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친구랑 둘이 살 때였어요.
점심을 피자를 시킬까 하고 혹시 원하는 메뉴 있느냐고 친구에게 물었어요. 제가 시키는 거구요. 자긴 별 상관 없대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뭐를 주문하겠다 했더니 그건 좀 별로래요. 그럼 다른 거 이거 어때? 글쎄 그것도 그닥.
그래서 너 뭐 원하는 거 따로 있느냐 물었어요. 메뉴를 보더니 이것도 별로 저것도 별로, 치즈가 몇 겹으로 몇 종류 들어간 신메뉴가 그나마 괜찮겠대요. 저는 별로 땡기진 않았는데 그나마 얘가 먹겠다는 게 이거라 주문했어요.
너무 맛이 없어서 둘 다 한 조각 먹고 남겼어요. 달고 느끼하더라구요. 제가 아주 싫어하는 종류의 맛이라 아직 기억이 나요. 싱겁고 달고 느끼하고.
다른 친구 몇이 자동차 여행을 갔어요. 하루 지방에서 숙박하고 올라오면서 아침을 간단히 먹기로 했어요. 다들 뭐 국밥이나 아침 되는 식당 메뉴를 읊고있는데 한 명이 다 싫대요.
국밥? 아니.... 난 국밥은 너무 배부를 것 같은데...
그럼 다른 거 이거? 아니 그것도 별로...
다른 거 저거? 아니 그것도 별로...
다들 이 쯤 되니 환장할 지경이 되어서 너 뭐 먹고싶은데? 물었어요.
아니 난 별 생각 없어서 그냥 가볍게 토스트에 커피나...
25년 전 쯤이라 아침 되는 스타벅스 같은 데가 없었어요. 올라오는 지방 국도변에 그런 데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찾다찾다 결국 그 친구 먹고싶다는 거 못 먹었지요.
이 친구는 평소에도 눈치가 없고 심하게 자기중심적인데 먼저 나서서 주장을 펴는 일이 없으니 저런 상황 딱 닥치기 전엔 다들 잘 몰라요. 저는 몇 번 더 겪고 그냥 인연 끊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