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기 시작하면 중단없이 써야하는데, 중간에 끊었더니, 이 게시판은 연속으로 글을 게시할 수 없다하여, 다른 일 좀 보고 왔습니다
암튼...
카스테라는 생각보다 줄이 빨리 줄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에서의 속도를 생각하면 욱하게 됩니다
그러니 혹시나 가보시려는 분들은, 기다리는 동안 즐겁게 수다 떨면서, 그러려니 하는 넓은 마음을 꼭 갖고 가시길...
표를 받은 분들이 모두 구입하고 나서 주인장은 우리 앞에서 일단, 줄을 끊었습니다.
참, 이게 안달나고 조바심나게 하더군요. ㅎㅎㅎ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12개나 남아있다고 해서 카스테라 생각도 없던 저까지 모두 하나씩 사고야 말았습니다
이미 사과 카스테라는 진작에 품절에다 종류나 갯수 선택권도 없이 그냥 떨렁 카스테라 딱 하나씩밖게 배정받지 못했지만, 카스테라 봉지 하나씩 손에 든 우리는 어이없이 즐거웠습니다
5천원인 카스테라는 서울 빵집 가격과 비교해서 딱히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느낌입니다만, 우리의 드라마틱한 구입과정 때문인가, 굉장한 걸 득템한 기분이었습니다. 이게 뭐라고...ㅎㅎㅎ
카스테라는 만든지 몇시간 안된 거라, 오늘 먹지말고 덥지 않은 곳에 두었다가 다음날 먹는게 더 맛있다고 합니다. 카스테라도 숙성해 먹느냐고 물었더니, 이건 숙성이라고 하기는 뭣하고, 첨가된 꿀이 다음날에 더 향이 짙게 올라와서 더 맛있다고 하시는군요
냉장하냐니, 냉장도 별로라고, 어쩌라는 건가 싶은데, 주인장은 베란다에 두었다가 먹는대서, 우리도 베란다에서 한밤 재우고 먹기로 합니다
아무튼 주인장에게 일부러 고맙다는 인사까지 전하고, 시장을 떠납니다
시장을 떠나서 대략 8킬로 떨어진 예당호 출렁다리로 갑니다
우리의 여행은 점점 할머니, 아줌마틱한 코스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우리들의 여행코스는 모험적이고 남들이 잘 안하는 것들로 구성되었는데, 점점 여행사 여행패키지 유람코스와 비슷해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즐겁습니다.
출렁다리 주차장이 여러곳인데, 애매하게 길을 잘못들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마침내 다리 입구에 도착!
예당호는 예산과 당진의 농업용수를 위해 조성된 저수지라는데, 이런 저수지 가운데, 그 규모가 남한에서는 가장 큰 저수지라고 합니다. 농업용 저수지 치고 풍광이 아름다와 관광지로 지정된 곳이라 합니다.
이 호수에는 민물고기가 많아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에도 낚시터로 아주 유명했고, 민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새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합니다. 그래서 예산에는 황새가 유명해서 황새공원도 있고, 여기저기 황새 조형물, 소품들도 꽤 많습니다.
이 예당호에서는 낚시꾼과 새들이 호수의 민물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겨룬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더군요.
이 호수 위로 출렁다리가 생기고, 음악분수도 생기고, 이 분수를 중심으로 분수쑈도 한답니다.
저녁에 보는 분수쑈가 볼만하다는군요.
느린 호숫길이라는 제법 긴 호수 위 산책로까지 만들어져서, 트레킹하기에도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엄한데서 노느라 빠듯한 시간 때문에 출렁다리만 한번 건너가서 돌아오는 걸로, 아쉽지만 만족해야했습니다
지자체마다 하도 많이 출렁다리를 만들고 광고를 해대는 통에 쳐다보기 싫을 정도였던 때도 있었는데, 막상 건너고 보니,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겠더군요.
튼튼해서 많이 흔들리지는 않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진동이 커져서 좀 더 스릴이 있어지기도 합니다.
젊어서 가본 캐나다 밴쿠버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처럼 무서운 것도 없는 너무 튼튼한, 그래서 출렁다리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한 다리지만,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정도도 재미있고 좋습니다.
중간에 있는 전망탑에 올라 보는 다리와 호수의 전경이 아주 좋았습니다.
사진도 몇방 찍고 아쉬운대로 호수를 즐겼습니다.
느린 호숫길도 걸어보고 싶었으나, 예약해 놓은 버스표 시간 때문에 아쉬운대로 여기서 되돌아갑니다.
예당호의 풍부한 민물고기로 예당호 주변은 예전부터 민물새우, 메기나 빠가사리 같은 민물생선을 이용한 어죽이나 민물매운탕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들은 이런 메뉴를 좋아하지 않아서 보통은 잘 선택하지 않지만, 여기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보기 힘든 메뉴이니, 입에 안 맞아도 한번 먹어보자는 도전의식을 가지고 식당을 찾아갑니다.
사실 저는 민물고기 음식 별로 안좋아합니다. 어려서 아부지가 경기도 광주인가?에 가서 유명하다는 붕어찜을 사주셨는데, 아주 질색했었거든요. 민물 생선 특유의 흙냄새라고 해야하나? 그것 때문에 민물고기 음식은 내내 피했어요.
뭐, 다른 친구들도 딱히 다르지 않은 입맛의 소유자들이었고요.
출렁다리에서 차로 7분정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찍어둔 식당에서 호기롭게 메기 매운탕 작은 것과 어죽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식당은 전형적인 옛날 관광지 식당처럼 생겨서 야외 좌석에서는 호수 전경이 쫙 보이는 명당이었습니다. 이 식당을 들어서면서 스스로 너무 웃기다고 생각한 것이, 40대 때만 해도 질색할만한 그런 스타일의 식당인데, 이젠 날이 좀 더 따뜻해지고, 날씨가 좋은 날에 여기 야외에서 호수 바라보면서 밥먹으면 너무 좋겠다 하는 옛날사람처럼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명당자리에 우아하고 멋진 테라스를 갖춘 유럽식 식당이 아니라, 옛날 낚시터에서 흔히 볼수 있는 허름하고 오래된 구닥다리 식당에서 신나하다니요 ㅎㅎㅎ
사실 아점도 느즈막히 든든히 먹은데다, 몇가지 주전부리까지 먹었고, 저녁을 먹기엔 좀 이른 시간이라 다들 먹을까 말까 했지만, 서울 집에 10시나 되어야 도착할테고 그 사이엔 저녁 먹을 시간이 절대 없을 스케쥴이라 그냥 배불러도 일단 먹어두자고 시작했으나, 먼저 차려지는 소소한 밑반찬에 홀릭하고 말았습니다.
배추김치, 동치미, 콩자반, 무말랭이무침, 얇게 썬 단무지가 전부인 밑반찬이 어느 하나 맛없는게 없다 싶게 입에 짝짝 붙었습니다.
어죽이 먼저 나왔는데, 생선살을 갈아만든 육수에 고추장(된장이 섞였을수도) 양념하고 밥, 국수, 수제비를 같이 끓여넣고 깻잎 등의 채소를 넣고 끓였더군요.
우리집에서는 절대 쓰지 않는 향신채소나 양념을 쓴 것 같은 난생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익숙하지 않은 맛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없이 거슬리지 않고 꿀떡꿀떡 잘도 넘어갑니다.
대구출신 친구 말로는 제피나 뭐 그런 거 쓴게 아닐까 하지만, 딱히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닌 듯하고, 아무튼 뭐가 들었거나간에 아주 독특하게 맛있었습니다.
어죽에 흥분한 사이 메기 매운탕이 부루스타 위에 준비됩니다.
역시나 비주얼은 일반 바다생선 매운탕과 비슷해보이나, 좀 더 걸쭉하고 짙어보이는 국물과 낯선 메기가 들어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점
처음 먹어보는 메기 매운탕 맛에 다들 미쳤습니다.
어죽보다 훨씬 맛있고, 속만 데워주는게 아니라 보양식 먹은 것처럼 온몸이 뜨뜻해지는 것 같다고 한 친구가 너무나 좋아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뜻하지 않은 보양식 먹은 느낌이 훅 올라옵니다.
다들 배고프지 않다더니, 공기밥까지 주문해서 어죽그릇, 매운탕 냄비 바닥을 박박 긁어 신나게 야무지게 먹었습니다.
아점으로 먹은 더덕 정식은 비교할 게 아니었다고 다른 친구는 말했습니다.
우리 입맛이 하향평준화 되어 아무거나 먹어도 다 맛있는 건지, 운 좋게 오늘 먹은 음식들이 다 성공적으로 선택된 건지 알수는 없지만, 오늘 먹은 음식들은 만족도 120%!!!
호수를 끼고 드라이브 하듯이 다시 돌아와 차를 반납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복귀했습니다
다음엔 수덕사 빼고 예당호 느린 호숫길을 걷고 가는 것도 해볼만하겠다 싶습니다.
저녁 무렵의 노을질 때도 호수는 아름다울 것 같고, 유치하지나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되는 분수쑈도 보고 싶고요
용산에서 예산까지 무궁화호 열차가 생각보다 자주 있고, 예산역부터 예당호까지 버스도 여러노선이 자주 다녀서 가볍게 와볼만하겠더군요.
봄이 되면, 너무 더워지기 전에 혼자라도 한번 다시 와 봐야겠다 마음먹어봅니다
의외로 예산이 멀지도 않고, 가볼곳, 놀것들도 많아서 당일치기로 기대이상 흡족했었다고 감상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