팔랑 돌리며
발글방글 웃는 명랑한 아기 강아지를
이 동네에서 흔한
목줄과 쇠사슬 줄에 묶어
집지키는 강아지를 만들었어요
이 녀석 견주가 당시 지어준 이름이
똘이...
이름처럼 똘똘하고 참 귀여운 아기 강아지는
목줄에 묶여 무럭무럭 자랐는데
크면서 얼굴에서 그 예쁜 웃음이 사라졌어요
시무룩하고 굳은 얼굴에 화를 내고
동네 아줌마인 내 손도 할퀴고
목줄이 아프니 뒷걸음치며
목줄을 쭉쭉 땡기며 반항도 하고
말을 잘 듣고 놀다가도 가버리고
전주인에게서 강아지를 사서 데려와
제일 처음 한 게
펫샵에 데려가
빨간색 목줄 한 개와 하네스.
그리고 낭창한 개줄을 샀어요.
하네스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목이 해방되고 무척 편하고 자유롭고 행복해 하더군요
처음 실내생활 적응기간에
잠깐씩 목줄에 묶어두었는데
정말 극렬하게 반항했어요
빨리 목줄 풀라고 울고불고
개줄을 잘근잘근 씹을 지경이었죠
하네스를 하면서부터
목줄을 절대 안 하려 하고요
문제는 한창 활발한 1살짜리 강아지라
산책 때 보면 .... 천방지축 망나니가 따로 없었어요
그렇게 2살 ... 또 3살이 되었네요
긴다리가 껑충하지만 몸집이 작은
우리 강아지 키를 넘긴 4월의 풀숲 ㅠㅠ
이 녀석 이맘 때 그 풀숲을
고라니처럼 뛰어 들어가 펄펄 날아다니는 걸
아주 미치게 좋아해요
문제는 지금 뱀이 많은 시기고요
물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얘는 뱀을 무서워 하지도 않고
개구리도 좋아해서
키큰 풀숲에서 뱀이랑 개구리를 찾아다녀요
그래서 최근에 궁여지책으로
하네스 몸통 쪽을 좀 조였어요
도무지 통제가 안되서요
풀숲에 뛰어들어가면
얼른 힘으로 땡겨 꺼내야 하거든요
몇일을 그리 했더니
지난 주 일요일
하네스 조였던 몸통 양쪽이 아프다 하더군요
첨엔 큰병인가 걱정했는데 (글도 올려 묻고)
아침 산책하고 응가하고 밥 한대접 뚝딱하고..자길래
전 알바 땜에 일단 나가고
저녁에 왔더니 멀쩡히 마중 나오고 아파하지 않고
야밤 산책 신나게 하시고 응가하고
고봉밥 드시고 자더라고요...
한 이틀 생각해보고
강아지에게 목줄을 내밀었어요
평소처럼
산책 가기전 채비할 때
"머리~" 하면
무척 망설이다가 다가와
머리를 하네스에 쏙 넣는데
목줄을 들고 "머리~" 했더니
망설임없이 얼른 오네요
하네스 대신 목줄로 산책한 지 이틀 째
하아~
산책을 차분하게 잘 하네요 ㅎㅎ
목줄을 땡기면 아프지만
자기가 조절을 잘 하면 아프지않은 걸 아니까
통제도 잘 되고 ... 개줄을 씹으면서 하던
극렬한 반항도 없고
순응하고 있어요
물론 이러다 호시탐탐 풀숲에 휙 날아서 들어가는데
한 두어번은 봐줍니다. 꺼내기도 쉬워졌으니까요.
오늘도 풀숲에서 날아다니며 무척 행복해 해요
대신 방역과 빚질과 씻기는 철저히 ㅠㅠ
이렇게
우리 강아지는
오늘도 성장하고 있어요
2년간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더니 마음도 많이 자랐네요 ㅎㅎ
내눈엔 아직 4개월 아기 강아지로 보이는
우리 강아지야!
고맙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