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알바중이에요.
하루 3~4시간 정도 1학년 교실에 들어가는데 거의 한반만 고정으로 들어가니 반 애들과 모두 친해졌어요.
제가 하는 일은 자폐 아동을 일대일로 보조하는 일이에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혼자하게 하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가르쳐주고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해서 옆에 있는거죠.
처음에는 저도 자폐 아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아이와도 적응하느라 좀 힘들었는데 이제 익숙해졌는지 덜 힘드네요. 아이와도 정이 많이 들어서 가끔 예민해져서 폭 안길때가 있는데 오히려 제 마음이 편안해져요. 주말에는 보고 싶기도 하구요.
초1 교실이라 별일이 다 있어요. 26명인데 정말 아롱이 다롱이에요.
맨날 지각하는 애, 한글이 전혀 안되는데 영어학원 다니는 애, 수업 내내 단 한순간도 입과 몸을 가만 못두는 애, 화장실 가면 함흥차사인 애, 엄마가 자길 싫어한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애, 오지랖이 넓어서 누가 수업 시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뛰어가서 가르쳐 주는 애, 친구들이랑은 정말 하루종일 떠들면서 발표 시키면 자기 이름도 말 못하는 애...
특히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듣기 민망한 가정사도 있어요. 부모님 싸우는데 어떤 말이 오갔는지 고스란히 전달해줘요("그래 이 집 팔아서 반 나눠"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샘이 좀 허용적인 샘이라 더 시끌벅적하고 정신이 없는데 담임샘의 인내심이 정말 놀라워요. 40대 후반 정도 되시는데 저 같으면 벌써 큰 소리 났을거 같은데 정말 최대한 참고 계시더라구요. 그래도 열정적이셔서 아이들마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 많이 하시고 학부모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제 업무는 자폐 아동만 케어하면 되지만 제가 매일 학교 교실에 있으니 아이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고 해달라고 하는 애들이 많아서 본의아니게 부담임 노릇도 하고 있어요.
애들 키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작고 이쁘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공부에 덜 치이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더라구요. 거의 최저시급에 급식은 제 돈으로 사먹고 있어서 급여는 정말 얼마 안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어서 그런가 부정적인 생각이나 걱정거리도 많이 사라졌어요. 제가 케어하는 아이가 교육으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며 저랑 눈 맞추고 상호작용할 때가 늘어가는데 그것도 감동이에요.
제가 좀 에너지가 없어서 집에 있으면 축 쳐져 있는 편인데 언제까지 할 지 모르지만 좋은 에너지 받아서 저도 건강하게 지내보려구요.
추가글>
제가 일하는 초등학교는 특수 교육을 전공한 특수교사가 있고 (전반적인 행정 업무 및 수업도 하세요) 실무사 선생님 있어요. ( 교육청 공고를 통해 뽑힌 분이에요. 일은 저랑 똑같은 일에 행정 업무 조금 있어요 월급제에요) 그리고 저는 자원봉사로 되어 있긴 해요. 그래서 급여도 최저 시급 수준이구요. 그래서 뭐 자격증이나 교원 경험 같은거 없어도 되는데 이미 거기서 일하던 분의 소개로 일하게 됐어요.
사실 제 자식 말고는 조카도 귀찮아 하던 스타일인데 나이를 먹긴 했나봐요. 애들이 다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