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까지 비엘 웹툰과 넷플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나보다. 오늘도 9시 다되어 일어났다. 거실로 나오니 식탁에 밥과 반찬이 차려져있다. 조용하다. 부모님은 내가 잠에거 깨지않게 조용히 출근하신것 같다.
우걱우걱 밥을 입으로 퍼넣으며 폰을 열고 오이네부터 들어간다. 이 시간에 애들 얼집가고 학교가는 시간이라 그런가 글이 적군.
마지막 한 입을 먹고 나서 그릇채로 대충 싱크대에 놓고난 후 바로 쇼파로 가서 길게 눕는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결혼한 예전 친구들 계정을 본다.
뭐야 애도 있는데 무슨 삿포로 여행을 가... 미쳤네.
여름에는 나트랑도 다녀왔네? 어린 애 데리고 동남아를 왜가지? 어휴.
나이가 마흔인데 둘째 임신? 미쳤나...
으이구 남편이 가방 사준 게 인생의 초고기쁨인가.. 뭐가 좋다고 매장 앞에서 인증샷까지 찍냐 유치하네.
인스타에는 좋은 것만 올리는 거라던데. 아마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즐거워보이는 모습 아래엔 분명히 불행이 존재할거야.
40대 노산이라 아이 장애아로 나올까봐 전전긍긍...
해외여행가느라 대출받아서 개인회생들어갈 수도...
남편이 저렇게 가방사주는 건, 딴 여자가 있어서 찔리니까 사주는 것일 수도...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다음으로는 국내외 포털을 검색하여 시험관아기의 위험성과 다운증후군, 자폐의 증가율 자료를 캡쳐하고 짜집기한다. 출처가 어딘진 모르지만 일단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니까 뭐.
열심히 편집한 글을 커뮤니티마다 올린다.
늦둥이 준비한다는 그 친구가 이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절로 웃음이 나온다.
네이트판과 맘카페를 돌며 바람난 남편에 대한 하소연글을 캡쳐한다.
식당에서 민폐를 저지른 애엄마에 관한 글을 캡쳐한다.
왜 어린 애들에게 자꾸 지원금을 주는건지 이해가 안간다며 글을 썼다.
지원금은 우리같은 30대 경력단절여성에게 써야하지 않나?
역시 마음의 고향같은 그 커뮤에서는 다들 나를 이해하고 내 의견에 동의한다. 행복해. 이게 사람사는 세상이지.
...
철컥.
엄마가 들어오신다. 아..시간이 벌써...
나는 후다닥 방으로 들어왔다.
"밥을 쳐먹었으면 물에 담가놓기라도 해라. 나이가 마흔이 다된 년이...ㅉㅉ"
유구한 가부장제에 노예로 종속된 분이라 그런가...왜 여자는 밥먹고 설거지해야해? 남자가 하면되잖아.
곧이어 퇴근한 아버지도 아무 말 없이 씻고 저녁식사를 하신다. 나에겐 나와서 같이 먹자는 말도 없다. 아점으로 한끼먹고 중간중간 배민으로 커피랑 베이글, 피자도 시켜먹었지만 그대로 배가 고프네. 빨리 두 분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