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늦둥이자 막둥이었어요. 그래서 위에 언니 오빠들은 다 학교 가고 엄마랑 오전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아저씨 몇 명이 집안으로 들어 오더니
방 여기저기에다 진짜 빨간 딱지 같은 걸 막 붙이는 거예요.
엄마가 놀래 가지고 이게 무슨 일이냐고 악다구니 쓰고
막 못 붙히게 말리는데
아저씨들이 그런 엄마 밀치면서 막 붙이는 거예요.
내가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다가 미친 듯이 울었거든요.
진짜 6살짜리 여자애가 경기하듯이 미친 듯이 울었어요.
그제서야 아저씨들도 놀라서 멈추더라고요.
그리고 그만 붙이고 돌아갔는데
나중에 아빠가 집으로 달려 오시고
알고 보니까 그 아저씨들이 집을 잘못 찾은 거였어요.
진짜 어처구니가 없죠.
그리고 그날 밤 엄마 아빠가 저보고 잘 울었다고 칭찬하셨던 기억이 나요.
또 한 번은 7세때인데
엄마가 멀리 사는 이모네 집에 큰맘 먹고 찾아간 거예요.
근데 절 데리고 갔거든요.
근데 제가 기분이 업되어서 한복을 입고 간다고 우겨서
엄마가 한복을 입혀줬어요. 다들 입었던 색동저고리요.
오랜만에 언니네 집 간다고 바리바리 무거운 짐 양손에 들고, 어린딸 데리고 엄마가 버스를 탔어요.
초행길이라 엄마도 긴장한게 역력.
가던중 까만 교복 부대들이 계속 우르르 올라타는 거예요.
문제는 엄마가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에 알아챈거죠.
엄마가 큰소리로 내려야 한다고 소리를 쳤는데
버스 안에 학생들이 너무 많으니까. 안내양한테 들리지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학생들이 너무 많으니까 내리는 문까지 갈 수가 없는 거예요.
어린딸에, 양손에 무거운 짐까지 완전 만원버스 안에서 엄마가 얼마나 당황을 했겠어요.
거기서 내려서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고
또 한 번 갈아타야
이모네 집에 갈 수 있었거든요.
그러니 거기서 못 내리면 난리가 나는 거예요.
내려야 한다고 내려야 한다고 비키라고
그런데 버스가 출발해버렸어요.
그 와중에 밀쳐지다 보니 옷고름이 풀리고 조금 뜯겼어요.
이것까지 보니까
순간 너무 무서워서
이번에도 아주 크게 울부짖었어요.
그러니까 버스가 서고 모세의 기적처럼 그 까만 교복들이 통로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내려가지고 이모네 집에 도착하니까 깜깜한 밤이었어요.
밤에 이모한테 잘 울었다고 엄청 칭찬 듣다가 스르르 잠들었네요.
이젠 모두 하늘나라에 계시는 분들.
모두들 거기서 잘 지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