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산에 너무 가고 싶어서 길을 나섰다
......
산 아래까지 겨우겨우 걸어갔다
발이랑 다리가 너무 아파서
길가에 주저 앉아서 우울과 슬픔을
억눌렀다
산엔 가지도 못 했고
산으로 가는 사람들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마트에 들러
자전거길로 천천히 걸어 돌아오는 길
저 앞에 발랄한듯 참해 보이는
커다란 흰색 강아지와 여성이 내쪽으로 걸어 온다
진도 믹스로 보이는 녀석은
몸이 날씬하고 다리가 쭉쭉 긴게
우리 집 촌놈 작은 누렁이랑 몸이 똑 닮았고
입이 길고 초롱한 눈빛마저 영락없다
오가는 길
잠시 스쳐지나는데
왜 기시감이 들까?
한참을 지나쳐 뒤돌아 보니
이 녀석이 가지 못하고
미련이 가득한 듯 자꾸 뒤돌아 보고
걸음이 느리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로 다가 가보니
원래 낯가림을 한다는데
나에게 전혀 거부감이 없다
옆동네 산다는 주인에게 물어보니
녀석이 이 메타세콰이어 길을 좋아한단다
보니까 공원에 다녀온 듯 하다
우리 강아지랑 집 앞 공원산책 때
한번도 못 본 뉴페 강아지다 (좀 큰 개다)
나도 우리 강아지 애기를 하고
사진도 보여주고
이제 가려나 했는데
이 녀석이 나에게 다가 오더니
두발로 껑충 뛰어 올라
키작은 내 얼굴 바로 아래 얼굴을 맞댄다
순둥한 얼굴과 눈망울에
부드러운 두 앞발의 터치
견주는 심히 당황했는데
나는
우울했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고
순간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원래 이러는 애가 아니라는데
내가 우리 강아지의 페로몬을
바지에 묻히고 다녀서 그런가 했는데
얘나 우리집 얘나
둘 다 숫놈이고 ...
(우리 강쥐는 암컷보다 숫놈 형들과 친한 상남자!)
아까 느낀 기시감은 ...
내가 어릴 때 키우던 다리짧은
몇번의 "재롱이"들의 그것??
아무튼 모르겠다
그냥 언제인지 어디선가
나를 아는 강아지를
만난 느낌이 든다
안녕! 잘가~
만약 또 만난다면
우리집 작은 누렁이랑 같이 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