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1년차 중반쯤이었을 거다. 겨우겨우 환자 감당하면서 하루하루 연명해 가고 있었던 시기.
칼륨이 낮은 환자가 있어서 별생각 없이 칼륨을 보충하는 오더를 내놨던 차였다.
교수님께서 회진을 오시더니 "이 오더 자네가 낸 건가?" 하셨다. 워싱턴 매뉴얼에 있는 대로 정확하게 냈기 때문에 나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하였다.
- 칼륨이 낮으면 이렇게 보충하라고 배웠나, 내과 수업 시간에?
- 네?
- 환자가 칼륨이 낮으면 어떡하라고 배웠냐고 묻는 거네.
- 아, 그게...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칼륨이 낮으면 왜 낮은지 원인을 알아볼 수 있게 기본 병력과 혈압, 몇 가지 검사를 챙긴 후 칼륨을 보충하라고 배웠던 기억이 스멀스멀 났다. 야단을 맞긴 했지만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오더리가 아니고 내과의사처럼 생각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던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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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칼륨이 꽤 낮은데 몇 년을 이 과 저 과 다니면서 가끔 칼륨 보충제만 처방받아 온 환자 협진이 왔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부신 종양을 발견했고(고알도스테론혈증) 외과로 보냈다.
이제 이런 초식을 전수해야 하는데 가르칠 아이들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런 걸 배우려는 아이들도 없을 것 같다. 한국 필수 의료는 이렇게 망해 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