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때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
상처받은 일이 너무 많은데
이것도 그 중 하나에요.
이날은 물리적 폭력은 없었기에
오히려 안심하며 지나간 하루였는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는 이유는 뭘까요..
생각보다 상처가 되었나봐요.
초등 1학년 어느날, 술에 취한 아빠가 저를 더 이상 혼자 기르기 힘들어 못 키우겠다며
고아원에 버리겠대요.
가방 싸서 고아원 가자고 해서
책가방에 학교갈 책이랑 제 물건 조금 넣고 따라나섰어요.
가방 싸면서 정말 고아원에 버릴까, 아니면 술 취해 또 다음날 기억도 못할 이상한 짓 하는걸까, 헛갈렸고
정말 고아원에 버리면 큰집에서 따로 사는 할머니에게 전화해서
저 데려가달라고 해야겠다, 할머니가 바로 고아원으로 찾아 올거니까 걱정말라고
혼자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가방을 쌌어요.
가방 들고 술 취한 아빠따라 집을 나와 버스 다니는 큰 길 대로변까지 걸어나와
버스 기다리고 있는데
아빠가 "아니야, 그냥 집에 가자" 라고 말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와선 별 일 없이 그냥 잤고
다음 날 술이 깬 아빠는 아무 일 없던듯 행동했어요
술깬 다음날은 전날 술 취해 무슨 짓을 했든 언제나 그러거든요.
주먹과 발로 마구 맞은 날이나
밥상을 발로 차 김치국물을 머리까지 뒤집어 썼던
고함과 비명이 난무했던 날들도 기억하지만
비교적 조용히 지나갔던 그 날도 기억이 생생히 나요.
아빠에게 그때 정말 나 버리려고 했냐고
살아있다면 물어보고 싶어지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