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글 보다보니 이혼 당사자 경험 공유하면 재밌을 거 같아 올려요.
이혼 10년차입니다.
결혼이나 ex에 대한 이야기는 이곳에도 많고 개인사이니 각설하고요
이혼하면서 나름 이득이었다 생각했던게 인간관계 정리였습니다.
베스트글에서는 이혼하라 말했더니 결국 섭섭했다의 내용이잖아요.
사람이니 그럴 수 있죠. 푸념한건데 다큐로 받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 사후 주변사람들 반응에 따라 조금 걸러지는 경험을 했어요.
주로 커밍아웃 이후 베프들의 행동이죠. 건너 알거나 한두번 보는 지인들은 생략합니다.
베프 A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게 내가 너 사람볼 줄 몰라서 이럴 줄 알았어. 인사시켰을 때 별로더라고, 니가 좋아하길래 아무말 안했지. (저는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에요. 좋아하는 티도 잘 안내고요). 넌 이 언니한테 많이 배워야지. 등등 제 탓을 하는 친구였어요. 지금은 일년에 한번 단체로 만날까 말까 합니다.
베프 B와 C는 결혼 후 지역이 너무 멀어 자주 보진 못했지만 학창시절 정말 친했던 친구들였어요.
넌 괜찮아? 요즘 이혼 별거 아니라고들 하더라. 힘들면 말해. 같이 여행갈까? 등 제가 표현도 잘 못하고 대놓고 아껴주지도 못했던 이들이 이렇게 위로해줍니다. 이후 명절이나 생일에 전화해서 홀로 헛헛할 친구에게 커피쿠폰이라도 쏴주고요. 카톡으로 요즘 이런 드라마 재밌대, 영화 재밌대 너 봤냐? 이리 묻기도 하네요.
웃긴게 베프 A는 지금도 전화오면 자기 주변 이혼한 이들의 이야기를 저와 엮어 그루핑하여 이야기합니다. 대화하다보면 묘하게 기분나빠서 주로 카톡만 하는 사이로 변했죠. 재미있는건 A가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아요.
베프B와 C와는 사이가 더 돈독해졌고 이젠 저도 나서서 잘 챙기게 되었어요.
남사친도 많았지만 이혼을 커밍아웃 한 순간 들이댄 놈(미췬)도 있었고, 더 조심스러워 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불쌍해하는 놈도 있었어요.
입장바꿔 남사친들의 소중한 아내들이 저와 소통하는 것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해 거의 끊었습니다. 용무가 있을때에는 주로 평일 아침에 소통하고요.
오히려 지금, 이혼 10년차인 저에겐 소중한(소중하다고 제가 여기는)이들만 남았네요.
그들과 함께 늙어가니 좋습니다.
결국 나 자신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응원, 질책 해준 친구들이 곁에 남았어요.
누군가 가정문제로 괴로워하는데 이혼하라고 말하고 싶을때가 있죠.
이혼 할만큼의 문제인지 종이에 써서 스스로 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고요.
이도저도 아닐땐 그냥 남편놈 개새*하면서 편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면 됩니다.
이것도 싫으면 거리를 두세요.
정말 이혼할 사람들은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합니다.
너무 괴롭고 고단하면 그리 되더라고요.
뭐 이렇습니다. 쩝.
대한독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