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일하는 남편이라 저녁에 홍대앞에서 만났어요.
평소 손잡고 걷고 싶어하는데 비바람이 있어서 각자 우산쓰고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걸었습니다.
남편이 평소 꼭 같이 가보고 싶었다던 중식당에 가서 향라, 어향 소스로 요리한 음식에 고량주 작은병을 마셨어요. 일하다 갔던 곳이라는데 제가 좋아할 거 같아서 꼭 같이 오고 싶었대요.
그전날 친구들 만나 과음했던 저는 술은 몇잔 못했지만 음식들을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애들 얘기, 부모님 친구들 동료들 얘기, 곧 떠날 저 혼자만의 여행 얘기, 여름 휴가 얘기등등 나누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마땅히 갈곳이 없더라구요.
무작정 걷다가 보이는 방탈출 게임가게에 전화를 걸어 바로 가능한 테마가 있는지 물어보니 있대요.
얼결에 시작한 게임은 중간중간 어려웠지만 둘이 주거니 받거니 힌트 떠올려가며 탈출했어요. 아리송하던 문제를 풀어 상자를 열었을때 환호성을 질렀어요.아쉽게 시간은 초과해서 실패라지만 뭐어때 재밌었어! 하고 기념촬영을 했고요.
비는 계속 오고 더 갈데도 없고 집에나 갈까 하는데 5분 후에 시작하는 재즈공연 클럽을 발견했어요.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딱 2인석 테이블 하나 남았더라구요.
칵테일을 마셔보고싶다는 남편에게 모히토 마시라 하고 서빙됐는데, 남편은 칵테일을 처음 마셔본대요. 아닌데 16년전 나랑 연애할때 마셨던거 같은데, 싶지만 내 기억이 틀렸거나 딴놈과 헷갈렸을 수 있으니 입다물고 연주를 들어요.
그러다 둘다 말이 없어지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가자, 하고 일어나 택시를 타고 집에 왔어요. 택시 안에서 잠깐 잡았던 손이 이날 스킨십의 전부였던 거 같아요.
15년이 지났네요 세상에. 근 30년을 알고 지낸 남편인데 그는 그대로이면서 또 다른 사람인 듯, 나처럼 나이를 먹었더군요. 내년에도 이정도면 딱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