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주의 !!!
의식의 흐름 주의 .
감상문은 아니고 잡다한 생각 .
( 일기 버전 )
1.
갈까 말까 무지 망설였다 .
영화관은 가깝고 매년 쓰지도 않고 날리는 통신사 VIP 무료티켓도 있지만
영화관 빌런들 마주치면 영화 감상 망칠까 봐 .
그러나 계속 올라오는 감상기와 예고 때부터 자극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드디어 예매 완료 .
갔다 .
영화관 딱 들어서자 가장 먼저 세게 다가온 것은 케찹 , 오징어 , 소스 냄새들 ㅋㅋㅋ
뭐야 왜 이렇게 메뉴가 다양한 거야
내가 안 온 사이에 영화관에 무슨 일이 있었니
사방에서 부스럭 부스럭 쩝쩝
... 배고팠다 .
사 간 커피 마시며 견디기로 .
간식을 구매한 사람들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참 잘 먹었다 ,
특히 내 오른쪽 뒤 사람 .
대단했다 ... 김고은이 그 난리를 치고 돌비 서라운드 음향이 몰아치는데 팝콘이 넘어가다니 .
참고로 , 먹는 걸 뭐라고 하는 거 아니다 .
영화관에서 먹으라고 파는 걸 .
그저 , 팝콘 준비했다가 , 영화에 몰입하면 팝콘 하나를 손에 쥐고 끝날 때까지 입에 넣지 못하고 있었던 몇 번의 경험 후
아예 사지 않게 된 나로선
먹기와 보기가 잘 되는 사람들이 신기할 뿐
2.
나는 무신론자 , 그리고 유물론자다 .
이십 대 초까지 굳게 믿었던 나의 신은
세계가 돌아가는 꼴을 어느 날 직시하게 된 후 , 아무리 생각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렸다 .
영혼 같은 게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 오늘 본 유퀴즈에 나온 김남주 씨는
자기가 이토록 잘 된 것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에서 못다 준 사랑을 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 돌봐 주신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글쎄 . 나는 안타깝게 일찍 사망한 가족을 가진 가정들이
얼마나 슬프게 무너지는지 ,
가족들이 어떻게 흩어지는지 ,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그 후로 어떻게 겪게 되는지를 너무 많이 보았다 .
가까이서 보았다 .
내가 겪었다 .
기도했다가 , 호소했다가 . 불러 보았다가 ... 의문을 품었다가 , 원망도 했다가
어느 날 그냥 알아 버렸다 .
아 , 없구나 .
없는 거구나 .
세상을 떠난 그들은
우리를 지켜보며 도와 주고 싶어한다거나
도와 줄 수 있는데 안 도와 준다거나
우리와 무관하게 천국이나 지옥에서 나름 바쁘거나
뭐 ... 그런 게 아니라
그냥 , 없는 거구나 . 이 지구의 원소 중 하나로 영원히 흩어져 버렸구나 .
어느 날 그냥 이해가 가 버렸다 . 왜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그동안 바보같이 모르고 있었지 ? 생각이 들었다 .
다 늘어놓기 너무 자잘한 얘기지만
그러하다 .
나는 어쩌다 보니 말하고 걷고 생각하는 하나의 물질 덩어리다 . 어쩌다 인간이 이렇게 혼자 고지능의 존재인 것처럼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 우리가 다른 동물과 결코 다르지 않다 . 나는 죽으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 영혼도 무엇도 남기지 않은 채 .
... 각설하고 .
그런데 영화의 전반부를 보며 마음이 흔들렸다 .
어쩌면 세상에 아직도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나 .
있을 수도 있을까 ...
어쩌면 , 아직도 , 세상에 .
굉장한 설득력의 영화였다 .
무속 신앙도 , 제대로 파 보면 흥미로운 나름의 이론이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
... 물론 뒷부분까지 보면서는
영화가 다른 곳으로 예기치 않게 전개되며 이 설득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
근데 그게 좀 이상하다 . 영화가 나를 설득할 힘을 잃었다기보다는 ... 설득하다 말고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한 느낌이었달까 .
영화를 보고 와서 바로 이어서 이 감독의 전작 ' 사바하 ' 를 봤는데 , 흠 ...
아무래도 이 감독은
논리적으로 치밀한 구조를 짜고 관객을 꼼짝 못하게 몰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 파묘 뒷부분이 ( 심적인 동의와 상관없이 ) 약간 딴소리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듯 .
뭐 , 감독의 자유긴 하지만
이렇게 하나 ~ 하나 ~ 나열하는 것보단
더 극적으로 흥미롭게 연출할 수도 있었을 텐데 ,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어쨌거나 일본 것들은 해 놓은 짓이 참
디테일하게 싸이코 같다 . 영화는 영화지만 그런 일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
그런 싸이코 짓은 엄청난 열등감에서 비롯된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 도대체 늬들은 왜 그렇게 생겨먹었냐 .
반성 좀 해 .
3.
여우가 나왔다 .
여우를 보고 깜놀 ... 아니 저건
주토피아의 닉 아니니 ?
아니면 ,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
영화의 여우는 붉은 여우였다 .
몸은 불그스름하고 가슴은 희고 꼬리와 다리는 검은 , 그 , 닉 .
한반도에도 그런 외양의 붉은 여우가 아주 안 살았던 것 같지는 않다 .
꽤 닮은 아종이 있었다고도 한다 .
그러나 …! 영화에 나온 걔는 …
완전 … 영국 주택 뒷마당에 오는 그런 여우였다 !
우리나라 토종 여우는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 대체로 누렁누렁하고 몸이 더 통통하고 귀가 크고 귀 사이가 가깝다 …
잘 생각해 보자 … 옛날 전설의 고향에 나오던
무덤 파서 간 빼 먹던 그 여우는
주토피아의 닉처럼 생기지 않지 않았나 ! 우리나라 여우는 좀더 누런 개처럼 생겼다 …
뽀로로 친구 에디가 바로 그 토종 여우란 말이다 …
이런 애들 말이다 .
https://m.search.naver.com/search.naver?ssc=tab.m_image.all&where=m_image&sm=m...
그때부터 몰입 스멀스멀 깨짐
- 감독은 왜 이런 디테일을 놓쳤나
- 이렇게 귀기 서린 장면에 미스터 폭스가 웬말
- 아이구 저 까만 파티 장갑 같은 발을 보라지
…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
누군가 나중에라도 감독에게 말해 줬으면 …
( 물론 그 붉은 여우가 아시아까지 서식했다고는 하니까 완전히 틀린 출연이라고 하긴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왕이면 … 주로 살던 녀석으로 …)
다행히 여우 씬은 짧고 몇 번 안 나왔다 .
마지막 .
영화는 재미있었고 뒷심이 약했다 .
그러거나 말거나 매국노와 그 반성 없는 후손들은 벌 받았으면 좋겠고
일본이 한 꼼꼼한 미친 짓은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고
영화는 잘 됐으면 좋겠다 .
영화관은 식당 같은 냄새가 나기는 했으나 다행히 치명적인 대형 빌런은 없었다 .
다행 .
감사합니다 .
덧 .
차 번호판 보고 혼자 감탄했는데
역시 , 나 말고도 발견한 사람들은 꽤 있었다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