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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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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ㅡ 빨간 헝겊 도포

감동 조회수 : 1,039
작성일 : 2024-04-09 11:43:06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부인이 흰 도포 해진 부분을 빨간헝겊으로 기워줬는데 그냥 입고 다님

ㅡ 상남자 맞으시고요.

작은것에 얽매이느라 큰것을 놓치는 어리석은 우리들과 다르십니다.

빨간 헝겊 도포 얘기가 뭐라고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퇴계의 부부생활은 그다지 평탄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퇴계는 21살 때 동갑내기 김해 허씨(1501~1527)에게 장가를 들었다. 그러나 허씨 부인은 퇴계가 27살 때 세상을 떠난다. 둘째 아들(이채)을 낳은 뒤 산후조리가 잘못 된 탓이었다. 퇴계는 3년 후인 30살에 두번째 부인을 얻는데, 그 이가 바로 안동 권씨였다. 문제는 두번째 부인 권씨의 정신이 혼미했다는 것이다.

권씨의 아버지(권질·1483~1545)는 갑자사화(1504년)에 연루돼 귀양을 갔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작은 아버지(권전)가 기묘사화(1519년)와 신사무옥(1521년) 등의 정변에 잇달아 연루돼 곤장을 맞고 형장에서 숨을 거뒀다. 숙모는 관비로 전락했고, 아버지 권질은 두번째 유배형을 떠났다. 어린 권씨는 가문에 들이닥친 연속적인 불운을 바라보며 정신을 놓고 말았다. 그런데 권씨 소녀가 아버지 권질이 두번째 유배를 간 곳이 바로 퇴계의 고향인 예안(안동)이었다.

그로부터 9년 뒤인 1530년 귀양살이 중이던 권질이 퇴계를 조용히 불렀다. 권질은 퇴계보다 18년 연상이었다.

“자네, 부인(허씨)의 3년상은 잘 치렀나? 재혼은 했는가.”

“안 했습니다.”(퇴계)

“그럼 잘 됐네. 내 여식이 혼이 나가 온전치 못하네. 내 오늘 자네에게 내 딸을 부탁하네.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 밖에는 믿고 맡길 사람이 없구먼.”(권질)

권질의 뜻밖 부탁에 퇴계는 한참 생각한 후에 승락했다.

“예. 알겠습니다. 혼인을 치르겠습니다.”(퇴계)

퇴계와 권씨 부인은 이렇게 혼사를 치렀다. 물론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다.

■퇴계 부인의 치맛속에 감춘 배 한알

정신이 다소 혼미한 권씨 부인의 일화 역시 인구에 회자된다. 예컨대 할아버지 제삿날 식구들이 큰형 집에 모였을 때 제사상에서 배 하나가 떨어졌다. 이때 권씨 부인이 재빨리 배를 집어 치맛속에 숨겼다. 이를 본 큰 형수가 동서(권씨)를 나무랐다.

“동서! 과일이 제사상에서 떨어진 것은 정성이 부족했다는 뜻이야. 그걸 치맛속에 감추면 어떻게 해.”

아낙들이 손을 가리고 웃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퇴계가 큰 형수에게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귀엽게 봐줄 것이니 용서해달라”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나중에 부인에게 “왜 배를 숨겼냐”고 물으니 부인은 “먹고 싶었다”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퇴계는 치맛속에 감춘 배를 손수 깎아 잘라주었다.

제사 음식과 관련해서 또 다른 버전이 있다. ‘대추버전’이다.

어느 날 권씨 부인이 제삿상 주변을 서성거리다 대추 하나를 냉큼 집어먹었다. 친척들이 퇴계에게 불편한 시선을 쏟아냈다. 그러자 퇴계는 부인을 감쌌다.

“제사도 지내기 전에 손자며느리가 먼저 음복을 하는 것은 분명 예절을 벗어난 일입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도 손자며느리를 귀엽게 여길 겁니다. 노여워 하지 않을 겁니다.”

퇴계는 부인의 모자람을 채워주려 무진 애를 썼던 것이다.

■대인의 빨간 헝겊 도포자락

이런 일도 있었다.

하루는 퇴계가 문상을 가려도 도포를 입으려 하다가 도포자락이 너덜너덜 닳아 해진 것을 발견했다.

“부인 이것 좀 꿰매 주시오.”

그러자 권씨는 빨간 헝겊을 가져다 기워주었다. 퇴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도포를 입고 상가로 갔다. 주변사람들이 의아스럽다는 듯 물었다.

“원래 흰 도포는 빨간 헝겊으로 기워야 하는 것입니까.”

퇴계는 빙긋 웃기만 했다. 유교의 법도에 정통한 퇴계가 아닌가. 이후 흰색도포를 빨간 헝겊으로 기우는 것은 당대의 트렌드가 됐다. 이런 ‘상가 도포’ 소동은 ‘조회 도포’ 버전으로 바뀐채 전해지기도 한다. 즉 퇴계가 아내가 꿰매준 흰바탕에 빨간 헝겊 조각 도포를 입고 조회(朝會)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때 문무백관들이 퇴계 주위로 몰려 “해진 도포는 빨간 헝겊으로 꿰매야 하냐”고 물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조정에서는 ‘원래 대인배는 빨간 헝겊으로 기운 흰 도포를 입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또 하루는 벼루에 물이 떨어져 권씨 부인에게 “물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부인은 물을 가득 채운 커다란 물동이를 이고 들어와 벼루에 붓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옆으로 새지 않고 정확하게 들이부었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웃음을 참느라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퇴계는 미동도 않고 부인이 물을 다 붓고 나가기만을 기다린 뒤 조용히 글을 짓기 시작했다.

■아내의 모자람을 채워준 속깊은 남편

이런 일화들은 과장이거나 잘못 알려진, 그야말로 구전설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이 혼미한 부인의 모자람을 묵묵히 채워주었던 속깊은 남편의 풍모가 돋보인다. 그랬던 권씨 부인은 1546년 첫 아이를 낳다가 그만 숨을 거두고 만다. 퇴계는 “내 죄와 액혼이 쌓여 이런 일을 당한 것”이라고 슬퍼했다. 퇴계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권씨 부인에 대한 애틋함이 절절이 배어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니 놀랍고 애통하여 어쩔 줄 모르겠다. …영원히 이별하는 아픔은 무어라고 말 할 수 없구나.”

퇴계는 첫번째 부인(허씨)에게서 난 두 아들에게 “마치 생모를 대하듯 하라”고 지시했다.

“너희는 모두 어머니의 초상을 치르지 않았으니 이 초상은 너희 어머니의 초상이라는 마음으로…. 어떤 사람은 계모가 친모와 차이가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대개 뜻을 알지 못하여 경솔하게 하는 말이다. 사람을 의(義)가 아닌 것에 빠져서는 안된다.”

퇴계의 두 아들은 장남이 다섯살, 차남이 1개월 되던 때 생모(허씨)를 잃었다. 퇴계는 두 아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생모를 여읜 까닭에 제대로 된 어머니 상을 치르지 못했으니 계모를 생모의 예로 장례를 치르라고 당부한 것이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지시대로 적모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이하고 발인까지 마쳤다.

권씨 부인의 운구는 남한강 수로를 이용해서 서울~충주~단양을 거쳐 예안에 닿았다. 7월2일 상을 당한 뒤로 치면 무려 40여일간의 장례일정이었던 것이다. 두 아들은 산기슭에 여막을 지어 시묘살이를 했다. 퇴계는 고향에 양진암을 짓고 1년 넘게 머무르면서 부인의 영혼을 지켜주었다. 이 양진암의 주변을 흐르는 개천인 토계(兎溪)의 토를 퇴(退)자로 바꾼 뒤 자신의 호로 삼았다. 이것이 혹시 ‘낮퇴계, 밤토끼’란 말이 나오는 단서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책임은 남편이 져야 하네.

퇴계라고 해서 결혼 생활이 내내 행복했겠는가.

1569년, 즉 퇴계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제자인 이함형(1550~1577)에게 준 편지에서 그같은 사실을 더듬을 수 있다. 즉 이함형은 당시 금슬이 매우 좋지 않아 부부끼리 얼굴조차 맞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정을 안 69살의 스승이 20살 젊은 제자 이함형에게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고는 겉봉에다 “길에서는 절대 뜯어보지 마라(路次物開看)”는 글을 썼다. 당시 안동에서 고향인 순천까지 가는 동안 이함형은 스승의 당부대로 편지를 열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 편지 내용은 이랬다.

“성질이 나빠 교화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면…크게 보면 모두 남편에게 달려있다네. 남편이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힘써 잘 처신하여 부부의 도리를 잃지 않는다면 대륜(大倫)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네.… 난 두 번 장가들었는데 내내 심히 불행했네.…그동안 괴롭고 심란하여 번민을 견디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자네도 거듭 생각하고 징계하여 고치도록 하게나.”(<퇴계집> ‘이평숙에게’)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있다.

“퇴계 선생이 이평숙(이함형)에게 보낸 글에 ‘내가 일찍이 재취했는데, 매우 불행한 일이었다. 그 사이 마음이 산란해서 답답함을 견딜 수 없는 때가 있었다.’고 했다.”(<성호사설> ‘퇴계재취’)

어쨌든 제자 이함형은 스승의 마지막 당부를 가슴깊이 새겨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퇴계와 그 문인들의 사적을 담은 <도산급문제현록>은 “이함형은 퇴계의 편지를 읽고 비로소 부부의 도리를 닦았다”고 했고, <성호사설> ‘인사문·퇴계재취’는 “이함형의 부인이 퇴계 선생의 부음을 듣고 3년 간이나 소식했다”고 전했다. ‘웬만하면 남편이 참아야 한다’고 한 퇴계의 가르침이 모든 것이 아내 탓이라 치부했던 이함형의 마음을 바꿔놓았음을 알 수 있다. 퇴계의 한마디가 제자 이함형을 애처가로 만든 것이다.

그러고보면 ‘결혼생활 솔직히 불행했다’는 퇴계의 토로는 어찌보면 제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는지 모르겠다. 이함형에게 당부하는 말 가운데 마지막 대목은 “끝까지 고치지 않는다면 어찌 학문한다며 실천한다고 하겠느냐”는 힐난이었다.

■손님 대하듯 하라

퇴계는 손자(이안도·1541~1584)가 혼인할 때 자신의 부부관을 담은 편지 한통을 보낸다.

“천번 만번 경계하라. 무릇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다. 아무리 친밀하고 가까워도 지극히 바르고 지극히 삼가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군자의 도는 부부에게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사람들은 예의와 존경심을 잊어버리고 버릇없이 모욕하고 거만하고 인격을 멸시해버린다. 손님처럼 공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님 대하듯 공경해라, 즉 ‘상경여빈(相敬如賓)’의 태도야 말로 퇴계가 말하는 부부의 도리이다.

퇴계의 맏처남인 허사련의 사위인 오운(1540~1617)이 처고모인 허씨부인(퇴계의 첫번째 부인)을 위해 쓴 묘비명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퇴계 선생은 허씨 부인에게 서로 손님같이 경대했다. 평소 거처하실 때와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를 보면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이 보였다. 처음에는 금슬이 좋지 않은 듯 의심을 하지만 오래 지내보면 부부의 두터운 정을 알게 된다.”

IP : 118.235.xxx.22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첫째 부인 사후
    '24.4.9 12:04 PM (118.235.xxx.228)

    이황은 사위된 바를 다하며 혼자 남은 장모를 마지막까지 챙겼다고 한다.

    참 대단하신 분이네요....

  • 2. 멋짐.
    '24.4.9 12:05 PM (119.203.xxx.70)

    멋지네요.

    이게 진정한 유학자의 멋이죠.......

  • 3. ....
    '24.4.9 12:07 PM (118.235.xxx.228)

    갓 태어난 증손자가 젖이 부족한 일이 있었다. 집안 사람들은 마침 아이를 낳은 하녀를 보내 젖을 먹이려고 했다. 그러자 이황은 "내 자식 살리겠다고 남의 자식을 굶겨 죽일 수는 없다"며 이를 만류했다.

  • 4. ....
    '24.4.9 12:09 PM (118.235.xxx.228)

    홍문관 대제학 때 말단 관직에 있던 고봉 기대승이 논쟁을 걸어오자 격의 없이 상대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국립대 총장 격인 대제학이 자기보다 26세나 어린 9급 주무관이 걸어온 싸움에 권위를 내려놓고 진지하게 응한 셈이니 이황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 5. ...
    '24.4.9 4:49 PM (39.7.xxx.30)

    저는 진성 이가 퇴계 가문의 후손인데
    저도 모르는 조상님의 이야기...
    다시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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