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아버지의 발인을 마치고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 몇자 적어봅니다.
암 진단 받은지 10개월만에 더 이상의 치료 불가로 호스피스 권유를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다”라며 처음에는 거부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 쇠약해지시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께서 생각을 바꾸실 경우를 대비해 동생은 호스피스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신청을 했습니다.
복수가 차오르기 시작하자 아버지도 생각이 점점 바뀌시는지 일단 가정방문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에 동의하셨고, 방문하신 의사의 권유로 호스피스에서 외래로 복수를 빼는 치료를 받으셨어요.
복수가 빠지자 몸이 가벼워지고 호흡 및 소화도 수월해지시니 곧 아버지 본인께서 스스로 호스피스 입원을 언급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래서 병실이 나오자 마자 입원을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시한부 인생의 환자가 고통을 최소한으로 경험하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완화치료에 대한 저희 가족의 기대와 호스피스가 제공하는 치료 사이에 큰 괴리를 첫날부터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1) 첫날 입원하자 저희 아버지는 호스피스에 오기 전까지 계속 직접 대소변을 보실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기저귀 착용을 하도록 강제되었습니다.
(2) 복수가 차니 알부민 주사 투약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보호자에게 의사는 설명없이 알부민 맞으려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공격적 대답만 들었습니다 (나중에 검색을 통해 알부민은 적극적 치료에 해당하여 호스피스에서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길지도 않은 이유인데 왜 설명 없이 그런 대답을 하셨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3) 밤마다 수면유도제 주사 투약 권유를 받았습니다. 1인실에 계셔서 다른 환자들에 수면 방해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낮에 주무시기도 했는데 왜 굳이 수면유도제를 적극 권유했는지 의아했습니다.
(4) 복수 천자 시술 중 주사, 관 삽입시 및 실로 꿰멜 때 극심한 고통을 표현함해도 불구하고 환자에 대한 동정이나 위안의 한마디 없이 시술 진행 후 신경안정제 투약으로 마무리 해버리는 비인간적 치료행위를 경험했습니다. 이후 아버지의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 되었습니다. 친절한 요양보호사님들이 다가만 오셔도 소스라치고 온몸이 경직될 정도로 트라우마가 컸습니다.
(5) 소변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 하기고 자주 소변을 보심에도 불구하고 소변줄을 해야한다는 압박을 받았습니다.
(6) 팔정맥 찾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중심정맥관 삽입 시술을 종용받았습니다. 환자의 동의가 없이는 보호자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자 정신 혼돈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시술 설명을 하고 환자의 “네"라는 대답을 반 강제로 얻고 보호자가 “싫으면 말하세요"라는 말을 가로막으며 환자가 동의하셨는데 왜 그러시냐며 시술을 밀어부쳤습니다.
결국 중심정맥관 삽입 시술은 진행되었고 이후 한번도 깨어나시지 못하고 36시간만에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8시간은 극심한 호흡 곤란의 고통을 느끼시면서요. 중심정맥관 시술을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심한 고통을 느끼시면서 돌아가시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 자식으로서 슬픔과 함께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대부분의 시술 및 주사제 권유가 환자를 위한 처치라고 말씀하셨지만, 그것이 모든 환자에게 해당하지 않고 어떤 환자에게는 오히려 더 고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며 호스피스에서 제공하는 완화치료들이 질적인 “고통의 최소화"라기 보다는 죽음을 하루라도 빨리 맞이하여 시간적인 “고통의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모든 환자와 가족들이 저희와 같은 경험 및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저희 가족의 호스피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혹시 저희 가족과 비슷한 기대를 하고 계시는 가족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경험도 들어보시고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입원 결정을 하시면 좋지 않을 까 싶어 이렇게 올려봅니다.