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복실이..
제가 20대에 만나서 40 초반까지 키웠어요..
15년간 키우면서 정말 얼마나 애지중지 했던지
딸기 먹을 때도 제일 빨간 세모 부분 주고요
닭가슴살.. 삼겹살.. 다 기름기 빼서 줬어요..
정확히 15년 7개월 살다 갔는데
제가 2개월째부터 키웠구요.. 사실 복실이 10살 넘고 나서부터는..
그냥 너 편한대로 맘껏 먹어도 된다고 언제가도 언니는 괜찮다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일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매일 매일 사랑해 줬네요.
그 날도 그렇게 행복했어요.
아침에는 엄마가 소고기를 삶아서 먹였구요..
제가 이를 닦고 화장실을 나오니.. 화장실 앞에서 눈 동그랗게 뜨고 꼬리를 흔들어요..
"언니.. 산책가자.."
그래서 우리 복실이 데리고 산책 신나게 나갔는데
한 곳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제가 리드줄을 확 잡아 당겼어요
그랬더니 다리를 살짝 절더라구요.. 정말 살짝이요..
너무 놀라 안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샘이 "진통제 주사"를 넣어줬고 3시간 있다가 그렇게 집에서 갔습니다.
많이 후회 했어요. 하필 의사 샘 앞에서는 멀쩡한게 걸어 다녔는데..
진통 주사만 안맞았으면 살았을 것을,,
집에 돌아오고 저는 너무 힘들어서 우리 복실이 떠나는지도 모르고.. 제 방에서 음악을 들었어요.
복실이가 헐떡이고 힘들어 하니 차라리 편하게 있으라고 안방에 넣었지요.
그런데 다시 거실로 나와서.. 저랑 엄마를 빤히 쳐다봐요..
그렇게 죽어 가는 지도 모르고.. 거실 쇼파 앞에서.. 복실이를 그냥 한 없이 쓰다듬어줬네요..
큰 숨을 3번 몰아 쉬더니.. 고개를 젖혔어요. 저는 기절한 지 알고 복실이를 안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지요..
주사 쇼크사..
복실이와 함께한 제 인생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어요..
우리 복실이 많이 예뻐해 주던 부모님도 이젠 80 바라보시고 잘 걷지를 못하십니다
지난 주 해외 여행도 갔다오고 일도 바쁘고.. 정신이 없었는데 그저께 저녁에 자기전 갑자기 복실이가 생각 났어요.
까칠했던 털.. 주름 3개 진 이마.. 토실토실 엉덩이... 엷은 쌍꺼풀.. 흰색이지만 갈색빛이 돌았던 한쪽 귀.. 무척이나 보고 싶고.. 냄새를 맡고 쓰다듬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조금 전 자려다가 달력을 다시 봤어요..
그저께가. 우리 복실이 떠난 지 4주년 된 날짜 였답니다.
맨날 다음 까페에 편지 썼는데..이번에는 안써서 언니를 찾아왔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