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나름 선물을 많이 받았네요.
근데 막상 가슴에 남는 선물을 떠올리니까 글쎄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던 시기.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그런 상황이었겠지만 저한텐 좌절이 너무 컸고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싶은데 해도 해도 안 되고,
그런 은근한 절망의 바닥에서 무감각해져 가는 일상이었어요.
동생이 대학원생이었는데 나름 학교 일로 힘든 것 같았어요. 각자 자기 무게에 바쁜 상황.
어느날 저녁 학교에서 오더니 제 책상에 무심코인 듯 책을 한 권 툭 던졌어요.
누나 생각나서.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아? 학교에 굴러다니더라. 하고 말이에요.
진짜 오다가 하천가에서 꺾어 온 꽃다발 그런 수준..
세상의 밑바닥에 내려앉아서 이젠 아프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 속에서
이상하게 그 책이 마음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뭐야? 하고 받았지만 밤에 혼자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뭔지 모르지만 힘들어 하는 거 알아. 괜찮을 거야..
내가 마음 쓰고 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네. 그런 것들이 확 느껴져서요.ㅠ
선물 이야기를 하려고 보니까 그 책이 생각나요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매년 수많은 선물을 받고 또 수많은 선물을 고민하는데,
저는 평생 살면서 죽기 전까지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물을 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들 마음에 남는 선물 있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