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날 이탈리아식 까르보나라, 알프레도 파스타를 해먹겠노라고 일부러 찾아서 사둔 이탈리아 치즈 몇가지가 있습니다
파스타는 한두번 해먹고 나니, 내 취향이 아니구나 싶어서 그 치즈들이 냉장고에서 계속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치우나 냉장고에서 눈에 띌 때마다 생각하다가, 밥에 비벼 먹어볼까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알리오 올리오라는 파스타도 국수를 마늘기름에 볶다가 이탈리아 고추나 좀 넣고 치즈 갈갈 넣어 먹는건데, 국수 대신 밥이면 뭐 어때? 싶어서 괴식을 만드는데 이르렀습니다
밥이니까 볶지 않고 마늘, 고추 대신 후추나 팍팍 갈아넣고, 치즈나 얹어 먹어볼까 싶었습니다
카쵸 에 페페라는 치즈 후추 파스타도 있다니, 뭐 딱히 이상한 괴식은 아닐거야 하면서...
새로한 뜨끈한 새밥은 후추랑 치즈만 잔뜩 갈아넣고, 찬밥은 밥 사이에 후추, 치즈를 겹겹이 층층이 넣은 후 전자렌지에 띠용 데워서...
처음 먹었을 땐, 이게 뭥미, 내가 괴식을 만든게 분명하군 싶어서 망했다 했습니다
그런데 웃긴게 다음날 자꾸 생각나는 겁니다
입에 잔잔히 남는 후추향, 뭔가 은은하게 꼬리한 치즈향
그래서 후추랑 치즈를 훨씬 촘촘하게 켜켜 쌓고 만들었습니다
어후...
괴식이 아니라 자꾸 생각나는 밥입니다
밥이 너무 좋아서 반찬이라곤 가벼운 국 정도면 충분하고, 아니면 밥만 꼭꼭 씹어 먹어도 훌륭... ㅠㅠ
흰백미밥도 좋은데, 현미밥이면 식감이 훨씬 더 맛있고 현미밥을 입에 넣고 오래 꼭꼭 씹어 먹으면, 꼬소한 현미 껍데기 씹는 맛과 함께 오랫동안 알싸한 후추와 살짝 꼬릿한 치즈향이 입에 남습니다
다 먹고 나도 그 후추향이 참 좋습니다
사실 어제 저녁에 먹었는데 양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운 후추맛이 오늘 아침에도 생각이 꿀꿀 나네요
보통 피자치즈라는 쭈악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도 좋겠지만, 이것보다 치즈향 꼬릿한 거 쓰는게 좋지 않을까 싶고요
저는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한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로 두번 해봤습니다
저도 잘 모르는데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좀 더 꼬리해서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꼬리한 치즈향 싫어하는데, 치즈후추밥은 더 꼬리한 편이 나은 것도 같습니다
후추는 통후추 갈갈 갈아서 쓰는 편이 맛과 향이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심심하거나, 괴식 실험해보실 분, 후회하지 않는 실험이 될 겁니다
오늘 저녁에도 치즈후추밥 해먹을 거라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