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꼴보기 싫어서요
내가 왜 직장을 관둬가지고
신발장, 옷장, 붙박이장, 싱크대문, 싱크대 서랍 뭐 하나 열고 나면 닫는 법이 없어요
진짜 한번 지나가고 나면 도둑 든 것 같아요
제가 매일 닫아요 매일. 매번.
매일 먹는 약이 있는데 많은 날 그 뜯고 난 약봉지가 주방 아일랜드 식탁 위에 그냥 있고요
매일 반신욕제를 넣고 반신욕을 하는데 반신욕제 뜯고 난 봉지 화장실에 그대로 있고요
과자, 음료 먹고 나면 분리수거 하는 꼴이 없고 식탁위에, 거실에 고대로 얹어져 있고요
회사에서 돌아오면 옷 편한데 던져두고요
양말 바닥에 던져 다시 운동가면서 신을꺼라곤 그대로 두기가 다반사
화장실 불키면 거기 있는 환풍기, 조명1, 조명2 그냥 왕창 한번에 다 누르고 키고는 안끄고요
매일 반신욕 들어가며 얼음 꺼내먹고 얼음틀 그대로 펼쳐두고요
변기에 파티해놓고 그대로 나오고
그냥 손에서 떨어지는 그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가는 법이 없는데
잔소리 해도 안듣고요
16년동안 하다가 진저리가 쳐져서 꼴도보기 싫고
시어머니한테도 열받고요
전업이니까 받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저 꼴 보기 싫어서
공부해서 직장 나갈라고요
아 지금도 재택으로 벌긴 하는데
번다고 큰 소리 칠 정도는 아니라서요
자존감 떨어져서 살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