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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쟁’에서 항복한 윤 정권이 받은 ‘한일 밀월’ 선물
강제노동 갈등으로 정점에 올랐던 한일 ‘역사전쟁’은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윤 정권은 전임 문재인 정권이 강제노동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서 한일관계가 엉망이 됐다면서, 지난해 3월 6일 일본 정부의 입맛에 맞는 해결책을 내놨습니다. 일본 전범기업에 위로금 지급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을 깡그리 무시한 채, 정부의 영향 아래 있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 전 <동아일보> 기자)을 동원해 전범기업이 낼 돈을 대신 갚도록 했습니다. 바로 ‘제삼자 변제’ 방안입니다. 돈을 대신 갚아주면서도 앞으로 일본 기업에 돈을 물어내라는 구상권 행사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역사전쟁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백기 투항한 것이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권은 자기 쪽 주장을 100% 수용하면서 머리를 숙인 윤 대통령을 열렬하게 환영·환대하고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해에만 일곱 번이나 정상회담을 하면서 역대급 밀월을 과시하고 있는 배경입니다.
그런데 최근 ‘윤-기시다 밀월 관계’를 파탄 낼 아주 중대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이 2월 20일 전범기업인 히타치조선이 법원에 공탁해 놓은 6천만 원을 꺼내,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강제노동 재판에서 최종 승소한 피해자에게 전달한 일입니다. 재판에 이긴 사람이 패한 쪽이 맡겨놓은 돈을 찾아가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일 역사전쟁에서는 매우 의미가 큰 중대 사건입니다. 쉽게 말해, 윤석열 정권이 강제동원 해법으로 내놓은 ‘제삼자 변제’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노동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쪽의 철벽 논리에 구멍을 낸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일본 정부가 그토록 막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일본 기업의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히타치조선 공탁금 사건으로 다시 파탄으로 가는 한일관계
일본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벌떼처럼 나서 아우성치는 것만 봐도, 일본 쪽이 이 일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이 일이 터진 당일(20일) 기자회견에서 즉각 “청구권 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판결에 기초해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3월 6일 내놓은 ‘제삼자 변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에는 외무성 차관이 윤덕민 주일대사를 불러 항의한 데 이어, 가와카미 요코 외상이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무장관 회의에서 조태열 외교장관과 상견례 회담을 하면서 같은 요구를 강도 높게 되풀이했습니다.
아직 기시다 총리는 나서지 않고 있지만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총출동해 파상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윤 정권 출범 이후 가장 거친 일본의 외교 공세입니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중 가장 친일적인 윤 대통령을 배려해 기시다 총리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듯하지만, 일본의 분위기를 볼 때 그가 가세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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