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엄마입니다.
크게 다툰 지 오래입니다
저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부랴부랴 취직해서 집안 빚을 갚았어요
그러다 가족끼리 하는 작은 사업장오픈해서 이십여년 넘게 같이 일해 왔구요
직원을 채용했는데 한달이 못돼서 엄마가 말 그대로 짜르자고 합니다.
이유가 뭐냐 물었더니 당신 말 안듣는 사람이니 저런 사람 직원으로 데리고 있어봤자 안좋다고 하시네요.
저는 계약서까지 쓰고 채용한 직원 내 맘대로 힘부로 해고할 수 없다 법이 그렇다로 시작해서 다툼이 시작됐어요
저희 엄마는 유난히 저에게 엄격했고 일방적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저를 휘어잡았고 사람들 앞에서 절대 칭찬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사람 살 닿는게 싫다고 제 손도 뿌리쳤죠.
어릴 때부터 그러다보니 솔직히 엄마한테 살가운 정은 없고 그냥 책에서 읽은대로 자식이니 부모에게 순종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자랐습니다. 그리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다보니 모녀라기보다는 상사와 직원 그런 업무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같이 있으면 모녀로 안봅니다
작년엔가 저 일이 발단이 돼서 크게 다퉜습니다.
저희 엄마는 당신이 지금까지 내게 참고 살아왔으며 부모가 설령 잘못한 것이 있다하더라도 절대 자식 앞에서 잘못했다 말할 수 없다 하십니다
부모만 참고 살아왔나요. 저도 부모를 참고 참고 살아왔습니다. 다투는데 지금까지 제가 한 것 중 단 하나도 마음에 들고 성에 찬 것이 없다 하면서 저한테 쌍욕을 하시더군요
그 순간 저는 엄마에 대한 남은 정이 떨어졌어요
어릴 때부터 살가운 스킨쉽도 없는 엄마였고 남들 앞에서 제 칭찬 한 번도 없는 분이라 그런 분 마음에 들려고 아둥바둥 살아왔던 내 인생이 잘못 살았나 생각이 듭니다
일은 제 생계도 달린 것이라 그만 둘 수 없으니 그냥 집에서 제가 나오고 지금까지 남남처럼 서로 아는 척도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
중간에 아버지가 사이를 붙여 보려고 무척 애를 써 보셨지만
엄마는 당신 그 성격 그대로고 저는 이제 없는 정도 떨어진터라 들어갈 생각도 없습니다
다행이라면 그 일 이후 엄마도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아예 일에 손을 뗐어요
얼마 전 외가 쪽에 애사가 생겨 조문을 다녀왔는데 이모들이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저더러 하나 있는 딸이니 엄마한테 애교 좀 부리고 살라고 하는 말에 다시 기가 막히고 화가 올라왔어요
아직도 모녀 사이를 회복시키려 애쓰시는 아빠한테 부모는 절대 자식한테 잘못한게 있어도 잘못했다 말하는 게 아니라는 엄마한테 내가 어떻게 해야하냐 했더니 아빠는 아무리 부모라도 잘못했으면 잘못했다 하는거고 그건 엄마가 잘못한 거라고 네가 자식이니 그냥 이번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엄마와 잘지내봐라 하시는데 저는 절대 그럴 생각이 아직도 안들어요
동생한테 들어보니 아빠가 제 말을 듣고 엄마한테 그게 무슨 소리냐면서 화를 내시고 당신이 먼저 사과하라고 하셨다는데 저희 엄마는 저에게 오시더니 화를 내시면서 저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