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대후반 미혼이고 엄마는 70대 후반, 아버지는 80대초반이에요. 저는 ISFP, 엄마는 ENFJ, 아버지는 ESTJ 성향입니다.
오빠네는 해외살고 저는 독립해서 부모님이랑 20분거리에 살아요. 살가운 딸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하면서 오빠네가 없으니 얼마에 한번씩 부모님이랑 식사하고, 명절.생신. 어버이날 등 제가 챙기며 살아왔어요.
작년 10월쯤 엄마랑 크게 싸우고 올해 초에 또 아버지의 말에 상처받고 얼굴 안보고 있어요.
제가 예능을 한 케이스라 어릴때부터 엄마의 케어를 많이 받았고 그 점은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릴때 통제도 많았고 오빠는 늘 알아서 하게 놔두시는 반면 저에게는 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취급하고 과잉보호를 하셨습니다. 엄마는 ' 난 널 정말 열심히 키웠다. 어릴때 약해서 널 과하게 보호했다. 네가 이정도로 된건 엄마 덕인줄 알아라' 라는 식의 대화법을 쓰셨고, 10월에 트리거가 된 말은 " 난 정말 대단한 여자야, xx 이 때문에 지구 반바퀴는 돌았을거야. 내가 쟤때문에 선생한테 머리 조아려가면서 가르쳤잖아 '
이런 말을 처음 들은게 아니라 늘 들어왔고, 마치 저때문에 엄마 자존심에 오빠때는 안해도 될 일들을 겪었고 저 때문에 자존심 다 내려놨었다는 식의 말 (엄마를 창피하게 한 딸)처럼 들렸고, 지금까지 쌓여왔던 게 폭발했습니다. 제 평생 그렇게 악다구니 쓰고 울분을 토한적이 없는것 같아요. 본인의 업적을 자랑하고 싶어서 저를 깎아내린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엄마가 절 열심히 키우신건 150%인정하고 고맙지만, 제 자존감을 갉아먹는 대화법은 너무 힘드네요. 어릴때부터 매사에 거의 엄마가 결정을 내려주고, 과잉보호를 한게 결코 저한테 좋게 작용한거 같지 않아요. 저한테 '너 이런건 아니?' ' 하는 식의 질문들... 병신취급 당하는것 같은 기분이에요.
참고로 부모님은 그시절 명문 중,고와 SKY 출신이시고 사회적으로 나름 성공하셨었어요.
아버지가 장남이라 엄마가 시집살이 심하게 하셨었고 저는 평생 그 하소연 들어왔구요, 시집살이로 인해 엄마는 정신과 약을 지금까지도 드시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엄마의 우울증이 제게 유전이 된것 같고 태생적으로 소심하게 태어났고 저도 힘들때는 정신과 약먹구요, 지금도 직장 20년째 다니고 수입도 괜찮은 편이지만 제 내면에는 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습니다. 결정장애도 있구요.
작년에 오빠네랑 다같이 여행을 갔는데, 엄마가 조카들 앞에서 '너희 고모는 애를 안낳아봐서 애들 심리를 잘 모른다' 라는 망언을 하셨어요. 자세히 말한 순 없지만, 저와 조카들의 관계와 제 직업경력을 완전히 모욕하는 발언이였습니다. 아버지땜에 간 여행이라 참고 있었는데 가족들 다 있는 앞에서 어린시절 오빠에 대해선 다들 아들 잘 키워보시라고 했다는둥 하시면서 저에 대해선 xx 이는 어릴때부터 사회성이 없었다느둥....
제 자격지심인지는 모르겠는데 오빠네 없을땐 저한테 의지하면서 아들 오니까 기세등등? 하고 저한테 더 막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런상황에서 10월에 그런일이 있은후, 엄마가 카톡으로 사과를 했습니다만, '나는 너를 열심히 키운다고 키웠다, 내가 너무 힘들때 너를 낳아서 네가 약하게 태어났다, 너한테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다' 였어요.
연락을 안하다가 12월말과 1월초에 두번 뵀었다가, 1월에는 이번엔 아버지가 아직 보지도 않은 제 남친 직장에 대해 전망이 없지않냐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날이후로 저한테 말조심 하실 생각이 없으면 만나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고, 더이상 엄마 시집살이 힘들었던 얘기 저한테 하지 말라고 했어요.
저희 엄마 나르시시스트 일까요? 1월 이후로 만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나면 말에 상처받고, 계속 안만나자니 마음이 불편해요.
예전에 한번 길게 제 마음을 톡으로 설명한적 있는데, 엄마의 반응은 '오빠랑 너랑 똑같이 낳았는데 왜 너만 이겨내지 못하냐' 였어요. 이 발언에 깨달은건 엄마는 엄마 자존심이 더 중요하구나 였어요.
앞으로 저한테 힘들었던 얘기 시집살이 했던 얘기 하지 말라고 하니까 '알겠다, 엄마 인생이 너에겐 다 독이 되었구나! 하루속히 네가 나아지길 바란다' 였어요ㅣ.
'이제 다 늙으셨는데 그냥 그러려니 해라' 가 되지 않아요. 이 나이 되도록 이런거에 상처받고 있는 제 자신도 한심하고...우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