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하고 있어요. 남편이나 저나 낼모레 오십이에요.
또래보다 늦은 편은 아닌데, 아이들은 대학생, 고등학생이고요.
일에 드는 에너지가 많아서 주중엔 잠도 부족하고 겨우 밥먹고 좀 쉬다가 자기 바빠요.
각종 집안일들, 아이들 옷이나 신발 쇼핑 등은 주말 아니면 할 수가 없어요. 사실 주말 이틀은 꼬박 잠만 잤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것저것 밀린 일들 하다보면 주말 금방 가버려요.
그래서 그런가 명절이니 양가 어르신 생신이니 어버이날이니 해서 휴일이나 주말에 약속 잡히면 너무 부담스러워요. 어차피 먹는 밥, 부모님이랑 먹는 것 뿐이다 생각하는데, 그냥 약속 잡고 사람 만나서 대화하고 밥 먹는 거 자체가 저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요. 남편과 아이들 외의 사람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려면 쥐어짜내야 해요. 직업이 사람을 많이 만나서 말을 많이 해야하는 직업이라 부모님 만나는 것도 피곤하네요.
이런 제가 저도 싫어서 고민이에요.
생각해보니 우리 부모님은 사십대 후반에 이미 자식들 다 대학 보냈고 양가 부모님은(나에게는 조부모님) 돌아가셨고 취미생활 하고 여행다니며 즐기고 사셨네요.
당신들 노후 즐겨야한다고 해서 저는 결혼 준비부터 육아 맞벌이동안 아이 하루도 맡긴 적 없었구요.
저희 가족은 양가 부모님 생신 등등이 한 해의 전반부에 몰려있어 주말에 못 쉬는 경우가 집중되다보니 피로도가 더 올라가는 것 같아요.
못 쉬는 주말 보내고 나면 몸살에 이명에 대상포진에 여파가 오래 가서 힘들어요.
생신은 그냥 부부끼리 축하하면 안 되는지,
명절엔 그냥 좀 각자 즐겁게 보내면 안 되는지.
자식이랑 식사할때는 꼭 돈은 자식에게만 내게 하는 친정부모도 남편 보기 좀 민망하구요(시부모님은 사주시기도 해요).
이런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거지 싶으면서도, 내 몸이 힘드니까 어쩔 수가 없네요. 지난 주말 못 쉬어 어제도 고열로 앓다가 약 먹고 초저녁부터 자고 나니 겨우 회복됐어요.
욕하시는 분도 많을거고, 체력 좋은 분들이나 사람들 만나면 오히려 에너지와 활력 얻는 분들은 이해가 안 되실 겁니다.
저는 사람들(특히 친정 부모님은 만날 생각만 해도 두통과 긴장이 몰려와요) 만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네요. 물론 만나는 자리에선 밝은 얼굴로 최선을 다 하니 상대방은 잘 모르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